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안종익 Mar 17. 2023

남파랑 길 31일차

여수에서 시내버스를 타고 어제 걷기를 마친 서촌 마을로 갔다.

버스를 이순신 광장에서 환승해 가야 했는데, 한참을 기다려도 오지 않다가 버스 승강장 안내판에 갑자기 버스가 온다고 현출된다. 반가운 마음에 오는 버스를 타면서도 믿기지 않아서 서촌 마을로 가느냐고 물었다. 그런데 기사는 대답이 없다. 그러면 가는 것이다. 안 가면 대답을 하고 가면 말이 없었다. 전에도 경험한 사실이다.


서촌 마을까지는 멀었다. 서촌 마을에서 버스를 내리니까 어제 있던 곳이라서 반가웠다. 출발하는 방향이 들판에 아침 해가 떠서 비치는 동쪽이다. 해가 떠서 눈부신 동쪽으로 기분 좋게 출발했다.

그 길을 조그만 가면 갯벌이 끝없는 해안 길을 걸어갔다. 이렇게 갯벌이 많은 곳도 그렇게 많지 않을 것 같다.


며칠간 걸어온 길이 여자만의 해변을 걸어오면서 이제 본격적으로 갯벌이 나오는 곳을 걷는 것이다. 여자만의 갯벌은 우리나라 생태의 보고라고 알려진 곳이다. 이 갯벌에 따라서 있는 해변과 섬들은 저녁놀이 아름다운 곳이 수없이 많은 곳이 여자만이다

해변이 구불구불하게 형성되어서 곡선의 아름다움과 바다에 떠 있는 섬의 위치가 절경을 만들기 때문이다. 지금은 갯벌에 뜨는 아침 해도 아름답다.


길은 옥적 수문 길을 따라서 산길로 올라간다. 산길 속에는 아름다운 마상 마을이 마치 숨어 있듯이 자리하면서 그곳에는 마상 저수지도 있었다. 마상 저수지는 상당히 큰 저수지로 이른 봄에 강태공들이 낚시를 즐기고 있다.

여자만의 바다를 끼고 돌아가면 감도마을이 나오는데,

 이곳도 해넘이 명소로 알려져 있다. 해넘이 명소는 이천 마을도 유명하다. 여자만은 전체가 해넘이 명소가 될 정도로 전망이 좋은 곳이다.


오늘같이 하늘이 맑고 바람도 불지 않고 걷기 좋은 날은 그렇게 많지 않다. 이런 날 걷는 것이 즐겁다는 생각이 문득 들면서 마음에 여유가 생기니까 보고 싶은 사람들의 얼굴도 떠오른다. 그리운 사람들이 모두가 행복하기를 기원해 본다.

따뜻한 봄볕을 받은 마을들이 모두가 아름다워 보이고 살아보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마음이 여유가 있으니까 즐거우니까 보이는 것이 모두 좋아 보이는 것이다.

물이 빠진 갯벌에는 평소에 섬이던 곳도 갯벌이 나오면서 해안과 연결되고, 바닷물은 저 멀리 들어가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간간이 지나는 마을에는 노인들이 볕 좋은 양지에 나와서 지나가는 길손을 바라보기는 하지만, 말은 붙이지는 않는다. 마을에는 노인들 외에는 다니는 사람들이 거의 없다. 사람들은 모여 사는 시내는 넘쳐나듯이 많이 살고, 조용한 어촌에는 한없이 조용하다. 사람들은 모여 사는 것이 편하고 좋아하는 것 같다.


오천 마을로 가는 길에는 해상 테크 길을 길게 만들어 놓았다. 태크 길로 여자만을 바라보면서 걷는 해안 길이다.

테크 길이 길이 끝나면 다시 끝없은 갯벌이 나오고, 이곳이 가시리 습지 생태공원이다. 이 생태공원에는 가시리 방조제가 만들어져 있어서 이곳을 건너면 59코스의 종점이다.

지금까지 온 길은 ”섬 숲길“이었고, 다시 시작하는 길을 ”갯 노을 길“이라고 부른다.


가시리 생태습지를 넘어서 대곡 마을로 가도 먼바다와 구불구불한 해안선이 일품이다. 먼바다와 푸른 하늘이 오늘은 너무 선명하다.


그런데 넓은 갯벌에는 물길도 구불구불하게 강물의 물길처럼 나 있는 것이 신기하다. 물 들은 곧게 가지 않고 굳어서 돌아가는 습성이 있는 것 같다.


달천 궁항 가기 전 갯벌과 바다가 넓게 펼쳐진 해변에는 손으로 하트 모양을 만든 ”염원“이라는 조각상이 있다. 이 조각상은 여자만의 지는 아름다운 해를 바라보면서 연인들의 사랑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조각상이다.


이곳은 아무리 보아도 아름다운 해안선이고 맑은 바다와 푸른 하늘의 구름이 아름다운 곳이다. 날씨 좋은 오늘따라 하늘과 바다가 더 푸른 것 같은 날이다


여기에 한참 자라는 것은 완두콩과 양파이고, 옥수수가 비닐을 뚫고 올라오고 있다. 이른 봄이지만 부지런한 농부들은 지나가는 길손을 무심한 얼굴로 바라본다. 그래도 봄볕을 맞으면서 일하는 농부 모습에서 따사로움과 여유를 느낀다.


오늘 걷기가 끝나면 다시 여수로 돌아가야 하기 때문에, 버스 승강장이 있는 곳을 지날 칠 때면 유심히 노선을 찾아본다.

오늘 걸어온 길에는 그렇게 큰 마을도 없었고, 편의점이나 가게도 없었다. 거의 바다와 봄볕을 받아서 자라는 농작물이 있는 밭들과 갯벌이었다. 그리고 해안선을 따라 걷는 길을 걸어왔다.


오늘은 어디를 내려다보거나 돌아보아도 푸른 바다와 하늘 그리고 흰 구름이 떠 있는 날이었다. 걷기 좋은 포근한 봄날이다.


59코스의 종점이 멀지 않는 곳에서 도로 위쪽 길로 올라간다. 해안 길에서 벗어나 약간 높은 언덕길로 올라간 것이다. 그곳에 있는 마을은 달천 마을인데,

높은 곳에 있어서 바다 경관이 더 좋은 곳이었다. 다시 도로 길로 내려와서 걸어가면 종점인 궁항 마을이 나온다. 궁항 마을 입구 집안에는 모련 꽃이 활짝 펴 있다. 궁항 마을도 살고 싶도록 좋아 보이는 마을이다.


여기서 여수로 가는 버스를 기다려야 하는데, 지나가는 사람은 없고 차들만 간간이 지나간다.

좋은 봄날에 봄볕을 맞으면서 버스 정류장에서 언제 올지 모르지만, 버스가 곧 올 것이라고 믿고 편안히 기다린다.











작가의 이전글 남파랑 길 30일차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