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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종익 Mar 18. 2023

남파랑 길 33일차

화포해변에서 일출을 보려고 일찍 도착을 했다.

화포항 전망 좋은 곳에는 벌써 일출을 사진에 담으려고 한 쌍의 남녀가 카메라와 사진기를 설치해 놓고 기다리는 중이다. 여기 화포는 해맞이의 명소로 이름이 나 있고, 건너편의 여수 해변은 해넘이로 유명한 곳이다.

일출을 보려고 나도 카메라가 향한 방향으로 보니까 구름이 많아서 일출을 볼 것 같지 않다. 조금 기다리다가 나는 포기하고 길을 나섰다. 아침에 여러 번 경험한 것이지만, 가능성이 없으면 빨리 포기해야 하는 것과 해가 떠오를 때는 순식간에 올라온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떠오르는 해를 보기 위해 좋은 곳을 찾다가 놓치는 경우보다는 있는 자리에서 보는 것이 좋을 때가 많았다.

걸어가면서 뒤돌아보아도 해는 구름에 가려서 볼 수 없었다. 야간 쌀쌀해서 모자와 장갑을 끼고 걸어갔다. 화포항에서 멀지 않은 해변 둑길에 핀 매화가 아름다운 길을 만든 곳이 있고, 오늘도 갯벌이 넓게 펼쳐진 바다를 보고 걷는다.


화포해변에서 청산 마을로 가는 바다에는 발로 고기를 잡는 발 그물이 밭처럼 설치되어 있었다. 갯벌이 넓은 곳에는 어김없이 뻘배가 다닌 흔적이 보였다.

청산 마을의 정자는 창문을 만들고 크게 집처럼 지어 놓은 것이 다른 형태의 정자이다.

정자집에서 마을 앞바다의 갯벌이 한눈에 보이고 동네를 오가는 차나 사람도 모두 보이는 곳에 위치해 있다.


거차마을 가는 중간에 뻘배와 갯벌에서 작업을 하고 나와서 뻘을 씻어내는 우물이 보인다.

이런 뻘을 씻어내는 우물은 마을마다 여러 곳이 있었다. 거차 마을에는 뻘배를 타는 아주머니의 조형물과 뻘배 체험장이 만들어져 있었고,

동네 주민들이 봄철을 맞아서 체험장을 대청소 중이었다. 뻘배 체험장에는 아주머니들이 사용하고 난 못 쓰는 뻘배들을 가지런히 전시해 놓은 것도 볼만했다.


용두마을 앞의 담장에 그려 놓은 소나무가 주위와 잘 어울리게 그려서 눈길을 끄는데, 곧은 소나무보다 굽은 소나무가 더 자연스러워 담장에 진짜 소나무가 있는 것 같다.

용두 마을에는 모련 꽃이 만개한 집을 지나 조금 더 가면 순천에서 보성으로 넘어가는 갯벌이 나온다. 순천은 습지를 정비 중이라 제한된 곳이 많았고 구간이 그렇게 길지 않았다.


보성도 시작하면서 벌교 갯벌 습지 보호구역이다.

벌교에 들어서면서 긴 농로를 따라서 가다가 갯벌 해변길이 길게 이어져 있다. 오늘은 따스한 봄볕보다는 햇볕이 나오지 않고 바람이 불어서 해변이 추운 느낌이다.

벌교 장양 마을 부근에는 잘 핀 동백꽃 나무가 줄지어 서 있는 곳에 캠핑장이 자리하고 있다.

남해고속도로 밑에 위치한 캠핑장은 앞에는 광활한 갯벌과 뒤는 산으로 막혀서 좋은 곳에 자리 잡아서 텐트들이 많았다.

갯벌과 도로를 경계하는 경계석을 무지개 색깔로 만들어 놓았는데 멋있게 만들어져 있다. 해안 경계석을 무지개색으로 칠해 놓은 곳이 많았지만, 색깔이나 처리가 미숙한 느낌이었던 곳이 대부분이었지만, 여기가 가장 깔끔하게 잘 만들어 놓은 것 같다.


멀리 해안 길 끝나는 곳에 벌교가 보이는 것 같다.

벌교를 보면서 해안을 따라 걸어가는 길에 갯벌이 많아서 벌교 꼬막이 연상된다.

벌교가 잘 보이는 곳에서부터 중도방죽이 나온다. 이 중도방죽은 갯벌과 둑을 경계하는 것으로 황금 측백을 심어 놓았다. 직선 길로 심어진 황금 측백은 키가 크지 않아서 갯벌이 잘 보이고, 나무로 자연스러운 경계를 만들어서 자연친화적이다.

측백나무는 처음에는 갯벌과 조화를 이루더니, 벌교에 가까워지면서 갈대숲이 무성해지면서 더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중도방죽을 시작하는 초입에는 벌교가 자랑하는 꼬막 조형물을 만들어 놓았다.


벌교에 들어서면서 벌교는 온통 소설 태백산맥의 내용과 연관된 곳으로 만들어 놓았다. 도로도 ”소설 태백산맥 문학 기행길‘로 불리고 있다.

처음 만난 것이 철 다리이다.

이 철 다리는 소설의 배경이 되기도 하지만, 실제로 벌교에서는 70년대에 벌교만 양쪽을 걷너 다니던 유용한 수단이었다. 철 다리를 지나서 개나리꽃이 활짝 핀 곳이 나온다.

벌교 중간에 흐르는 강가에 핀 개나리는 올 들어 처음 보는 것 같다. 벌교는 소설 태백산맥과 꼬막이 대표적인 구경거리이다.

다음에 나오는 홍교는 무지개형 돌다리로 원래 나무다리였던 곳에 돌로 만들었다. 소설 태백산맥에도 등장하고 보물로 지정된 다리이다. 홍교는 벌교 포구에서 가장 오래된 다리로 밀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곳에 설치된 다리이다.

남파랑 길은 다시 채동선 생가로 안내한다. 민족음악가로 알려진 채동선 선생은 이곳의 생가가 있었다.

길은 채동선 생가에서 다시 언덕으로 올라가 벌교를 내려다보다가 태백산맥 공원으로 내려온다. 이 공원은 조정래 작가의 부조를 비롯해서 거의 태백산맥의 소설 내용으로 만들어져 있다.

여기서 조금 더 가면 소설에 나오는 벌교 금융조합이 건물이 나오는데, 일본의 관공서 같은 분위기를 갖도록 보존하고 있다고 한다.

다음에 나오는 곳이 소설에 “남도여관”으로 나오는 “보성여관”이다.

보성여관은 일제강점기에 벌교의 중심가에 위치하였으며 당시에는 규모가 상당한 건물이었다고 한다. 보성여관을 지나면 술도가가 원형을 보존하려고 개축을 한 것 같고, 가장 눈에 들어오는 것은 거리 입구에 걸린 간판이다. ”태백산맥 문학거리“라는 글자들이 벌교를 배변하는 것 같다.


벌교는 조정래 소설 ”태백산맥“이 넓게 자리하고 있는 도시이다. 이렇게 이름난 작품이나 작가는 한 지역을 대표하는 상품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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