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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종익 Mar 19. 2023

남파랑 길 34일차

벌교역 앞을 지나면 벌교 전통시장이 나온다. 이곳의 아침도 아직 조용하다. 장사하는 상인들이 점포의 문을 열지 않았다. 시장을 지나서 부용교 옆으로 벌교만을 따라서 걷는 길이다.

체육공원에는 아침에 운동 나온 사람들이 더러 보인다. 그래도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이니까 운동하는 사람을 구경할 수 있다. 운동하는 사람들이 없으면 차만 다니는 길과 거리가 된다. 벌교 숲 공원도 잘 만들어져 있어서 운동하거나 산책하기에 좋은 곳이다. 각 지역별로 지역민이 이용하는 시설을 잘 관리하는 것 같다. 지역주민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서 해주는 것 같다. 벌교대교 밑의 무성한 갈대숲을 지나도 갈대밭이 계속된다. 어제 본 갈대밭이지만 다시 봐도 넓은 갈대밭이다.

갈대와 갯벌을 보면서 걷는 해안 길을 오랫동안 걸었다.


갯벌이 보이지 않는 곳은 다시 농로가 이어진다. 이런 농로 길을 가다가 만난 곳이 대포리였다.

대포리는 작은 항구가 있는 곳으로 바닷가를 걷다가 곧 농로가 들어간다.


다시 만난 마을이 죽림마을이다.

대포리 마을에서 고개를 넘어서니까 나오는 마을인데, 이곳부터는 고흥군이다. 보성군을 지나서 고흥군을 걸어가는 것이다.

옹암리 해변의 마을을 지나면 바다를 막은 보가 있다.

보를 막은 곳에는 큰 저수지가 만들어져 있다.

이곳 강가에는 낚시하는 사람들이 곳곳이 있는 것이 아마도 밤새 낚시를 한 것 같다. 어떤 분은 아직도 저수지에 고무보트를 위에서 휴식하는 모습도 보인다. 저수지 가의 버드나무에는 버들강아지들이 노랗게 자라고 있다.


저수지를 벗어나서 농로가 이어지는 길이다.

농로가 이어지는 곳에서는 아직 농사를 시작하지는 않았지만, 논들을 갈아서 농사를 준비해 놓은 곳이 많았다. 그런데 논에 온통 푸른 작물이 자라고 있는 곳이 보리밭인 줄 알았는데 자세히 보니까 아직 논을 갈지 않은 곳에 자라는 잡초였다.

다음 코스가 시작되는 망주 마을에 들어서기 전에 산악회 리본들이 많이 달려 있는 곳이 있다.

이곳에 리본을 달아 놓을 것 같은 위치가 아닌데, 많은 리본이 달린 것이 의아하다. 나름대로 추측하자면 이곳에 어떤 사람이 리본을 달아 놓으니까 지나는 길손들이 따라서 단것 같다. 그러다 보니까 제법 리본이 많이 달렸고 이제는 지나는 사람들 중에 리본이 있으면 달고 싶은 곳이 되었을 것 같다.


망주 마을에서 다시 시작하는 길은 시골길이다.

봄이 오는 시골길에는 좋은 날씨와 함께 따스함과 평화롭다.

눈길이 가는 곳마다 정겨운 고향 같은 곳을 보면서 길을 걸어갔다.

어떤 곳은 끝없이 뻗은 농로 길은 산티아고를 걸을 때 끝이 보이지 않던 밀밭 길을 생각나게 하기도 했다.

고흥에 이렇게 넓은 땅이 있는 줄을 몰랐는데, 이 고장은 풍요로운 농촌 마을인 것 같다. 벼농사를 많이 하는지 반듯하게 정리된 농지는 기계로 잘 정리되어서 곧 농사가 시작할 것 같은 분위기이다.

그래도 한편에 붙어있는 플랫 카트가 눈에 들어온다. 벼를 10% 줄여 경작하여 쌀값 하락을 막자는 내용이었다.


시골길을 계속 걸어가니까 멀리 나물을 캐는 사람들이 보인다. 한가한 봄날에 어울리는 풍경이다. 그 옆 지나면서 보니까 나물은 이제 막 올라온 쑥을 칼로 돌려내고 있었다. 나물 캐는 것이 재미있고 이야기하는 것이 좋아서 옆을 지나는 길손을 알아채지 못한다.


다시 농로를 따라가다가 활짝 핀 복숭아 밭도 만났다.

이 복숭아 밭을 넘어서 산으로 올라가는 길이 독대 마을로 가는 길이다. 독대 마을이 오늘 걷기를 마치는 곳이고 64코스 종점이다. 산을 넘으니까 독대 마을과 바다가 보인다.

독대 마을에도 바다가 있는 곳이지만 갯벌도 많은 곳이었다.

독대 마을 정류장에는 마을 부녀회에서 운영하는 가게가 있었다. 가게에 들어가서 과역으로 가는 버스 시간을 물으니까 무심하게 버스 정류소에 붙어 있으니까 잘 찾아보라고 한다. 돌아와서 정류소 벽에 붙은 시간을 보았다. 한참을 기다려야 했다.


시내버스를 타고 과역으로 나왔다.

걸으면서 마지막에 생각나는 것은 시원한 막걸리 생각이다. 과역에 도착해서 숙소를 잡기 전에 식당을 찾았다. 이 지역에서 만드는 막걸리를 한 병 시켜서 마셨다. 지역마다 만드는 생막걸리는 고유한 맛이 있다. 그 맛이 내 입맛에 맞는 곳도 있지만, 전국으로 유통되는 막걸리처럼 별로인 것도 있었다. 이곳 지역의 막걸리 맛은 별로였다.

먼저 막걸리에 제조 날짜와 유통기간이 적힌 것이 보통 생막걸리이다. 그 유통기한이 보름 정도인 막걸리 중에 내 입맛에 맞는 것이 있었다. ”하이생탁“이 남파랑 길을 걸으면서 시원하게 마신 막걸리였고, 예전에는 울산 ”태화루“와 부산 ”생탁“이 좋았던 기억이 난다.

막걸리는 제조 날짜와 유통 날짜가 적혀 있고 그 기간이 보름 정도 적힌 것이 먹기 좋은 생막걸리인 것 같았다. 오늘은 유통 날짜만 적힌 막걸리였다.

그래도 산티아고 길을 걸을 때 걷기를 마치고, 알베르게 숙소에 들어가 씻고 나서, 목이 마를 때 마셨던 생맥주 맛은 그만이었다. 그때가 지금보다 더 젊었을 때였다. 나이 들면서 술맛은 그대로인데, 마시고 난 뒤에 뒷맛은 다르다. 그래도 마시고 싶으면 먹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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