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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종익 Mar 20. 2023

남파랑 길 35일차

독대 마을에 도착해서 아침 해가 뜬 것을 바라보면서 오늘 걷기를 시작하려고 한다.

해 뜬 독대 마을이 어제 오후와 다른 모습이다.

어제 오후는 바닷물이 빠져서 갯벌이 보였는데, 아침에는 갯벌에 바닷물이 들어와 있다. 바닷물이 들어온 독대 마을 전경이 더 아름답다. 독대 마을은 이름도 특이하지만, 마을이 오래 기억될 정도로 지형이나 집들이 특이하고 이국적인 생각이 든다.

독대 마을을 지나서 농로로 걷는 길이다. 길을 걸어가면서 마을이 나오면, 고흥에는 마을 입구에 비석이 많이 보인다. 비석의 내용도 효자, 효부의 비석이 많이 눈에 띈다. 이쪽 지방에는 조상들의 묘를 한곳에 모아서 비석을 세운 곳이 많고, 때로는 석물로 사당처럼 만든 곳이 많았다. 묘지를 만드는 것보다 비석을 선호해서 그런지는 알 수 없다.


화덕 마을을 지나서 산을 넘으면 다시 농로 길을 가다가 바다가 잠깐 나온다. 이 바다는 산들에 쌓여서 잔잔해서 호수처럼 보인다.


여기서 바다를 잠깐 보고는 오늘 걷는 길은 농로를 걷는 것이 많다. 멀리 걷는 사람이 눈에 들어온다. 오랜만에 남파랑 길을 걷는 사람을 만난 것이다. 지나면서 반가워 인사를 했다. 둘이서 걸어가면서 서로 이야기하는 것이 지루하지 않을 것 같다.


다시 평야 같은 농로를 지나서 바닷가 마을인 여호 마을에 도착했다.

여호 마을에서는 걷는 사람을 많이 만났다. 아마도 앞에 본 사람들과 일행인 것 같고, 산악회나 동호회에서 걷기를 하러 나온 것 같았다. 오늘이 일요일이라서 모임을 하는 것 같다.

여호 마을이 자리 잡은 바다는 동네를 중간에 두고 양쪽으로 바다가 있는 곳에 자리한 마을이다. 앞쪽으로 여호항이 자리하면서 해안선을 한 바퀴 돌아서 가는 길이 만들어져 있다. 여호항은 배들이 많고 사람들이 많이 사는 제법 큰 항구이다.

여호 마을 가장 높은 곳에는 교회가 서 있는데, 이름이 ”여호 교회“이다. 교회는 가능하면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하려고 하는 것 같다.


여호 마을을 지나면 동네가 숨어 있는 것처럼, 앞에는 저수지가 있고 산속에 있는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는 마을도 지나간다.

그 마을 앞 저수지를 지나면서 이어지는 농로 길을 걸으면서 멀리 높은 산이 보인다. 그 산을 보면서 생각나는 것은 아마도 오늘 가는 길이 그 산 정상은 가지 않더라도 산기슭이라도 지나칠 것 같다는 것이다.


산을 보면서 걷다가 보면 다시 나오는 것이 바다에 제방을 막아서 만든 큰 저수지가 나온다.

이 방조제는 점암 강산 지구 방조제로 길게 만들어져 있다.

방조제 길을 가다가 농로로 들어가서 오랜만에 도로 길을 올라간다.

그동안 걸어왔던 과역면을 벗어나 영남면으로 가는 도로변에는 개나리가 피어 있다.

도로길 고개를 넘어서 간천리에 도착했다. 이곳이 65코스 종점이다.


간천리 농로를 지나서 산으로 올라가는 길이다. 힘이 드는 등산이 시작되었다.

힘이 들어서 주위의 경관보다는 산속의 맑은 공기와 한창 피고 있는 진달래를 구경하면서 천천히 걸어갔다. 오르막 오르는 근육과 평길 걷는 근육이 다른 것 같다. 오르막길이 훨씬 더 오르기 힘든 나이가 된 것 같다.

산에서 간간이 보이는 먼바다가 볼만했다. 산에서 내려오면서 푸른 바다가 계속 눈에 들어온다. 해안선이 아름다워서 눈을 바다로 계속 간다.

아름다운 해안에 있는 사자바위가 눈에 들어온다.

사자바위는 우주 발사 전망대 밑에 있는 해변에 자리하고 있다.

이 아름다운 해변은 사자바위, 몽돌해변과 그 위로 다랭이 논이 있고, 그 위에 우주 발사 전망대가 있다. 더 위쪽에는 산 밑에는 사찰이 위치하고 있다. 이 주변이 풍광이 아름다운 곳이다.


다랭이 논은 남해의 다랭이 논과 비슷하지만, 이곳은 고흥 다랭이 논이다.

우주 발사 전망대가 자리한 곳에 통일 운동의 성지가 만들어져 있다. 통일을 바라는 분들이 모아서 만든 것이라고 하며 통일에 관한 시와 내용을 적은 돌들이 많이 서 있다.


남열리에는 해맞이 해변 해수욕장이 나온다. 이곳 해변에 사람들이 제법 보인다. 여름에는 많은 사람이 올 것 같은 해수욕장이고, 해수욕장 변에 큰 해송들이 그늘을 만들어서 캠핑하기도 좋은 곳이다. 앞에는 탁 트인 푸른 바다와 해송 그리고 모래사장이 어울려져 이름있는 해맞이 해변 해수욕장을 알려진 곳이다.

남열리 항구는 크지 않지만, 남열리 마을은 바닷가 마을로서는 큰 마을이다. 마을 앞에도 모래사장이 있는 해변이 있다.

남열리를 지나서도 해변이 아름답다. 이 해변 길에는 ”우주로 가는 길’이라는 표지판이 보이는데 어울리는 것 같다. 해변에서 보이는 섬 중에 “독대”라는 섬이 보인다.

이 섬은 사람이 사는 유인도이고, 오늘은 이 주변에서 쉴 자리를 잡았다.

오늘 걷기를 독대 마을에서 시작해서 독대 섬이 보이는 곳에서 마감한 날이다. 우연이지만 특이한 날이다.


오늘도 걸으면서 요즈음에 가장 큰 고민인 숙소를 잡지 못해서 걷기를 마칠 무렵이면 온통 그쪽으로 신경을 쓴다. 인터넷에서 주변에 숙소를 찾지 못해서 고흥읍으로 나가려고 버스 정류장을 찾아서 갔다. 가다가 한옥 펜션이 보여서 간판에 적인 번호로 전화를 했다. 혹시 혼자서 하룻밤을 잘 수 있는 방이 없느냐고 물었다.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물어보았는데, 역시 없었다. 그런데 친절한 아주머니가 다른 곳을 소개해 준다고 했다. 그래서 조건이 맞아서 숙소를 정한 것이다.

오늘도 우연히 좋은 곳을 찾은 것이다. 일단 내가 무엇인가 시도해야 원하는 것을 만날 수 있는 것이다. 가만히 있으면 원하는 것이 스스로 찾아오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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