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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종익 Mar 27. 2023

남파랑 길 42일차

장흥읍 버스 정류장에서 오늘은 어제 걷기를 마친 원등마을에 내린 것이 아니라 더 멀리 버스로 가서 걷기를 시작했다. 오늘 시작하는 79코스는 너무 길어서 처음에 별로 특별한 것이 없는 구간은 버스로 이동한 것이다.


서울에서 가장 남쪽에 있는 나루터를 뜻하는 정남진 전망대는 앞바다의 섬들이 조망되는 전망 좋은 곳이다.

전망대를 지나서 걸어오면서 뒤를 돌아보니까 오늘은 해가 나오려는지 구름 사이로 햇볕이 보인다. 섬들은 물들이 빠져서 갯벌로 연결되어 있고 드러난 갯벌에 들어가 무엇인가를 채취하는 사람들이 보인다.


시원하게 뻗은 해안 도로를 따라가면 신상 마을이 나온다. 신상 마을에서 고개를 넘으면 보이는 큰 마을이 신덕 마을이다. 이 마을은 오래된 은행나무가 오래전에는 수호신 역할을 했는데, 지금도 건장하게 서 있다.

신덕 마을은 소설가 한승원 씨의 생가가 있는 곳이기도 하고, 독립자금을 모금하여 독립운동을 한마을이다. 마을 뒤편에 한승원 씨가 태어나 자란 집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고,

그 집을 나와서 올라가는 고개 길이 한재 고개이다. 한재고개 길 굽이 굽이에 벚꽃이 만개해 있다.

한재 고개는 신상과 신덕 마을 사람들이 화진포에 넘나들던 곳이고, 아이들이 상급학교를 가기 위해서 넘었던 고개이다. 이 고개에서 아이들이 소도 먹이고 나무도 하던 곳이다.

한재 고개 정상에 잘 조성된 한재 공원이 주위에 진달래와 벚꽃이 절정이 되어있다.


공원에서 내려오는 길에도 벚꽃길이 조성되어 있다. 긴 한재 고개를 내려오면 만나는 마을이 덕산 마을이다. 덕산 마을 삼거리에 조팝나무의 흰 꽃이 활짝 펴 있고, 그 옆에 동백꽃도 같이 피어서 한참을 구경했다.

또 주변에 있는 벚나무도 만개해서 이곳은 화려한 봄을 연출하고 있다.

멀리 회진항이 눈에 들어오고 회진면 소재지가 보이기 시작한다.


신상 마을에 가기 전에 이정표가 회진항 2Km라는 팻말을 보았다. 한재 고개를 넘어와도 40분이면 충분히 올 시간이다. 그런데 한 시간 반이나 걸어온 것 같다. 이정표가 잘못되어서 곧 도착할 것 같았던 회진항이 그렇게 멀리 걸어왔다. 기대만 하지 않았어도 지루하고 짜증 나지는 않았을 것인데, 잘못된 이정표로 기분이 상하게 만들었다. 이렇게 잘못된 이정표가 아직 남파랑 길에는 상당히 있었다.


회진면 소재지를 지나서 시작하는 곳은 회령 진성이고 새로운 코스인 80코스가 시작된다.

회령 진성에 올라가 보면 펼쳐진 넓은 들과 멀리 보이는 거대한 산이 있고, 회진읍도 한눈에 들어오는 곳이다.

회령 진성은 왜구들의 침입을 막기 위해서 쌓은 성으로 정유재란 때는 이순신 장군이 이곳에서 무기와 군사를 정비하여 왜군을 물리쳤는데, 이것이 명량대첩이라고 한다.


회령 진성에서 내려와 물 빠진 갯벌 바닷길을 걸어서 넘어가면 선학동 마을이 나온다.

이 마을은 이청준 작가의 선학동 나그네를 영화로 만든 장소이고 이청준의 문학 길을 만들어 놓은 곳이다.

마을을 뒤로 돌아서 산으로 올라가도록 길은 만들어져 있다. 산으로 올라가는 길은 급경사로 보통 등산길보다 더 가파른 길이다.

힘들게 꼭대기에 올라가면 내려갈 것을 예상했지만, 등산길은 끝나지 않았다. 산속으로 돌고 돌아서 가는 길이다. 그 길에도 이청준 작가의 작품들을 소개하는 팻말이 서 있다.


등산이 끝나고 제법 바다도 보이고 큰 마을이 나온다. 진목리 마을이다.

이 마을이 이청준 작가가 태어나서 자란 곳이다. 길은 이청준 작가의 생가로 안내하고 있다. 아담한 기와집에 잔디가 있는 집이다.


오늘은 두 작가의 생가를 구경했다. 사실 이번에 처음 이름을 들은 작가들이다. 장흥에서 많이 선전하는 듯한 인상이 든다. 작가의 작품들을 널리 알리는 것은 좋은 일이고, 글은 작품이 약간만 이름을 얻거나 이름난 상을 받으면 성공한 작가가 될 가능성이 많은 것 같다. 역시 작가의 직업은 힘들지만 매력이 있는 면이 있다.


진목리를 지나면 직선으로 된 농로이다. 이 농로는 너무 길어서 산티아고 밀밭 길과 비교해도 될 정도이다.

직선으로 가다가 다시 직선으로 옆으로 긴 길을 간다. 그다음에 나오는 것이 바다를 연한 긴 방파제 길이다. 직선 농로 길 옆으로 푸르게 심어진 작물은 처음에는 보리나 밀인 줄 알았는데, 소를 먹일 초지인 것 같다. 주변에 소를 키우는 우사가 눈이 가는 곳은 어디나 있을 정도로 많이 있는 곳이다.


농로 중간에 하얀 민들레가 집단으로 자라는 곳이 있었다.

하얀 민들레가 있는 곳에는 노란 민들레가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조금 가까운 곳에 노란 민들레가 몇 포기가 같이 자라고 있다. 

조금 더 가니까 노란 민들레가 집단으로 자란다.

이곳에서는 하얀 민들레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색깔이 다른 민들레는 서로 친하지 않는듯하다.


긴 방파제 길이 시작하는 곳에 바다가 보이는 둑이 오늘 점심 먹는 장소이다. 시원한 바다를 보면서 점심을 먹을 것이다.

걷는 길에서 점심시간에 식당을 만날 수가 없는 곳이 많아서 점심은 항상 준비를 해 온다. 점심시간이 되면 주로 정류장을 많이 이용하지만, 그런 곳이 없는 곳에는 이렇게 풍광이 좋은 곳에 자리를 잡은 것이다. 오늘이 점심량이 많은 편이다.


다시 바다를 돌아서 가면 강진만이 보이는 곳이 나온다.

표시는 없었지만, 장흥에서 강진으로 넘어온 것이다. 장흥 길은 특이한 것은 없었고, 작가들을 강조하기 위해서 작가들의 연고지를 따라서 만들어진 것 같은 인상을 받았다. 산으로 길을 만들어서 등산을 하도록 한 것도 작가의 생가를 가기 위한 것이라는 느낌을 준다. 장흥 길에서 봄에 피는 꽃들을 마음껏 본 길이다.


강진만에는 푸른 바다와 바다 위에 양식 장비와 배들이 많이 정박해 있다. 강진군에서 처음 만난 항구는 신마항이다. 신마항을 넘어가면 마량항이 나온다.

마량항은 마량 대교가 보이는 곳에 자리한 큰 항구이다. 마량은 항구가 폼 나게 만들어져 있고, 횟집들도 많았지만, 오늘은 일요일이라서 닫은 곳이 많았다.

마량항에서 하룻밤을 쉬기로 하고 숙소를 찾았다.


남파랑 길이 이제 10코스가 남았다. 90코스 중에 80코스를 마친 것이다. 나머지 구간도 마음을 비우고 걷는 길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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