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안종익 Mar 26. 2023

남파랑 길 41일차

어제는 너무 걸어서 다리가 아침에 일어나도 덜 풀린 것 같다. 왼쪽 뒤 허벅지가 지린 것 같다. 그래도 조심해서 한참을 걸어가니 아픈 것이 없어진 것 같다. 이렇게 아침에 걸으면 어제 오후에 천근 같던 다리가 풀리니까 걷는 것이다.


동백꽃은 꽃이 핀 곳이 있고 진 곳도 있어 일정치 않아 제대로 핀 꽃을 보지 못하다가 객산 마을 입구에 홀로 서 있는 동백꽃은 아름다웠다.

객산 마을을 지나 오르막으로 올라오면 가까이 보이는 산이 올라가 보고 싶은 곳이 보인다. 삼각 봉오리가 아름다운 필봉이다.

필봉을 보면서 걷다가 보면, 밑으로 보이는 바닷가 밭에 잘 정리된 비닐이 깔린 밭이 보인다. 무엇을 심었는지는 보이지 않지만, 이 지방에는 지금 저렇게 심고 있는 것은 감자가 아니면 옥수수이다


연동마을을 따라서 걷는 길은 거의 직선 길이다. 보성 길은 해안선을 따라서 직선 길을 많이 만들어 놓았다. 이 길가의 밭에는 전국에서 유명한 보성 쪽파가 심어져 있다.


바닷가 작은 마을이 갯벌은 앞에 있고, 옆으로는 바다가 보이는 살기 좋아 보이는 마을이 있다. 마을 앞에서 아주머니가 조개잡이 하려고 갯벌에 허리를 굽히고 있다. 마을 이름은 금광리이다.


금광리를 지나서 나오는 평강 해변에는 해변가 도로 인도에 조약돌을 붙여서 만든 곳이 나온다. 그 길이가 2킬로는 될 것 같은 곳에 조약돌을 색깔별로 붙여서 만들었다. 일일이 조약돌을 수작업했을 것 같은데, 물고기 모양, 동물 모양, 여러 가지 문양을 수없이 만들어 놓았다. 만들 때 엄청난 정성을 들인 것 같은데, 지금은 흙이 덮이고, 조약돌이 떨어지고 오히려 걷기만 불편한 길이 되어 있다.


율포 해수욕장은 해변이 넓고 해송이 많은 낭만의 거리로 조성되어 있다. 해변에 두 손으로 만든 하트 모양의 조형물은 해수욕장에서 돋보이는 곳으로 지나가면 사진 촬영을 잊지 않는 곳이 되었다.

율포 해수욕장에 오랜만에 가게를 만나서 필요한 것을 보충하고 다시 시작하는 기분으로 걷는다.

다음에는 벽교리 해수욕장이 나오는데, 해변과 해송이 율포 해수욕장과 거의 비슷한데 규모가 다를 뿐이다. 여기 해수욕장 부근에서도 아름답게 핀 동백나무를 서 있다. 동백꽃이 이렇게 아름다운 꽃이 필 때가 있으니까 동백을 심는 것 같다.


금학 솔밭 해변에는 이순신 장군의 흔적이 있는 곳이다.

이곳은 해변은 모래사장이 있어서 해수욕이 가능한 곳이다. 임진왜란 때는 군영 구미라고 해서 이순신 장군이 다시 삼군 수군통제사로 복귀해서 물자를 싣고 출항한 곳이라고 한다. 해변에는 바다를 뒤에 두고 이순신 장군이 당당하게 서 있다.

금학 솔밭 해변은 테크와 솔밭과 모래사장이 있어서 텐트 치고 야영하기에 좋은 곳이다.

이곳을 지날 때 한 가족이 야영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할머니 한 분이 야영할 장소에 앉아서 지켜보고 아들, 딸들이 부지런히 짐을 나르고, 한쪽에서는 텐트를 설치 중이다. 나 어린 손자들은 벌써 백사장에 놀고 있다. 나르는 짐 중에는 장작이 많았고, 물건이 이삿짐같이 종류도 다양했다. 이렇게 텐트를 치고 할머니를 중심으로 가족이 오늘이 토요일이니까 하룻밤 이곳에서 지내는 것 같다. 야외 해변에서 고기도 굽고 바다도 보면서, 할머니를 모시고 온 가족이 즐겁게 같이 지내는 모습을 상상해 보니까 단란한 가족의 모습이 그려진다.


군영 구미 해변을 지나서 언덕 도로 길을 올라가면 내려가는 곳에 장흥군의 시작을 알리는 표지판이 나온다.

보성군을 지나면서 보성은 벌교에서도 길도 직선 길이 많았고, 조금 전까지 걸어온 보성 길도 거의 직선 길이었다. 남파랑 길을 만들 때 해변 쪽으로 가면서도 가능하면 직선 길이 되도록 한 것 같다. 도로와 같이 오는 곳은 있었지만, 어쩌면 시원한 길이었고 정직한 길이었다. 고흥처럼 이리저리 돌리는 길이 아니었다.


장흥으로 들어서자 멀리 바닷가 마을이 보이고 대형 물놀이 위락시설이 나온다.

장흥군은 머릿속에 언 듯 떠오르는 이미지가 없다. 널리 알려진 특산품도 생각나지 않는다.

내리막길을 내려가서 대형 스파 시설을 지나면 바닷가가 나온다. 앞에 넓게 펼쳐진 해변이 수문해수욕장이다. 이른 봄이지만 해변에는 늙은 연인들과 가족들이 모래 위에서 놀고 있다.

장흥의 이미지가 떠오르지 않았는데, 정류장에 “어머니의 품 장흥”이라는 문구가 보인다. 예상하지 못한 것이지만, 색다르고 정감이 가는 문구이다. 이 문구가 장흥을 대표하는 것인지는 모르겠다.

조금 더 가면 “장흥 키조개 거리”가 나온다. 온통 키조개 그림과 문구로 만들어져 있다. 이곳은 소설가 한승원의 키조개에서 영감을 얻어서 만든 것 같고, 장흥에 키조개가 많이 나는 곳이기도 한 것 같다.

키조개 거리를 지나서 바로 만나는 것이 한승원의 문학 산책길이다.

해변가의 긴 길에 한승원의 작품들을 큰 바위에 새겨서 소나무 숲 사이에 만들어 놓은 곳이다. 중간에는 멋진 조형물도 만들어져 있고, 문학 산책길을 잘 만들려고 애를 쓴 흔적이 보인다. 지금은 관리가 잘되지 않아 산책길에는 폐어구와 농사 도구가 쌓여 있고 찾는 사람도 보이지 않는다. 이 산책길을 걸으면서 한승원 작가가 누구인지 모르지만, 이곳 장흥에서 태어난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돌에 새겨진 글들을 읽어보다가 세계적으로 유명한 문학상을 받은 한강 작가의 아버지라는 문구에 보니까, 한승원 작가가 갑자기 달라 보였다.

이렇게 이름이 알려진 사람과 연관이 되니까 생각하던 이미지가 달라진 것이다. 이름이 알려지고 잘 안 알려진 차이가 큰 것이다. 사실 유명하다고 그 내용까지 다 좋은 것은 아니다.


장흥군의 사촌 마을은 항구도 있지만, 뒤편에 있는 농토가 평야 같은 간척지를 갖고 있는 곳이다. 사촌 마을을 지나서 걸어가는 방파제는 길이가 끝이 보이지 않는다. 끝없는 길은 고단한 하루 걷기가 끝나가고 있는 길이다.

그 긴 길에는 호수 같은 갈대숲도 있었고

지평선이 보일 것 같은 농토를 보면서 걷는 길이다. 오늘은 바다나 들에는 봄기운 완연하고 오후에 햇볕이 나오는 포근한 날이다. 다리가 무거워지고 걷는 속도가 느려지는 것이 오늘도 마칠 때가 되었다. 이쯤에서 다리를 쉬게 해야 내일 다시 걸을 수가 있는 것이다.


남파랑 길 78코스 종점인 원등마을 회관에 도착했다. 마을회관 바로 앞에 있는 정류장에서 언제 올지 모르는 버스를 기다린다. 오늘은 장흥읍으로 들어가서 쉬어야 할 것 같다.

한참을 기다리면 버스가 올 것이라 생각을 굳히고 있었지만, 그래도 지나가는 할아버지에게 물어보았다. 이곳에도 버스는 오지만 오래 기다려야 하고, 마을 뒤쪽에 가면 정류장이 있는데 그곳에는 버스가 자주 지나간다고 한다.

묻지 않고 기다렸으면 더 오래 이곳에 머물러 있었을 것이다. 모르면 물어보는 것이 덜 고생하는 방법인 것 같다.

뒤편 정류장으로 가면서 원등 마을 중간에 꽃이 지고 있는 큰 자목련 나무를 보았다. 완전히 개화했을 때 보았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작가의 이전글 남파랑 길 40일차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