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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종익 Mar 29. 2023

남파랑 길 43일차

마량에서 하룻밤을 보낸 모델은 남파랑 길을 걷는다고 하니까 숙박비를 싸게 해주었다. 남파랑 길을 걸으면서 처음으로 대접을 받은 것이다.

사실 남파랑 길을 걸으면서 이곳에 사는 사람 중에 이런 길이 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걷다가 읍내는 어디로 가는지, 어디서 버스를 기다려야 하는지, 버스는 언제 오는지 물어야 하는 경우가 있는데, 사람을 볼 수 없어서 물어볼 수가 없다. 간혹 지나가는 노인들을 만나면 모르는 경우가 더 많았다.


아침에 “마량 놀토 수산시장” 앞을 지나면서 간판이 너무 길어서 한참 읽었다.

마량면 소재는 강진에서는 가장 큰 항구일 가능성이 높다. 규모도 크고 농공단지도 있었다. 마량을 지나면서 나오는 것은 물 빠진 갯벌이다.

갯벌 옆으로 난 도로는 아직 햇볕이 들어오지 않은 음지이다. 오늘 아침은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린다. 손이 시려서 장갑도 끼고 겨울 털 모자도 섰다. 찬 바람이 너무 불어서 단단히 채비를 했는데도 춥다. 오늘따라 걸어가는 방향에서 바람이 불어온다.

갯벌에 햇볕이 들 무렵에는 구수리 해변 길을 걸었다. 멀리 섬이 보이고 오늘은 하늘이 아침부터 푸르다.


날씨가 너무 좋아서 멀리 산까지 선명하게 보이는 날이다. 이런 날 먼바다가 보이는 길을 걸어야 하는데, 오늘은 건너가 바로 보이는 강진만을 걷고 있다. 그래도 강진만은 해안을 따라서 걷는 길이다. 계속 해안선이 생긴 대로 걸어가면 되는 길인데, 이 길이 강진만 해안 도로 50Km이다.


해안 길에서 목 좋은 곳에 펜션이 들어서 있고, 펜션을 지나서 가면 나오는 마을이 어촌 체험 마을인 백사리이다. 물 빠진 갯벌에 빈 배가 있는 마을 해변가에 폐어구로 만든 인형을 세워 놓았다. 넓은 갯벌에는 경운기나 차가 잘 다닐 수 있게 시멘트로 길을 만들어 놓았다.


갯벌을 따라 걸어가면 고바우 전망대가 나온다. 강진만을 조망할 수 있는 곳으로 지금은 사람의 왕래가 없는지 문이 닫혀 있고 잡초만 무성하다.

고바우 전망대 주변의 도로가에는 오래된 벚나무 테크 길이 길게 조성되어 있다. 벚나무도 오래되어 만개하면 멋진 산책로가 될 것 같다.

고바우 전망대 벚나무 길이 끝나면 하지 마을의 해안선을 따라서 가는 길이다. 하지 마을은 갯벌 체험 마을이었다. 하지 마을에서 바다가 잘 보이는 중심에 정자집이 서 있다. 이곳 바닷가 마을은 정자가 아니라, 정자집을 지어 놓은 곳이 대부분이다. 집처럼 기와지붕을 얻고 유리창으로 벽을 만든 정자집이다.

멀리 강진만에 큰 섬이 보인다. 섬의 양쪽에는 교량이 놓여 있는 것이 멀리서 보아도 이름있는 섬인 것 같다.

해안 길을 따라가면서 시선은 섬을 바라보면서 걷는다. 섬이 가까워지자 섬에는 전망대도 보이고 전망대로 올라가는 짚트랙도 보인다.

이 섬은 가우도이고 전망이 좋아서 관광지로 개발된 곳이다. 이곳에는 관광차도 여러 대 보이고 구경나온 사람들도 많았다. 여기가 81코스 종점이다.


길은 가우도를 지나서 세심정이라고 안내하는 곳으로 따라갔다. 농로로 갈 것 같았는데, 바닷가 옆 작은 산으로 올라간다. 산으로 올라가는 길은 가파르다.

이 산에 올라가면 정상에 세심정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래도 올라가서 강진만이 잘 보이고, 기우도도 잘 보일 것 같았다. 작은 산에는 진달래가 많이 만개해 있고, 정상에 올라서 보니 세심정은 없고 사진 찍기 좋은 곳이라는 표시만 있다. 길은 작은 산이지만 산길이 계속 이어지고 한참을 가니까 내려가는 길이 나온다. 그런 하산길을 다 내려가니까 가장 밑에 세심정이 자리하고 있었다.

정상에 있을 거라는 생각이 완전히 빗나간 것이다. 사실 정상에 있을 세심정을 기대하고 올라갔는데 밑에 있으니까 실망이 되었다.


그동안 해안선을 따라서 난 길을 오다가 이제는 해안 길이 아니라 농로가 나온다.

농로를 가로질러서 봉황마을이 나오고 농로는 끝나고 다시 해안 길이 나왔다.

오늘 길은 남파랑 길에 어울리게 해안 길을 많이 걸었다. 여기서부터는 직선으로 된 해안 제방길이 이어진다. 영풍 마을까지 가는 길은 갯벌 길이다.

그 길에서 갯벌 속에 조용히 한 발로 서서 자는 듯한 흰 황새가 서 있다. 자세히 살펴도 한 발밖에 보이지 않는다.

영풍 마을이 지나서 멀리 강진읍이 보인다

갯벌이 넓게 펼쳐지고 제방이 끝이 보이지 않는 곳에 강진읍이 위치하고 있다.

제방 길이 너무 길어서 지루할 무렵에 제방에 큰 오리가 보인다. 제방 둑에 오리를 만들어 놓은 것 같다. 가까이 가서 보니까 어미 흰 황새와 새끼 황새가 서로 마주 보고 있는 조형물이다.

조형물을 지나면 탐진강을 건너서 갈대숲으로 가는 멋진 다리가 놓여 있고, 강진의 갈대숲 길이 나온다. 강진의 갈대 생태공원의 규모도 엄청나게 크다.

강진읍에 들어서면서 멀리 보이는 산에 청자 모형을 만들어 놓은 것이 이색적이다. 강진을 상징하는 것처럼 보인다.

처음 멀리서 그 병을 보고 막걸리 병이 연상하였다. 오늘 걷기가 끝나가니까 막걸리 생각이 난다는 것이다. 오늘도 강진에는 무슨 막걸 리가 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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