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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종익 Mar 30. 2023

남파랑 길 44일차

강진만의 생태 공원 갈대숲을 지나서 아직 해가 떠오르지 않은 길을 강진만의 갯벌을 보면서 걷는다. 봄철 강진만에 바닷물이 차는 시기는 한밤인 것 같다. 낮에는 갯벌이 드러나 보인다. 아침 해가 떠오르는 것을 보면서 갯벌 해변 길을 걷고 있다.

아침에 걷기를 시작하면 처음에는 다리가 아프다가 서서히 적응되면서 다시 평시와 같이 걷지만, 시간이 가면 오후가 되면 다리는 힘이 있는데, 발바닥이 아프다. 그래서 걸으면서 발바닥을 가끔 주물러 주면서 걸어간다.


백련사로 걸어갔다.

백련사 일주문을 지나서 동백나무 군락지 밑을 걸으면서 2년 전 백련사를 왔을 때가 생각난다.

백년사 동백꽃으로 사랑의 하트를 만들면 연인들의 사랑이 이루어지거나, 짝이 없는 사람은 연인이 생긴다는 소문을 내면, 동백꽃이 필 무렵이면 사랑을 이루고 싶은 사람들이 백련사에 많이 찾아올 것이라고 글을 쓴 적이 있었다.

오늘도 백련사 동백나무 숲에 사랑의 하트 모양이 있을지 궁금해하면서 동백꽃 나무 길을 올라갔다. 신기하게도 동백꽃 하트모양이 있었다.

예전에 생각했던 것처럼 사랑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는 백련사의 동백나무 숲일 수도 있다.

백련사의 동백나무 숲은 국가지정 천년 기념물이다. 이 동백나무 숲길은 동백꽃이 3월 초에 개화하여 3월 말에 꽃이 떨어진다.


동백나무숲을 지나서 다산이 귀향 왔던 다산 초당으로 가는 길은 오르막이다.

오르막은 예전 그대로이고 언덕을 넘어서 내려가는 길에 서 있던 두 가지로 이상하게 생긴 편백나무도 다시 보게 되어서 반가웠다.

다산 초당도 기와집이 그대로인데, 그때 지나가면서 다산 초당이 기와보다는 초가지붕이 더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앞으로 초가지붕으로 바뀔 것으로 예상도 했었다. 예상이 빗나가 아직 기와지붕이 건재하게 자리하고 있다.

올라오는 길은 예전에 나무뿌리가 나와서 걷기가 불편했는데, 지금은 잘 정비되어 있다.

내려가면서 초입에 있는 기념품 가게나 주위 경관은 그대로이지만, 남파랑 길이 만들어지면서 남도 명품길이 생긴 것 같다.


남도 명품 길은 숲속으로 길을 안내한다. 숲속의 작은 고개를 넘으면 시골의 아늑한 전경이 나오는 시골길이다. 이 시골길의 풍광이 오늘 맑은 날과 함께 한없이 따사롭다.

이런 시골길은 그렇게 길지 않아서 끝이 나고, 길은 산으로 들어간다. 산길에는 진달래가 원 없이 피어 있다. 진달래를 감상하면서 걸어가는 산길은 오르막도 있고 내리막이 있는 길이다. 산길을 너무 오래 걷다가 보니까 남도 명품 길이 아니라 명품 산길을 만들려고 애쓴 것 같다.


산길을 가다가 내려간 곳이 석문이 있는 아름다운 계곡이다.

아름다운 계곡의 끝에 멀리 기암 위에 아담한 정자가 보인다.

정자가 산허리 풍광이 좋은 곳에 위치해 있다. 주변에 기암들과 잘 어울리는 정자이다.


길은 산으로 올라가서 석문 출렁다리 쪽으로 올라간다. 가파른 암석 길을 올라서 출렁다리까지 올라갔다.


출렁다리의 리본은 출렁다리를 향해서 달려 있고, 이곳을 다녀간 수많은 산악회의 리본들은 반대편인 만덕산 쪽으로 달려 있다.

한참을 망설이다가 출렁다리 쪽이라는 표시를 발견했다. 출렁다리 쪽으로 걸어가지만, 다음은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는 절벽이다.

출렁다리에도 양쪽에 하트 모양을 만들어 놓아 사랑의 다리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건너가면 출렁다리 끝에는 어린아이가 뽀뽀하는 모형도 만들어져 있다.


건너온 석문산에는 기암괴석의 바위산이다. 예상하지 못한 석문산 바위 쪽으로 길은 올라간다.

힘든 돌산을 숨을 헐덕이면서 넘어가니까 도암면 소재지가 나왔다. 여기가 83코스 종점이다.


도암면 소재지를 지나면 다시 농로를 따라서 길이 나 있다.

소를 먹이는 우사도 보이고, 이곳에는 벌써 밭에 비닐을 깔아 놓은 곳이 많이 보인다. 밭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거의 기계로 하는 것 같다.

요즈음 농사하는 것도 노동력이 집약되는 일은 주로 외국인이 하고, 농사짓는 젊은 농부들은 기계로 일을 하거나 차로 인부들을 실어 나르는 일을 주로 한다. 그러니 힘든 일은 외국인이 하고 젊은 농부들은 거의 운전을 하는 격이다.

외국인 인부들이 없으면 앞으로 어떻게 될지 예상이 되지 않는다.


긴 농토를 지나서 바다로 향하는 길에서 사륜 오토바이를 탄 한 무리의 할머니들이 지나간다.

지나가는 모양이나 뒤에 실린 짐으로 보아서는 갯벌에서 해산물을 잡으러 갔다가 오는 중이다. 이제는 바다에 가는 길에도 사륜 오토바이가 없으면 불편한 것 같다. 긴 갯벌을 걸어서 들어가려면 잘 걷지도 못하는 할머니들은 오래 걸릴 것 같다. 그러면 물때에 맞추어서 해산물을 남만큼 채취할 수가 없으니까 갯벌이 넓은 곳에 사는 할머니들도 사륜오토바이가 필수품인 것 같다.


다시 갯벌이 나오고 긴 방조제 길을 걸어간다. 이 방조제도 그 길이가 고흥 방조제만큼 긴 느낌이다.

방조제 안 갯벌에는 고기 잡는 발들이 쳐져 있다. 이런 발에서 어떻게 고기를 잡는지 궁금하다.


이 코스도 거의 해안 길을 갯벌을 보면서 걷는 길이다. 오늘 길의 종점은 사초 항이다. 서초항에 가는 해안 길을 지루하게 걸어갔다. 가는 길에는 이름 모르는 섬도 있었고, 간간이 홀로 서 있는 잘 지은 독가촌도 보인다. 사초항 가기 전에 다시 갈대숲이 길게 형성된 곳도 만났다. 이곳 갈대숲도 대단히 넓고 긴 숲이다.

강진만 해안 도로의 50Km를 지금까지 44Km 걸어왔다는 표시가 나온다.

이제 남은 거리는 6Km이다. 남은 거리만 걸어가면 사초 항도 나오고 강진 길도 끝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남은 길을 지쳐서 생각 없이 걸어간다. 멀리 사초 항이 보인다. 오늘은 사초 항에서 강진읍으로 들어가 쉬고 다시 내일 아침에 사초 항에 돌아올 생각이다.


사초 항에서 강진읍으로 가는 버스가 있다고 들었다.

도착한 사초 항에는 사람도 아무도 보이지 않고 84코스를 종점을 알리는 표지판은 서 있었다. 다시 해남으로 넘어가는 긴 방파제를 걸어갈 힘이 없어서 지나가는 사람을 기다렸다. 사람은 지나가지 않으니까 지나가는 차를 세웠다. 사초 마을 정류소를 물어보니까 손으로 이 길을 계속 가라고 한다.

감사하다고 인사하고 그 길을 따라서 걷는다. 그 도로 길은 아무리 걸어도 승강장이 보이지 않는다. 승강장을 찾기 위해 걷는 그 길에는 오래된 벚꽃이 만개한 아름다운 거리이다. 이렇게 아름다운 벚꽃길을 구경하는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그렇게 승강장은 3Km 정도 더 걸어서 찾았다.


한참이 지나서 반대편에서 버스가 온다. 급하게 건너가서 강진읍으로 가느냐고 물었다. 버스기사 대답이 무조건 타라는 것이다. 방향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강진 버스는 타면 마지막에는 강진읍으로 가니까 타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이곳은 버스가 거의 지나지 않는 곳이라고 했다. 버스는 몇 곳을 돌아서 강진읍으로 들어갔다. 마지막이 피곤한 하루였지만, 오늘도 남파랑 길의 종점이 해남 땅끝마을이 가까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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