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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종익 Mar 31. 2023

남파랑 길 46일차

숙소에서 나오니까 바로 앞에 멋지게 지어진 완도 해조류 센터 건물이 있다. 2014년 완도 국제해조류 박람회 주재관으로 개관된 건물이다.

완도항의 해변을 따라서 항구에 많은 배가 정박해 있고, 그 가운데 떠 있는 섬이 주도이다.

주도의 상록수림은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고, 완도항 앞바다에서 구슬 모양을 하고 있다고 해서 주도라고 불렀지만, 오랜 침식작용으로 지금은 하트 모양에 가깝다고 한다.

완도항 해안가에는 주도를 바라보면서 하트 모양을 만들어 놓았다. 이곳에서 주도를 배경으로 사진 촬영을 하라는 것인 것 같다.

완도항을 지나서 가는 길에는 완도의 랜드마크 완도 타워가 나온다.

이곳에서는 완도항과 신지대교 잘 조망되면서 완도 주변의 야경이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일출과 일몰도 아름다운 명소로 알려져 있다.


완도읍을 지나서 바닷가로 나오면 석정 포구가 나온다. 석정 포구를 바라보고 최강 장군의 가리포 해전 대첩비가 서 있다.

이 해변에서 감나무 과원의 언덕을 올라 넘어서면, 부꾸지쪽으로 산속으로 난 도로를 따라 길이 나 있다. 부꾸지에 도착하면 바닷가의 산속 위로 길이 올라간다.

여기서부터 예상하지 못한 산길이다. 산길이 3Km 넘는 길이다. 이 산길을 가면 바다가 보이는 전망대가 두 곳이 나온다.

완도의 해안 절경과 넓은 바다에 널게 펼쳐진 전복 양식장이 볼 수 있는 전망대이다.


잘 정비되지 않은 산길을 걷다가 보면 마지막에 멋진 곳이 나온다. 정도리 구계동이다.

정도리 구계동은 파도에 의해서 자갈밭이 아홉 계단을 이룬다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넓은 자갈밭 해변이 있는 곳이다. 이 해변의 테크 길을 걸어가면, 바다를 보면서 조용히 앉아 생각에 잠기고 싶은 해변이다.

해변 뒤에는 정도 마을이 나오고 넓은 논밭이 있는 큰 마을이다. 정도 마을에서 화개 마을 사이는 논은 평야처럼 끝이 보이지 않는다.

화개 마을 길은 벚꽃이 한창이고 이 벚꽃 도로를 따라가면 화홍 마을이 나온다. 여기가 87코스 종점이다.


화홍초등학교 담장에서 시작하는 88코스는 학교 담장을 따라서 뒤에 있는 마을로 들어간다.

이번 길은 마을에 들어가서 상왕봉으로 올라가는 코스이다.

상왕봉은 해발 644m로 이 부근에서 가장 높은 봉이다. 올라가는 입구에서 만나 벚꽃은 완전한 절정을 지나서 꽃비로 내리는 중이다.

시작을 임산도로로 시작하니까 길은 걷기가 나쁘지 않지만, 계속 올라가는 오르막이다. 임산도로는 서서히 굽이굽이 올라가니까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이 임산도로 가면 언젠가는 상왕봉으로 올라가는 등산길이 나올 것이다.

올라가는 임산도로에 산불이 난 흔적이 보인다. 큰 소나무 밑이 불에 그을린 흔적이 많이 보인다. 불에 그을린 나무들은 고사한 것도 있고 아직 고사하지는 않았지만, 솔잎이 많이 말라있어 곧 죽을 것 같다. 불에 상처 입은 큰 소나무가 애처롭다.

계속되는 임산도로를 따라 올라갔다. 임산도로를 돌고 돌아서 상왕산으로 올라가라는 표지목이 나온다. 여기서부터는 등산길이고 가파른 길이다.


돌계단을 올라가다가 철제 계단도 나온다. 힘들게 올라가니까 진달래가 핀 바위 위에서 지금까지 올라온 산기슭이 내려다보이고 멀리 바다와 완도 마을이 보인다. 오늘도 그렇게 잘 보이는 맑은 날은 아니다.

진달래 바위를 지나서 가파른 돌길을 오르면, 남근 바위하고 하지만 그렇게 보이지는 않는다.

여기서 상왕봉까지 300m 남았으니까 절반 정도 올라온 것이다.

다시 오르기 시작하여 정상의 테크가 보이니까 빨리 올라가고 싶은 마음이 앞선다. 정상에 다가가면서 조릿대와 자줏빛 꽃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더디어 그렇게 멀게만 보였던 상왕봉 정상에 올랐다.


상왕봉에 오르면서 다리가 그렇게 아프지는 않았다. 임산도로부터 정상까지 계속 오르막이니까 다리가 덜 아픈 것 같다. 걸어보니까 올라가는 근육과 내려가는 근육이 다른 것 같다. 물론 평 길을 걷는 근육도 다른 느낌이다. 계속 올라오니까 올라가는 근육만 쓰니까 덜 피곤한 것 같다. 내려가는 근육을 쓰다가 올라가는 근육을 쓰면, 그때 근육이 피곤해지는 느낌을 오는 것 같다. 다른 근육을 쓰기 위해서 바뀌는 때가 힘이 들고, 그 근육이 적응할 때까지 힘든 느낌이 오는 것 같았다. 그러니 오르막 내리막이 많은 길이 힘든 것이다. 물론 걸어본 경험에서 생각해 본 것이다.


상왕봉 정상은 완도읍도 보이고 반대쪽도 잘 보이는 곳이다.

정상에는 혼자서 한참을 구경하다가 준비해온 점심을 한가하게 먹으면서 바다를 내려다본다. 오늘 바람은 시원하고 포근한 바람이다.


내려가는 길은 올라온 반대로 가는 길이고, 그렇게 가파르지 않는 길이다. 간혹 올라갔다가 내려가는 경우고 있었지만, 나무 그늘 숲길을 천천히 내려왔다.

길은 더디어 임산도로와 만나는 곳에서 걸어가기 좋은 길을 굽이굽이 돌아서 내려간다.

내려가는 방향이 완도수목원 쪽이다.

수목원에는 나무마다 자세히 설명이 붙어있고 상왕봉 아래 넓게 자리하고 있다. 산 중턱에는 큰 온실도 있고 입구에는 큰 저수지가 있었다.


저수지를 지나서 내려가면 마을이 나오다. 이 마을에는 비닐하우스가 많은 곳이다.

오후의 따스한 햇살을 받으면서 농로를 걷다가 보니까 멀리 완도 대교가 보인다.

완도 대교 밑에 있는 마을에서 하룻밤을 보낼 예정이다.

대교 밑에 있는 마을인 원동 마을에 도착했다. 원동 마을 도로가에는 먼나무 열매가 아름답게 달려 있다.


원동 마을에 88코스 종점이 있고, 남파랑 길은 내일만 걸으면 끝나는 날이다. 오늘이 3월 30일이고, 내일이 3월의 마지막 날이면서 남파랑 길 걷기를 마치는 날이다. 지금까지 한번 쉬고 46일간 걸어왔다. 지금도 다리는 아직 걸을 만하지만, 발바닥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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