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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종익 May 04. 2023

전통 오일장을 따라 떠난 여행

코로나가 오래 계속되니까 봄이 왔지만, 어디 갈 때도 없다. 그래도 바다 건너서 멀리 가지는 못하지만,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않고 나라 안에 좋은 곳은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사람이 다니지 않으니까 대중교통은 없어진 곳이 많지만, 도로는 막지 않았다. 막지 않은 도로를 이용해서 다른 사람과 접촉 없이 승용차로 가면 될 것 같아 무엇을 구경할 것인가를 고민하게 되었다. 


예전부터 전통 오일장에 관심이 있어서 여행의 주제를 전통 오일장으로 정하고, 전국에 있는 오일장을 구경하면서 그 주변도 여행하기로 했다. 

전통 오일장은 예전에는 면 단위에는 거의 있었다. 그러다가 인구가 줄면서 작은 면에는 오일장이 없어지고 읍 소재지와 큰 면에는 아직도 오일장이 서고 있다. 

지금도 면 소재지는 오일장이 계속 줄어들고 있고, 군 소재지에는 아직도 거의 오일장이 있다. 그런 오일장을 찾아서 남쪽에서 시작했다. 


남도를 가면서 늘 가고 싶었던 곳이 있었다. 학교 다닐 때 배운 적이 있는 홍도였다. 홍도를 생각하면 아름다운 자연과 멋진 풍광이 있을 것 같았다. 

목포에서 배를 타고 홍도로 들어가면서 처음 시작하는 여행이 새로운 것을 구경하는 기대도 있지만, 분위기는 아직 낮 설은 것 같다. 섬 여행을 자주 하지 않아서 그런지, 바다로 가는 뱃길이 멀게 느껴진다. 처음에는 뱃길이 신기하기도 했지만, 끝없는 바다만 보고 가니까 지루하기 시작한다. 간간이 멀리 섬이 보이기는 했지만, 홍도가 아닌지 비겨서 갔다. 여러 섬들을 지나서 어느 섬 쪽으로 배가 가까이 가는 것이 홍도인 것 같았다. 홍도는 해 질 무렵에 섬 전체가 붉게 물든다고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그런 것을 연상하면서 바다에서 홍도를 바라보았지만 해 질 무렵이 아니어서 아직 붉은 섬은 아니다. 홍도 선착장에 들어서면서 붉은 섬을 연상하니까 바위가 붉은색을 띠고 있는 느낌이다. 


선착장에는 여객선을 마중 나온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관광객을 맞아서 숙박업소에서 호객하기 위해 나온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여객선에서 내리니까 여행객으로 보이는 사람들에게 방이 필요하냐고 묻는 사람이 여러 명 만났다. 하룻밤 묵어갈 곳을 구해야 하는데 아직 정해 놓은 곳은 없다. 그래도 홍도에 들어오기 전에 앱으로 대강 방값이 얼마 한다는 것을 알아 놓았다. 

앱에서 본 숙박업소가 눈에 들어온다. 그곳으로 가서 하룻밤을 묵어갈 요량으로 가격을 물어보았다. 앱에서 알려준 가격보다 더 높은 가격을 부른다. 다른 곳으로 간다고 하니까 가격이 내려갔다. 아마도 나이가 들어 보이니까 인터넷과 친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돈을 더 요구한 것 같다. 이렇게 가격을 높게 받으려고 하는 것이 장사하는 사람들의 심리이지만, 그런 것에 익숙지 않아 숙소에 대한 믿음이 가지 않는다. 


선착장을 지나서 홍도의 자연을 보기 위해서 섬에서 가장 높은 곳으로 오르기 시작했다. 오르는 길은 밑에서 보아도 잘 만들어져 있어서 길 찾기는 어렵지 않다. 능선을 따라서 한참을 올라가니까 선착장이 작은 동네로 보이고 건너편 해변도 보이는 곳이 나온다. 홍도는 양쪽 해안이 넓지 않고 중간에 깃대봉으로 올라가는 솟아오른 긴 능선으로 된 섬이다. 능선을 따라서 가면은 양쪽 해안이 보이고 넓은 바다가 펼쳐져 있다. 남쪽에 흔히 보이는 동백나무에 빨간 꽃이 활짝 핀 것이 남쪽에 왔다는 것을 실감한다. 

홍도에서 가장 높은 깃대봉에 올랐다. 깃대봉은 100대 명산에 들어가는 봉으로 아래 보이는 것은 절벽과 푸른 바다이다. 


올라온 길을 돌아서 내려오니까 저녁을 먹을 때가 되었다. 멋진 홍도에서 여행을 시작하면서 처음 먹는 저녁으로 맛난 것을 먹고 싶은 마음이다. 정한 숙소에서도 식사가 된다고 여러 번 들었지만, 처음 가격 흥정에서 믿음이 가지 않아서 다른 식당을 찾았다. 

멀리 떨어진 섬이라서 음식 가격이 비싼 것 같다. 그래도 회를 먹자고 아내가 말하니까 일단은 회를 주문했다. 가격은 상당했지만, 여행을 시작하는 기념으로 맛있게 먹었다. 


낯선 섬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선착장을 구경 나갔다. 처음 보는 섬에서 아침을 맞은 기분은 상쾌하고 여행의 여유와 앞으로 즐겁게 다닐 생각을 해본다. 

홍도는 섬을 바라보면서 유람하는 유람선이 있었다. 유람선을 타고 가면서 홍도의 자연과 기암괴석을 구경하고 바다 위 절벽은 오랜 세월 파도에 깎여서 절경을 이룬 곳이 많다. 홍도 해안 절벽 위에 있는 소나무들은 바위틈에서 바람에 같이 자라 온통 키 작은 소나무들이다. 수령은 오래되었지만 아담한 모양으로 자라서 모두가 아름다운 분제들이다. 유람선 해설자도 이 소나무 분제들을 가격으로 환산하면 엄청나다고 자랑을 한다. 

유람선은 섬 주위를 돌면서 푸른 바다 가운데에 잠시 정박을 한다. 그 사이에 고깃배가 유람선에 다가와서는 배 위에서 회를 떠서 팔고 있다. 바다 위에서 떠주는 회를 먹는 것도 멋진 일이다. 유람선과 고깃배는 동업자였다. 


홍도를 나와서 영암으로 가면서 먼저 왕인 박사의 기념관에 갔다. 영암은 왕인 박사의 유적지를 많이 만들어 놓았다. 월출산이 뒤에 있고, 웅장한 기념관과 유적지는 멀리 보이는 산들이 겹겹이 물결처럼 보이는 멋진 곳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월출산 자락에 자리 잡은 도갑사는 천년고찰로서 사천왕상이 특이하다. 금강역사상 2구와 사자와 코끼리를 탄 문수, 보현 동자 상이 자리하고 있다. 마치 강해 보이는 역사와 약해 보이는 동자가 해탈문을 지키는 것이 극과 극이 조화를 이루는 느낌이 든다. 


영암에는 영암읍에 오일장이 서는 날에 갔다. 원래 여행의 목적인 전통 오일장을 보러 온 것이다. 이른 봄이라 오늘 영암 오일장에는 묘목이 많이 나왔다. 묘목의 종류도 많아서 이름표들을 달고 있다. 묘목 옆에는 꽃들이 자리 잡고 있는데 이른 봄이지만 색깔별로 이름도 모르는 꽃들이 많다. 꽃 중에 낯익은 할미꽃이 눈에 들어온다. 어릴 때 어디를 가도 할미꽃이 지천에 있었던 것 같은데, 요즈음은 잘 보이지 않는다. 그런 할미꽃도 작은 분제통에 넣어서 파는 것이 신기하면서 정겨운 느낌이다. 그래도 오랜만에 보는 할미꽃은 반가웠다. 

꽃 가게 옆에는 봄나물이 한창이다. 흔한 냉이도 있고, 민들레도 여기서는 나물로 먹는 것 같다. 보리싹도 영암장에는 나왔다. 영암장에는 뻥튀기는 소리가 자주 들린다. 한편에 모여 있는 뻥튀기 장수들은 여러 곳에서 기계가 돌아가고 있다. 오일장에는 뻥튀기 장수가 많아야 두 곳이지만, 이곳에는 다섯 곳이나 장사하고 있다. 그리니 수시로 뻥 소리가 난다고 호루라기를 불고 있다. 호루라기 소리가 길게 들리면 어김없이 뻥 소리가 난다. 


해남도 해남 오일장에 맞추어서 갔다. 해남을 들어오면서 땅끝마을이 생각났다. 땅끝마을에서 아침에 떠오르는 해를 보는 것이 멋진 여행이 될 것 같았다. 숙소에서 해가 뜨기 전에 땅끝마을에 도착하기 위해 아침 일찍이 출발했다. 해뜨기 전 이른 아침에 해안선을 따라 남쪽 바닷길을 굽이굽이 돌아서 땅끝 전망대에 도착했다. 전망대에 올라서 해 뜨는 방향을 찾아 사방을 돌아보니까 한 곳에서 붉은빛이 짙어지는 곳이 있었다. 땅끝마을 오늘 아침은 새해도 아니고 평범한 날이라서 일출을 보려는 사람은 아내와 나, 둘뿐이다. 붉어가는 바다 위쪽으로 해가 떠오르고, 잔잔한 바다에 붉은빛이 비치는 그곳에 고깃배가 지나가고 있다. 땅끝마을에서 본 일출은 아름다웠다. 자연스럽게 좋은 여행과 가족의 행복을 빌어 본다. 


해남의 대흥사는 대둔사라고도 하고 조계종 22 교구 본사이다. 대흥사는 두륜산을 배경으로 웅장하게 자리하고 있는 산사이다. 대흥사가 자리하고 있는 곳은 산이 병풍처럼 둘러싸여 있고 좌우가 균형이 맞고 산 아래가 잘 보이는 곳이다. 보통 사람이 보아도 명당이라는 감이 오는 곳에 위치하고 있다. 

대흥사 해탈문에는 사천왕상이 없는 대신에 사자를 탄 문수 동자상과 코끼리를 탄 보현 동자상이 대흥사를 지키고 있다. 남쪽에는 사천왕상 대신에 문수보살과 보현보살이 해탈문을 지키는 것 같다. 


해남 오일장에는 해산물이 많이 나왔다. 고등어, 갈치, 조기, 명태는 물론이고 어디나 볼 수 있는 해물들이 많이 나와 있는 장이다. 여기도 묘목이나 꽃들이 봄이라 나왔고, 해남에서는 시장 한쪽에 할머니들이 조금씩 나물을 놓고 팔고 있다. 할머니들의 표정에서 오늘 시장에 나오기 위해서 어제 집에서 나물을 해온 것 같다. 바닥에 한 움큼씩 모아 놓고 팔면서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사라고 소리치지는 못하고, 눈으로 사 달라는 표정이다. 이런 할머니들이 많아야 오일장이 풍성한 장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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