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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종익 May 04. 2023

낭만이 있는 남도의 봄

강진군에 가는 날에는 강진읍에는 오일장이 서지 않고, 성전면에 오일장이 선다고 인터넷에 나와 있다. 면 단위의 오일장이니까 빨리 파장을 할 것 같아서 일찍 출발을 했다. 이른 오전에 성전 장터에 도착을 했지만, 오일장이 서는 것 같지 않다. 장터는 오일장이 설 수 있게 넓게 마련되어 있었다. 얼마 전까지 오일장이 섰지만, 지금은 사람도 오지 않아 영원히 파장한 것 같다. 주변에 지나는 사람에게 물어보아도 찾는 사람이 없어 오일장이 서지 않는다는 대답이다. 인구가 줄어들어서 전통 오일장이 사라지고 있는 현장을 본 기분이다. 


폐장된 오일장터를 떠나서 다산 초당으로 향했다. 

다산 초당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주변을 둘러보니, 기왓 집들이 많이 보였지만 초가지붕을 찾아보았다. 다산 초당이니까 초가집이라는 생각한 것이다. 주변에 초가집은 보이지 않아 다시 안내판을 보니까 주차장에서 300m를 더 산으로 올라가라는 표시가 있다. 산길로 오르는 초당으로 가는 길은 나무뿌리가 나오고 돌들이 정비되지 않은 험하고 먼 길이었다.

산속에 있는 다산 초당은 초가집이 아니라 기와집이다. 옛 초당은 아마도 초가집이었을 것 같은데, 다시 복원한 초당도 지붕은 초가로 했으면 좋았을 것 같은 아쉬움이다. 


다산 초당 옆으로 가서 뒷산으로 올라가면 백련사로 가는 오솔길이 나온다. 이 오르막 오솔길은 백련사 주지 스님과 유배 온 다산 선생이 오가던 길이었다고 한다. 다산과 주지가 이 오솔길을 서로 만나려고 오가던 길이라고 생각하니, 걸으면서 산길을 오가던 두 분의 모습이 그려진다. 의미 있는 오솔길을 올라서 작은 고개를 넘으니까 백련사가 숲 속에 어렴풋이 보인다. 


백련사에 도착해 보니 동백꽃이 만개해 있다. 백련사 동백나무는 천연기념물이고 그 숫자가 엄청나다. 동백꽃이 만개하기도 했지만, 벌써 떨어지는 꽃도 동백나무 아래 바닥을 붉게 물들이고 있다. 바닥에 떨어진 동백꽃으로 사랑 마크인 하트를 만들어 놓은 곳이 보인다. 아마 연인들이 왔다가 간 모양이다. 

언 듯 생각나는 것은 백련사의 이 아름다운 동백꽃을 더 많은 사람이 보러 오도록 할 수 있는 묘책이 떠오른다. 동백꽃이 필 무렵 백련사에 와서 동백꽃으로 사랑 마크를 만들거나 동백나무 아래서 사랑을 고백하면 연인이 생기거나 연인 간에 사랑이 이루어진다는 이야기를 퍼뜨리는 것이다. 실제로도 동백나무 아래서 사랑을 고백할 만한 분위기이다. 그런 말이 널리 펴지면 동백꽃이 필 무렵의 백련사는 연인들로 활기찬 봄이 될 것이다. 


강진읍에는 김영랑 시인의 생가가 있었다. 김영랑 시인의 생가는 초가지붕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 그런 지붕이 오히려 자연스럽고 생가 같은 느낌을 준다. 생가 뒤로 올라가면 모란공원을 조성해서 사람들이 찾아오는 관광지로 만들려는 노력이 엿보인다. 

지역마다 문학가나 예술가가 자기 고장에 있으면 발굴하여 관광상품으로 만들려고 하는 곳이 많다. 그런 것을 보면 예술을 하는 것은 좋은 직업이다.


비 내리는 날 아침에 보성장을 찾았다.

비가 와서 오가는 사람들이 보이지 않으니까 오늘은 오일장이 서지 않은 것으로 생각될 정도로 비가 찬찬히 내리는 아침이다. 한참을 헤매다가 찾은 보성 장터는 현대식으로 만들어진 넓은 건물이다. 이 건물 장터는 비가 아무리 와도 별지장이 없어 보인다. 현대식 장터에서 밖을 내다보면 비가 내리는 분위기는 시골 장날인 것 같다. 이런 장날은 비 떨어지는 소리를 들으면서 친한 벗과 시장 가운데서 막걸리를 앞에 놓고 얼큰하게 한잔 하면 어울리는 날이다. 기분 좋은 웃음을 웃으면서 서로 즐겁게 보내는 그런 시간이 바로 소소한 행복일 것이다. 


보성장에는 할머니들이 나물을 많이 가져와서 팔고 있다. 그 나물 중에도 머위가 눈에 들어온다. 머위는 그 색깔이 빨간 것이 자연산인 것 같다. 색깔이 빨간 머위를 그릇에 담아 놓고 앉아 있는 할머니도 온전히 시골의 할머니 모습이다. 이 머위는 아마도 이른 봄 들녘에서 채취해 온 것이 틀림이 없을 것 같다. 자연스럽게 한 그릇을 사서 오늘 데쳐 먹어 보자고 동행한 아내에게 말했다. 아내는 그 머위를 사서 한 손에 들고 보성장을 구경한다. 


보성장을 나와서 벌교의 태백산맥 문학관으로 갔다. 

문학관은 잘 만들어진 건물에 찾는 사람도 제법 많았다. 이곳에 조정래의 문학관을 만들어서 사람들이 이렇게 관심과 방문이 많은 것은 관광상품으로 개발을 성공한 것 같다.

벌교 읍내의 보성여관 부근에는 태백산맥에 나오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살아서 숨 쉬는 듯하다. 옛 정취를 그대로 살려서 보존하고 유지하니까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고, 대표적인 테마 관광지가 된 듯하다. 벌교는 온통 소설 태백산맥의 도시이다. 이 소설이 이 도시를 먹여 살리고 있는 것 같다. 벌교는 소설 태백산맥과 같이 빛나고 있다. 


여수 오동도는 동백꽃이 만발한 곳이다. 

만발한 동백꽃을 보려고 꽃 나들이 온 할머니들이 보인다. 머리에는 흰 서리같이 백발이 내려 있다. 그래도 할머니들은 즐거운 표정이고 쉴 새 없이 소녀처럼 이야기하고 다닌다. 

할머니들 흰머리에는 약속이나 한 듯 동백꽃을 하나씩 꽂고서 지나는 사람들에게 부탁해서 단체 사진을 찍고 있다. 아직도 마음은 청춘이고 할머니들의 우정을 사진으로 남기려는 듯하다. 실제로 얼굴에는 환히 웃는 소녀 같은 맑은 웃음들이다. 세월이 지나도 꽃은 아름답게 보이고 돌아온 새봄에 마음은 아직도 청춘인 것이다. 


여수의 돌섬을 지나면 향일암이 나온다. 향일암은 남해의 보리암, 강화도의 보문사, 낙산사의 홍련암과 함께 4대 기도처이다. 향일암을 오르는 계단에 입을 가린 부처, 귀를 막은 부처, 눈을 가린 부처 석상이 놓여 있다. 

입을 가린 부처 석상은 “불언”으로 나쁜 말을 하지 마라. 험한 말은 필경에 나에게로 돌아오는 것, 악담은 돌고 돌아 고통을 물고 끝내는 나에게 되 돌아 오니, 항상 옳은 말을 배워 익혀야 하리. 

귀를 막은 부처 석상은 “불견” 으로 남의 잘못을 보려 힘쓰지 말고 남이 행하고 행하지 않음을 보려 하지 말라. 항상 스스로를 되 돌아보고 옳고 그름을 살펴야 하리. 

눈을 가린 부처 석상은 “불문”으로 산 위의 큰 바위가 바람에 흔들리지 않듯이 지혜로운 사람은 비방과 칭찬의 소리에 평정을 잃지 않는다. 


여수의 밤바다는 가슴에 오랫동안 남아있다. 

여수의 밤바다는 젊음과 낭만이 있었고 추억을 만드는 곳이다. 밤바다 야경은 환상적이다. 바다 위에는 불 켜진 선박이 떠 있고, 파도가 출렁이면서 여수 대교의 조명 색깔과 대교 위로 떠다니는 케이블카의 빛이 어울려서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고 있다. 

부둣가에는 낭만포차가 즐비하게 늘어서 있으면서 그 중앙 기념 촬영하는 장소에 같이 온 일행과 추억을 남기려고 열심히 사진을 찍고 있다. 

여수의 밤바다에는 낭만포차가 있다. 

낭만포차는 부두에서 하멜 등대로 가는 입구까지 겹겹이 있었다. 모두가 번호가 있었다. 낭만포차라는 이름을 동일하게 쓸 수는 없으니까 번호로 구별하는 것 같다. 지금은 봄비가 내리는 중이다. 날씨가 쌀쌀한 기운이 있지만, 그래도 여수 밤바다를 구경 온 사람들이 많았다. 나이 든 사람보다 젊은 사람이 훨씬 많았다. 친구끼리 온 사람, 연인들끼리 온 사람, 여수의 밤바다에는 활기가 넘치고 젊은이들은 해변을 거닐면서 즐겁게 웃고 있었다. 어둠이 짙어지자 관광객이 더 늘어났다. 

연인들은 밤바다와 야경을 구경하면서 낭만포차가 즐비한 곳을 지나서 하멜 등대까지 갔다가 돌아오면서 낭만포차에서 한잔할 장소를 물색하는 것 같았다. 호객행위를 하지 않아도 낭만포차는 손님으로 넘쳤다.

이곳의 낭만포차는 가격에 거품이 많다는 이야기도 있다. 원래 여수에서 포장마차로 유명한 곳은 교동시장이라고 했다. 그곳에 가면 포장마차 가성비가 좋다고 하지만, 가성비 보다 여수의 밤바다 분위기 있는 이곳이 더 좋은 곳이다. 낭만포차에서 밤바다를 보면 술을 못 먹는 사람도 한잔하고 싶은 것이 여수 밤바다의 분위기이다. 여수 밤바다는 낭만과 마음의 기쁨을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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