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안종익 Dec 09. 2023

집 앞개울가의 붕어

집 앞에 있는 개울에는 흐르는 물은 많지 않지만, 항상 어느 정도 고여 있다. 예전에는 큰 암반 밑에 개울이 큰 웅덩이였지만, 오래전에 보를 막아서 위쪽과 보 밑이 구분되어 물이 머무는 개울이 두 개가 된 셈이다. 보아래 개울은 약간 깊이가 있지만 넓지 않고, 보 위의 개울은 깊지는 않지만 넓은 편이다. 

개울은 마을 앞길을 지나면서 내려다볼 수 있는 위치에 있어서 물고기들이 노는 것이 보인다. 요즈음은 맑은 물속에 사는 말도 자라고 있어서 물고기들이 산란이나 숨어 지내기에 알맞다. 

여름내 개울물이 일정하게 있다가 큰 홍수나 위에서 큰 물이 내려오면 깨끗이 실려 나갔다가, 다시 물이 줄어들면 예전의 모습을 찾는다. 


겨울이 다가오면서 이른 새벽에 한때의 오리들이 어둠 속에서 먹이를 찾다가 일찍 지나가는 마을 사람이 나타나면, 갑자기 놀란 듯이 앞산 쪽으로 날아간다. 새벽녘에 물속에 있는 물고기를 사냥하려 내려앉았다가 사람 인기척에 달아난 것이다. 낮 시간은 동네 사람들이 오가기 때문에 오리들이 거의 내려오지 않는다. 간혹 목이 긴 황새들이 앉아서 물고기를 사냥하려고 꼼짝하지 않고 물속을 응시하면서도 지나가는 동네 사람의 인기척에도 곁눈질하다가 여러 번 사람이 지나가면 포기하고, 긴 날갯짓으로 탑 밭 쪽으로 날아가기도 한다. 


집 앞개울은 동네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큰 길이 바로 위에 있기에 물고기 천적들이 잘 오지 못하니까 다른 곳보다 물고기가 많은 것 같다. 

그래도 이곳에서 예전에는 수심이 깊어 아이들이 멱을 감기에 위험한 곳이었다. 그때는 큰 물고기가 더 많았을 것이다. 이곳에 어린 시절에 지금 개울 밑에 있는 다리가 없을 때가 있었다. 그때 큰물이 나가고 아직 돌다리를 건너지 못할 정도로 물이 불어 있을 때, 이곳에서 작은 배로 건너 보이는 학교에 가기도 했다. 

아직도 기억나는 것은 이 개울을 건너기 위해서 손으로 만든 함석 배를 긴 대나무를 노 삼아서 아이들을 태워 건너편으로 실어 나르던 어른이 기억 속에 떠오른다. 그 어른이 내 아버지였다.

젊은 아버지가 작은 함석 배로 아이들이 개울을 건너서 학교에 갈 수 있게 도와주고, 나도 그 틈에 함께 갔던 일이 생각나는 그런 추억이 있는 개울이다. 이 개울은 내게는 추억과 어린 시절부터 함께 한 곳이다.


원래 이 동네는 뒤쪽의 동 천과 앞쪽의 소청 천이 만나는 곳으로 깊은 물도 있고, 개울이 넓어서 물고기 종류도 많고 풍부한 곳이다. 사철 천렵을 해서 매운탕을 해 먹어도 물고기는 활발히 움직이는 것이 보일 정도로 물고기가 많았다. 

그러던 곳이 몇 년 전부터 물고기가 잘 보이지 않고, 잡기 어렵다는 말들을 많이 한다. 

농약을 많이 쓰기 때문에 농지에서 농약 기운이 개울로 들어가 물고기의 산란을 저해하기 때문에 물고기가 줄어든다고 하기도 한다. 또 천적들이 너무 많아서 물고기가 적어진다는 말도 있다. 정확한 원인은 모르지만 수년 전부터 눈에 보일 정도로 물고기들이 줄어들고 있다. 

물고기를 사냥하는 오리들이나 황새들은 예전에도 있었지만, 그때는 지금같이 물고기 사는 데는 별로 지장이 없었다. 그러나 수년 사이에 두 종류의 물고기 천적이 많아지면서 확실히 물고기가 줄어들었다. 그것은 가마우지와 수달이다. 


가마우지가 큰 강에는 살았지만, 이곳 산골의 개울까지 찾아오지는 않았다. 생태계가 변하고 가마우지들이 먹이 찾아서 산골까지 들어온 것이다. 이 검고 못생긴 가마우지의 물고기 사냥 기술은 오리나 황새보다 한수 위이다. 물속으로 들어가 헤엄치는 물고기를 따라가서 낚아채니까, 수영 실력이 엄청난 물고기 천적이다. 또 다른 강자는 수달이다. 수달은 하루에 자기 몸무게의 15%의 물고기를 먹는다고 한다. 그리고 큰 물고기를 좋아한다고 한다. 그러니 물고기들이 수난인 것이다. 

원래 예전에도 수달이 있었다. 간혹 큰 개울 바위 위로 올라오는 수달을 보고서 물개가 산다는 이야기를 할 정도로 수달이 간혹 보였다. 그때는 멀리서 사람의 인기척이 나면 삽시간에 자취를 감추어서 그 덩치만 대강 보고 물개라고 했던 것이다. 

그런 수달이 천연기념물이 되고 보호받고 직접 위해를 받지 않으니까, 사람을 별로 두려워하지 않고 물고기를 마음껏 포식하는 것이다. 물고기 사냥 실력은 최고로서 아마도 돌 밑에 숨어 있는 큰 물고기도 사냥감이라고 한다. 움직이지 않은 돌 밑에 깊숙이 숨어 있어야 안전할 정도로 수달은 민물의 제왕이다. 이제 수달들은 계체량이 늘어나서 어디를 가도 보이고, 대낮에도 사람의 인기척을 의식하지 않고 물고기 사냥을 하고 있다. 


산골에서 개울이 많은 고장에 살면서 물고기로 매운탕 끓여 먹는 것이 이곳 사람들이 누리는 즐거움이었는데, 이제 그런 재미가 없어져 간다. 물고기 잡기가 힘이 드니까 물고기 잘 잡는 사람이나 먹을 수 있는 먹거리가 되었다. 

동네 사람들이 요즈음 하는 소리는 수달이 왜 천연기념물이 되어서 우리가 먹는 물고기 씨를 말린다고 불만이다. 수달은 천연기념물이라서 잡지도 못하고, 오히려 물고기가 귀해져서 천년기념물이 될 정도라고 수달을 원망한다. 

어떤 이는 수달을 잡도록 해야 한다는 말도 한다. 그래서 이곳에서는 물고기가 눈에 띄게 줄어들게 하는 주범은 수달이라는 사람이 많다. 


집 앞개울가에는 사람이 많이 다니니까 다른 곳보다 물고기가 많이 보인다. 피라미가 돌아다니는 것은 흔히 보이고, 간간이 빠르게 지나가는 붕어 때도 보인다. 그렇게 물고기가 놀고 있는 것은 동네 사람들이 지나면서 물고기를 지켜보기 때문에 천적들이 낮 시간에는 거의 오지 못한다. 그러니 물고기들이 다른 곳보다 많고 잘 자라는 것이다. 사람이 거의 다니지 않은 탑 밭 밑에는 물도 더 깊고 넓어서 물고기가 많을 것 같은데, 이곳보다 적다. 아마도 사람이 다니지 않으니까 오리나 황새 수달이 늘 다녀가기 때문이다. 집 앞개울가는 사람이 많은 곳이지만, 물고기가 많이 산다. 

집 앞개울 물고기는 개울가를 오가면서 보면 빨리 크는 것 같다. 작은 물고기들이 헤엄치고 놀던 것이 어느 날 보면 벌써 큰 물고기가 되어서 돌아다닌다. 물고기는 크는 속도가 빠른 것이다. 

물고기가 많이 커서 돌아다니면 작은 개울에 물고기가 가득하다는 느낌을 줄 정도이다. 그러다가 어느 날에 보면 큰 물고기들이 보이지 않고, 작은 물고기들만 다시 돌아다닌다. 


그 사이에 무슨 변고가 생긴 것이다. 물고기가 커서 먹을 만하면, 야간에 수달이 다녀간 것이다. 낮에는 사람들이 다니니까 집 앞개울에는 그래도 접근을 하지 않다가 물고기 제법 컸다는 생각이 들 때면, 어김없이 수달이 찾아오는 것이다. 물고기가 컸다는 것을 수달은 귀신처럼 아는 것이다. 

큰 물고기가 될 때쯤, 새벽녘에 오리 때도 나타난다. 오리도 물고기가 컸다는 것을 날아다니면 보는 것 같다. 물고기 없는 물에는 오리나 수달이 오지 않는다. 


집 앞개울가에 돌아다니던 붕어 여러 마리는 제법 커서 늘 눈길을 받았는데, 그런 앙증맞은 붕어를 수달이 한 끼 식사로 한 것이다. 

개울에 헤엄치면서 놀던 붕어가 보기 좋기만 했는데, 수달은 천년기념물이지만 짜증 나게 한다. 얼마나 수달이 많아졌으면 큰 개울도 있는데, 집 앞개울까지 올라왔을까 싶다. 

밤에 올라온 수달이 물고기 따라가는 것을 보고 돌을 던져도 끝까지 물고기 사냥하더라고 한다. 먹고살기 위해서 수달은 돌 정도는 두려워하지 않는다. 한쪽이 너무 많아지니까 다른 쪽은 힘들어한다. 균형이 맞는 것이 좋은 것 같다. 




#개울  #집 #붕어  #수달  #가마우지 #물고기  #오리  # 먹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