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잔뜩 흐린 것이 눈이 올 것 같은 분위기이다.
바람도 그렇게 불지 않고 날씨가 춥기는 하지만, 바람이 불지 않으니까 포근한 분위기이다. 이런 분위기에는 하늘에서 눈이 한두 송이 날리다가 온통 흰 눈으로 덮이면, 초겨울 눈 오는 날이 되는 것이다.
몇 년 전부터 눈 오는 날 꽁꽁 언 얼음판 위에서 투명한 텐트를 치고, 등 없는 둥근 의자에 앉아서 얼음을 깨고 갖잡은 물고기를 보글보글 끓여 친한 벗들과 막걸리 한잔 하는 것이 작은 버킷리스트이다. 아직도 하지 않았고 올해 해보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준비는 하고 있지 않다.
일전에 조금 얼었던 얼음도 이틀 전에 내린 비로 모두 녹은 것 같다. 다시 얼음이 얼면 얼음 치기를 해서 나의 버킷리스트를 하고 싶다.
이렇게 눈이 올 것 같은 날이면 뒤 개울가로 가 물고기를 잡고 싶다.
멀지 않은 새들 보 위에서 시작해서 물은 차지만, 반도를 가지고 돌을 들어서 잡으면 많이 잡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먼저 준비할 것은 같이 갈 사람이 최소 한 사람은 있어야 하고, 두 사람이 더 있어 세 사람이 가면 가장 좋을 것 같다. 세 사람 중에 한 사람은 반도를 들고, 다른 한 사람은 큰 지렛대로 물속의 돌을 드는 것이다. 나머지 한 사람은 고기 담는 그릇과 고기가 도망가는 방향을 보는 것이다. 또 준비할 것은 물속에 입고 들어갈 긴 장화를 준비해야 된다.
이런 날 그렇게 물고기 잡을 사람이 모이면, 새들 보 위 상류부터 그곳에 있는 물속 돌들을 찾아서 시작하는 것이다. 물고기가 이런 초겨울에는 큰 돌 속에 들어가서 움직이지 않고 숨어 있는 것이다.
먼저 물속에 큰 돌이 있으면, 고기가 나올 만한 방향으로 반도의 추가 밑으로 잘 깔리도록 댄다. 돌을 완전히 넘길 것 같으면, 그것도 고려해서 반도를 대야 한다. 그렇게 준비가 되면 긴 쇠로 된 지렛대를 이용해서 돌을 움직인다. 넘기지 못할 경우는 여러 번 움직여서 돌 속에 든 고기를 밖으로 나오게 하는 것이다. 그러면 반도로 고기가 들어가거나 충격에 의해서 떠오르는 고기도 나온다.
이때쯤은 물속에 있는 돌 속에 고기가 들 것 같은 느낌이 있는 곳에는 거의 물고기가 들어있고, 물고기도 씨알도 굵은 것이 들어있다. 굵고 사나운 물고기일수록, 큰 돌 속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시작하면 새들 보 위에서 장담을 거쳐 한내 보까지 가면, 여러 명 먹을 수 있는 물고기를 잡을 것 같다. 새들 보 위에서 장담을 거치는 동안에 그렇게 고기가 들어갈 만한 큰 돌은 스무 개는 넘을 것이다. 그런 돌에는 물고기가 서너 마리씩만 들어 있어도, 고기 담는 그릇에 밑은 두껍게 깔릴 것이다. 아마도 씨알이 굵은 물고기도 상당히 나올 것이다.
지금 그렇게 해서 잡히는 어종은 메기, 꺽지, 퉁사리와 돌고기가 많을 것 같고 물이 흐르는 곳이라 쉬리도 나올 것 같다. 모두가 매운탕을 하면 맛이 최고인 물고기들이다. 지금 철에 잡는 물고기는 겨울을 나기 위해서 살도 많이 올랐고, 비린내도 거의 나지 않은 가장 맛있는 철이라고 한다.
물고기 잡을 때도 잡는 재미가 있지만, 천렵하는 시간은 그리 오래지 않을 것 같다.
천렵을 하고 돌아와 초겨울에 끓여 먹는 매운탕도 별미이다. 물고기를 먼저 넣고 끓이면서 김장철 배추를 데쳐서 넣고, 고사리와 토란도 준비하고 그 외에는 가을무와 파, 양파, 고추와 부추만 넣고 끓여도 맛있는 계절 음식이 된다. 매운탕의 얼큰한 맛과 가을무의 시원한 것이 더해져서 이 계절에 이보다 더 맛난 음식은 별로 없을 것 같다. 거기에 쌀쌀한 기운이 있는 초겨울에 막걸리 한잔 놓고 친한 친구들과 술잔 기울인다면, 이보다 더 좋은 것도 많지 않을 것이다. 겨울이 다가오는 세월에 한시름을 잊을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하고 싶은 것이지만, 그렇게 같이 갈 친구를 구할 수 없을 것 같다. 모두가 무엇이 바쁜지 시간이 없다고 하고 갈만한 사람이 있어도 추운데 가지 싫어하기도 하고, 대다수 좋아하는 매운탕도 별로인 친구들도 있다.
서로 생각도 비슷하고 지금 사는 시간도 비슷한 사람이 많지 않으니까 이 시절에 생각나는 초겨울 천렵도 마음만 앞서지 실제로 가기는 어렵다.
내가 머릿속에 그리는 그 개울도 그런 고기가 들만한 돌이 있을 것 같지만, 옛날에 있던 것을 상상한 것이고 실제로 돌이 있을지도 확실치 않다. 그런 돌이 있다고 해도 그 속에 고기가 들어있다는 것도 장담하지 못한다. 요즈음 수달이나 천적들이 너무 많아서 고기들이 잘 보이지 않는다고 하니까 없을 수도 있다.
그런 것을 감안하고 고기를 잡아서 매운탕을 맛나게 끓이면, 입맛이 예전과 달라서 기억하는 그 맛이 난다는 것도 자신 없다.
지금 가장 물고기를 잡으러 가지 않을 것 같은 것은 예전처럼 생각은 있지만, 몸이 가기 싫어하는 것 같다. 움직여야 무엇인가 얻는다는 것은 알지만, 그것도 이제는 머릿속에서 돌다가 몸이 움직이는 단계까지는 잘 가지 않는다. 가는 것보다 그냥 있는 것이 더 편할 것 같고, 그렇게 조용히 지내는 것이 익숙해져 간다.
그래도 마음속에라도 초겨울에 물고기 잡은 상상을 해본다. 그렇게 싱싱한 고기가 머릿속에 떠오르고 새들 보 깊은 곳에 사는 대물 물고기도 올라와서 큰 돌에 숨어 있다가 반도에 들어와 발버둥 치는 장면도 상상해 본다. 그런 대물을 보고 차가운 겨울 개울물도 잊고서 소리 지르며, 어린 시절처럼 물고기를 잡고 싶은 날이다. 날씨가 흐릿한 것이 무엇이 올 것 같은데, 아직 오지 않는다. 창문 밖을 자주 내다보니까, 흐린 날씨에 눈을 기다리는 모양새이다. 하늘에서 함박눈이 너울너울 춤추듯이 금방이라도 내릴 것 같은 날씨이다.
눈 외에 또 다른 무엇을 기다리는 것 같다.
물고기 잡으러 같이 갈, 오지 않은 친구를 기다리면서 창문 밖으로 마당에 들어온 고양이 보고 있다.
나는 고양이가 어디로 가는지 보고 있고, 고양이는 주변에 누가 있는지 살피고 있다.
#찬바람 #물고기 잡이 #천렵 #반도 #매운탕 #버킷리스트 #겨울물고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