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안종익 May 11. 2024

서해랑 길 3일차


어제 걷기를 마친 구간의 종점에는 숙소가 없어서 해남읍으로 와서 묵었다. 

해남 버스터미널에서 3코스가 시작하는 영터 정류장으로 가는 군내버스는 06시 35분에 있었다. 혼자서 타고 갔다.

오늘 시작하는 곳은 갯벌이 보이는 바닷가이다. 바다를 따라 걸어가면서 물이 빠져 갯벌에 배들이 얻혀 있는 듯하다. 


바다를 옆에 두고 계속 걸어갈 것으로 생각했지만, 얼마 못 가서 길은 바닷가의 산으로 올라간다. 산길을 걸으면서 가끔 멀리 있는 바다가 보이는 코스이다. 이 길은 관동 명성 임도이다. 임도를 따라서 걸으니까 시원한 산 공기가 상쾌하다. 처음에는 오르막이었지만, 어느 정도 오르니까 평지와 같이 걷기 좋은 길이다. 임도를 3Km 이상 걸었다.


한반도를 잇는 둘레길을 만들 때, 부득이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차들이 많이 다니는 도로 옆길을 피한 것 같다. 그래서 코리아 둘레길에는 임도로 가는 길이 제법 있었다. 임도는 등산길도 아니고 비교적 경사가 적은 길이다.

관동 명성 임도가 끝나는 곳에서 바닷가 갯벌에 중도 섬이 물이 빠져 드러나 보인다, 


바닷가 명성 마을을 지나면서 잠시 농로 길을 걷다가 다시 산으로 난 임도를 걷는다. 이번에는 화산 가좌 임도이다. 이 길도 간간이 바다가 보이면서 산속의 나무와 같이 걷는 기분 좋은 길이다.

 이 길의 중간지점에는 바다와 작은 섬이 보이는 곳에서는 흰 꽃밭이 조성되어 있어 멋진 풍광이다. 


가좌 마을에서는 고구마를 심고 있는 밭들이 보인다. 

밭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외국인이라는 것이 눈에 들어온다. 어제 해남읍으로 들어갈 때 버스를 같이 타고 간 할아버지 말에 의하면, 이곳도 외국인이 없으면 농사가 안된다고 했었다. 


고천암 방조제도 끝이 가물거릴 정도로 길다. 

이 방조제를 주변에 고천암호가 있고, 조류 관찰 센터와 고천암 자연 생태공원이 있다. 


자연 생태공원에서 옆으로 농로를 따라서 둘레길이 이어지고 얼마 가지 않아서 또 다른 방조제와 갯벌을 지난다. 여기를 지나서 또 긴 농로 길이다. 간척 사업으로 넓은 땅이 논밭이 되어 농로 길을 걷게 된 것이다.


농로 길을 걷다가 지칠 정도쯤에 산소 마을에 도착했는데, 마을 입구에 3코스 종점과 4코스의 시작을 알리는 안내판이 서 있다.

이어서 들어간 산소 마을에는 집집마다 태극기가 달려 있다. 이 마을은 계속 태극기를 걸어 놓는 것이 이 마을의 특징인 것 같다. 


산소 마을을 지나서 고추가 자라는 고추밭을 구경했다. 이중 비닐을 설치해서 벌써 고추가 열린 곳도 보인다. 투명한 이중비닐을 설치한 것이 특색이고, 비닐 안에서 고추가 많이 자라면 비닐을 걷어 준다고 한다. 


고추밭을 지나면서 태양광을 설치한 밭둑이 찔레나무로 길게 울타리가 만들어져 있고, 거기에 찔레 흰 꽃이 만발해서 하얀 세상을 만들고 있다. 


초월리 마을 주변에는 배추밭이 많이 보인다. 배추를 잘 가꾸어서 싱싱한 밭도 있지만 병들어 있는 밭도 있다. 

초월리 마을 입구에 있는 배추밭에는 농약을 살포 중이다. 농약을 치는 사람은 주인이고 줄을 잡아 주는 사람들은 외국인이다.

농약을 치는 농부의 복장을 보면 방독면 같은 것으로 얼굴을 완전히 가리고 다른 부위도 비닐이나 옷으로 완전히 가리고 있다. 

농약이 사람에게 위험하다는 것을 말하는 것 같다. 요즈음 농사는 농약을 어떻게 쓰는가에 따라 작황이 좌우된다고 한다. 


초월리 입구에 있는 집 화단에 황금 사철나무가 잘 가꾸어져 있다. 


주위를 돌아보면 높은 산도 없고 넓은 들판에 펼쳐진 길을 농로를 따라서 걸어간다. 

넓은 들 가운데 축대를 성처럼 길고 높게 쌓아 놓은 곳이 보인다. 그 밑을 지나다가 다시 옆으로 가서, 멀어지면서 무엇을 하는 곳인지 궁금증을 생긴다. 


다시 긴 들판을 지나면서 끝없이 펼쳐진 밀밭의 직선 길을 걸었던 산티아고 길과 다르게 긴 직선 길이 드물다. 그래서 안내 리본을 잘 보지 않으면 다른 길로 가는 경우가 많다.

지금 걷는 길은 간척지여서 일직선으로 된 긴 농로 길이다. 그런데 다시 지나온 성처럼 축대를 쌓아 올린 쪽으로 가고 있다. 이제는 궁금하게 보였던 곳의 반대쪽으로 가는 것이다. 다시 지나면서 자세히 보니까 굴삭기가 여러 대 있는 것이 무슨 광산일 것 같다. 


주변에 펼쳐진 풍경은 비슷하고 지루한 길을 걷다가 외입리 마을이 나오면서 다른 풍경이 된다. 외입리 마을 앞에 있는 저수지 정자에 앉아서 한참을 쉬면서 아픈 발을 주물리면서 풀어준다.


오늘은 두 개 코스를 걷는 중이라 발바닥이 힘들고, 특히 아픈 발가락이 있다. 

종점이 가까워지면서 힘들어지지만, 오늘도 해남읍에 들어가서 묵어야 하기에 부지런히 걷는다. 옥동리 부근에서 이번에는 또 다른 모양의 황금 사철이 보인다. 노란 잎이 멀리서 보면 꽃이 핀 것 같다.


멀리 종점을 알리는 표지판이 보인다. 바로 건너편에 원문 정류장이다.

버스 시간을 몰라서 신발을 벗고 발바닥을 주물리고 있는데, 버스가 오는 것이 보인다. 해남버스의 색깔은 노란색이고 돌아갈 때도 큰 버스에 손님은 나 혼자이다. 혼자서 천 원을 주고 해남읍으로 들어왔다. 







작가의 이전글 서해랑 길 2일차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