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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종익 May 12. 2024

서해랑 길 5일차

용장마을을 가로질러 지나와서 걷다가 보니까, 앞이 산으로 막힌 곳으로 이정표 리본은 펄럭이고 있다. 

이번 코스도 어렵다는 것은 알았지만, 시작하면서 십여 분 만에 산으로 올라갈 생각을 하니까 다리가 굳어지고 힘이 빠진다. 

어제 용장성을 보기 위해 넘어온 산이 뒤에 보인다. 저렇게 높은 산을 넘어왔으니 지금도 다리가 천근 같고, 무엇을 위해서 이렇게 걷는지 생각하게 한다. 어제는 2개 코스를 걷고 나니까 힘은 들었지만, 마치고 나니까 성취감은 있었다. 

그 작은 성취감을 위해서 오늘도 오르막을 오르려고 한다. 어쩌면 이렇게 힘들게 사는 것들이 우리가 살면서 기억되는 날인 것이다.


그렇게 높지는 않지만, 산을 넘으면서 맑은 공기를 마시면서 아픈 다리를 천천히 오늘 걷기에 적당하도록 적응해 간다. 걷다가 보니까 노평리를 지나고 도로를 가로 질로 농로를 걸어가서 고군면 소재지로 들어간다. 먼저 만난 것이 전통 5일 장터인데, 어제가 장날이어서 오늘은 빈 장터이다. 

고군면의 중심가 길을 걸어서 은행나무 가로수길을 걷는다. 

은행나무 길을 걷다가 오른쪽 농로로 이정표가 가리킨다. 리본이 펄럭이는 것에 따라 농로를 계속 가다가 이름을 알 수 없는 반듯한 동네를 지나서 길은 다시 산으로 향한다.


오늘 걷기의 중심은 멀리 보이는 산 위의 기상대까지 올라갔다가 내려가는 코스이다. 

오늘은 처음에도 산이고 마지막도 산이다. 지금 걷는 길은 산속으로 난 임산도로이면서 기상대로 올라가는 길이기도 하다. 

길을 경사가 심한 산을 오르기 위해서 갈지자로 만들어져 있다. 끝없는 오르막이지만, 간혹 편편한 길이 나오면 걷기가 수월하다는 것을 느낀다. 

그래도 꾸준히 계속 올라가니까 힘은 들지만, 같은 근육을 쓰니까 다리가 아프지는 않다. 올라가는 속도가 느릴 뿐이다. 


두 시간 이상을 걸어 올라가니까 기상대 가까이 보인다. 

높은 산속이지만 기상대가 가까워지니까 전신주들이 많이 서 있다. 

힘들게 오른 정상은 기상대는 왼쪽에 있고, 오른쪽은 첨찰산 정상이다. 


내가 가는 코스는 그 사이에 계곡으로 하산하는 것이다. 계곡길로 내려가면 2.3Km라고 이정표에 쓰여 있는데, 밑에는 3시간 15분이라고 적혀 있다. 

계곡길로 하산하는데 그렇게 많이 시간이 걸리지는 않을 것 같은데, 아마도 잘못 쓰인 것일 것이다. 산길에는 잘못 적혀 있어도 걷는 사람 입장에서는 신경이 쓰인다. 어떤 험한 코스가 있을 것 같은 의심도 해 보는 것이다. 

내리막길이라서 조심하면서 내려가면서 숯 가마터도 만나고 힘든 산을 마쳤다. 내려오는 시간은 한 시간 정도였다. 

다 내려오니까 진도 아리랑비가 서 있는 곳이다. 그 옆에는 진도 아리랑에 대한 유래를 자세히 세긴 비석도 서 있다. 


데크 길을 따라서 내려간 곳이 이번 코스의 종점인 운림산방이다. 

운림산방 옆에는 진도 쌍계사가 자리하고 있으며, 쌍계사 일주문을 들어가서 이번 코스 종점 안내판이 서 있다. 

운림산방은 소치 허련이 말년에 기거하면서 창작과 저술 활동을 하던 곳으로 연못과 아름다운 꽃과 나무를 심어 꾸민 곳이다.

소치가 거주하던 초가집과 그 옆에 기념관이 자리하고 있고, 

아름다운 연못에는 붕어들이 놀고 있다. 

기념관에는 소치의 다양한 작품이 전시되어 있었다. 

소치는 20대에 해남 대둔사에서 초의 선사와 추사 김정희 문하에서 서화를 배워 남종화의 대가가 되었다고 한다.

 운림산방 주차장에서 진도읍으로 가는 군내버스는 하루에 5번 운행된다. 오늘은 산을 두 개나 넘는 힘든 코스였다. 더 걷고 싶은 마음도 없을 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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