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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종익 May 13. 2024

서해랑 길 6일차

오늘도 초반부터 산길로 가는데, 산길은 처음에 시작할 때만 오르막이다가 능선을 가듯이 가면 걷기 편한 산길이다. 그런데 산길이 등산에 가까우면 힘들고 고단하다. 코리안 둘레길을 조성할 때 차도를 피하고 조용히 걸을 수 있은 곳으로 길을 찾다가 보니까 농로나 산길을 많이 선택한 것 같다. 산길 중에도 순한 임산도로는 걷기가 좋지만, 산 정상으로 올라가도록 만들어진 둘레길은 만나고 싶지 않은 길이다. 

해파랑 길을 걸을 때는 울산에서 작은 산이지만, 반복적으로 오르락내리락하는 길이 다리를 피곤하게 했고, 영덕의 블루로드 길도 등산이었다. 강원도 분계선에 가까워지면서 산으로 많이 올라간 기억이 난다.

남파랑 길을 걸을 때는 거제도의 가라산이 트레킹이 아니라 가장 힘든 등산이었고, 남파랑 길 66코스 고흥 산도 어려웠다. 남해안 섬으로 들어가면 산으로 올리는 경향이 많았다. 


트레킹 코스가 산으로 올라가면 늘 높이 올라가지 않도록 바라는 마음이지만, 예상한 것보다 더 올라갈 때는 힘이 든다. 그래도 내가 걷기를 선택한 것이니까 즐거운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편이다. 

서해랑 길은 오랜만에 걸어서 몸이 예전과 같지 않다는 말이 생각날 정도이다. 가장 힘든 것은 햇볕에 얼굴과 목이 타서 밤에는 잠까지 설치게 한다. 그저께는 머리도 햇볕으로 열을 받아서 손으로 만지면 열을 느꼈다. 그래서 걷기를 마치고 숙소에 들어가기 전에 햇볕을 가려주는 모자와 안면을 가리는 마스크를 구입했다. 그래서 오늘은 그것을 착용하고 걷고 있다. 얼굴에 선크림도 바르지 않으니까 이렇게 가리고 다녀야 할 것 같다.


힘들게 걷다가 보니까 의신면 소재지를 지나고 있다. 그래도 이곳에는 지나가는 사람들이나 집에도 사람이 보이지만, 시골 동네를 지날 때는 사람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또 이곳은 진도라서 개들이 다른 곳보다 많이 보인다. 

의신면 소재지를 다 지나갈 즘에 “돌아온 백구상”이라는 동상이 서 있다. 

특이해서 내용을 보니까 1988년에 대전으로 팔려간 백구가 5 년 만에 옛 주인을 못 잊어서 찾아왔다는 것이다. 귀소본능의 품성을 지닌 충견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 옆에는 백구 문화센터를 운영하고 있는데 멀리서 보니 건물이 백구처럼 만들어 놓았다. 

거기서 얼마 가지 않아서 논 가운데 삼별초 궁녀 둠벙이 나온다. 몽고군이 삼별초를 평정하면서 쫓기는 궁녀가 몽고군에 잡혀 몸을 더럽히느니 차라리 둠벙에 몸을 던져 죽음을 선택했다는 이야기이다. 


다시 농로를 따라서 만길리를 지나고 한참을 가니까 송정 저수지가 나온다. 

큰 저수지를 내려다보면서 송정리가 있다. 송정리에서 들길을 걸어서 고개를 넘어도 들길이다. 

그다음에 나오는 것이 오르기 싫은 오르막 산길 임도이다. 보통 길을 걷다가 오르막에 오르면 일단 다리에 힘이 들어가고 힘이 들지만, 계속 오르면 적응되면서 속도가 느려진다. 이때 내리막이 나오면 다리에 힘은 덜 들어가지만, 아픈 느낌이 오는 걸음걸이가 된다. 그런데 다시 오르막이 나오면 이때는 힘이 더 들어가고 힘들다는 느낌이 든다. 

가장 걷기 싫은 길은 올라갔다가 내려갔다가 반복하는 산길이다. 근육은 올라갈 때와 내려갈 때 쓰는 근육이 다르기에 근육이 바뀔 때 많이 피곤하고 힘든 것 같다. 나이가 젊은 사람은 근육도 빨리 적응하지만, 나이가 많으면 적응 속도도 느리고 회복도 더디다. 


임산도로를 넘어서니까 멀리 푸른 바다가 보인다. 마을에 가까워지니까 바다도 보이지만, 갯벌이 넓게 펼쳐져 있다. 

이곳이 죽림 어촌 체험 마을이고  바다의 갯벌에는 갯벌 체험하는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죽림마을에 방풍림도 넓게 조성되어 있고 바닷가보다 뒤편에 큰 동네가 자리하고 있다. 이 마을은 배산임수의 전형으로 높은 곳에서 앞바다를 내려다보는 풍광이 좋은 동네이다. 

동네에서 도로 길을 따라서 고개를 넘어가면 도로 밑쪽에는 양쪽이 막혀서 아늑하게 보이는 어촌 마을이 나온다. 

이 마을이 보고 싶어서 내려가는 길목에 조각이 있고 잔디마당이 있는 분홍 지붕이 한채있다.

내려간 바닷가 마을은 탑립 마을이고, 동내 어귀에 돌로 된 탑을 쌓아 놓았다. 탑은 이곳 외에도 두 곳에 더 쌓아 놓고 있다.

다시 위로 올라가는데 마을에서 지팡이 짚은 할머니가 힘들게 올라오고 계신다. 모친 생각이 나고 저렇게 지팡이를 짚고 다니셔도 살아만 계신다면 하는 생각이다.


다시 도로 정상에서는 임도로 길이 나 있다. 이번에는 올라가는 처음에만 힘들다가 걷기 좋은 길이었다가 내려가는 임도이다. 여기서도 고개를 넘으니까 푸른 바다와 항구가 보인다. 이 마을은 귀성리이다. 

귀성리에 높은 산 밑에 아리랑 체험관이 자리하고 있다. 웅장한 산 밑에 자리하고 있어서 눈길이 가는 체험관이다. 

귀성리의 잘 조성된 가로수와 국립 남도국악원이 자리하는 곳에서 서해랑 길 8코스를 마치고 다시 9코스로 이어간다. 


9코스를 도로를 따라 걸어가다가 도롯가에서 “나절로 미술관”을 만났다. 

들어가 구경하려고 하니까 미술관에는 아무도 없었다. 특이하게 얼굴상을 여럿 만들어 놓고 배롱나무를 심어 놓았다. 배롱나무 전시관처럼 보이는 곳에서 한참을 앉아서 쉬면서 점심을 먹었다. 

다시 들길을 따라서 걷다가 언덕을 넘어가니까 바다가 나온다. 

바다로 내려가서 바닷가를 걸어가는 마을이 신동 마을이다. 신동 마을에서 바다 건너 있는 굴포리를 보면서 걷는데, 집 옆에 있던 보이지 않게 있던 개가 내가 지나가니까, 갑자기 짖어 놀라 정신이 번쩍 든다. 


신동리 끝 부근에 윤고산둑과 윤고산 사당이 있다. 

윤고산둑은 1650년대에 민간 간척 1호인 고난 둑을 만들어 인근 4개 동네 사람들에게 간척지를 경작해 했다는 것이다. 

그 앞에 윤고산 사당이 있는데 여기에 인근 4개 마을에서 고산을 기리기 위해 제사를 지내는 곳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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