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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종익 May 15. 2024

서해랑 길 7일차

고산 사당을 뒤로하고 도로를 따라 걷기 시작한다. 

아침에 이곳에 오기 위해서 팽목 서망 방향 군내버스를 타면 여기에 내릴 수 있다는 말을 듣고 그 버스를 탔다. 버스 기사에게 고산 사당과 굴포리 가기 전 정류장이라고 설명해도 이해 못 한다는 표정이다. 버스를 잘 못 탄 것이다. 그래서 고산 사당과 가장 가까운 거리에 내려 주고 떠났다. 그곳에서 고산 사당이 1.5Km라는 이정표가 보였다. 그래서 여기까지 걸어와서 걷기를 시작한 것이다. 


아침에는 맑은 공기와 아직은 아프지 않은 다리로 힘 있게 걸어간다. 도로가 논에는 모내기를 하려고 논을 장만해 놓고 물을 넣고 있다. 이런 논에는 두루미들이 찾아와서 먹이를 찾는데, 흰 두루미 한 마리가 논에서 먹이를 잡아서 먹으려 하고 있다. 아침 식사를 하는 것 같다.


첫 번째 만난 동네는 남선리이고, 이 마을을 지나서 다시 도로의 오르막을 오르니까 푸른 바다가 내려다보인다. 

이곳은 전망이 좋은 곳으로 공원으로 만들어 놓았으나 관리를 하지 않아 잡초만 무성한데, 그 중심에는 정자가 있고 주변에 돌들이 그림이 그려져 있다. 돌에 그림을 그린 것도 처음 본다.


다시 얼마 가지 않아 임산도로로 들어선다. 

여기 임산도로는 나무가 햇볕을 가려 시원하면서도 길이 경사가 없어서 힘이 들지 않은 임산도로이다. 이런 길을 걸으면 트레킹 하는 맛이 난다. 제법 긴 임산도로이지만 지루한 느낌도 없이 끝나고, 도로가 나오면서 이정표에 남도 진성이 곧 나온다고 한다. 진도 남도 진성은 조선 초기 외적의 침입을 방어하기 위해서 쌓은 성곽이다. 

보수도 잘 되어있고, 남도 진성 앞에 있는 쌍운교와 단운교가 옛날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것 같다. 


남도 진성을 지나서 도로 옆 넓은 공덕에 벼 못자리가 특이하다. 논이 아니라 시멘트 바닥에 모판에 볏씨를 넣어 물을 주어 가꾸어 내는 것인데 잘 자라고 있었다.


도로 길을 따라서 계속 가니까 서망항이 나온다. 이 항구에서 한 코스가 끝나고 다시 시작하는 곳으로 항구에 사람들이 제법 많이 보인다. 

항구에서 눈에 띄는 것은 진돗개처럼 보이는 잘생긴 백구이다. 진도에는 동네마다 개를 다른 곳보다 많이 키우고 있고, 종류도 이 백구처럼 생긴 것들을 지나면서 많이 본 것 같다.


서망항에서 올라와 다시 도로를 따라 팽목항으로 걷는다. 걷는 길에서 바라본 바다는 바다와 하늘이 같은 파란색이어서 구분이 힘들 정도이다. 

오늘은 날씨가 좋아서 바람도 없고 여름 날씨에 가깝다. 걷는 동안 며칠 전에 산 모자와 마스크로 큰 도움이 되었다. 


팽목항을 지나면서 아직도 세월호의 흔적이 많이 남아 있다. 등대를 바라보고 지나가면서 세월은 흘렀지만, 아직도 잊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느낀다.

팽목항은 인근 도서의 여객터미널이 자리 잡고 있고, 그곳에 조형물도 바다를 바라보는 대형 진돗개와 두 마리 새끼들이다. 


다시 걷는 길에서 만난 곳이 팽목 마을이다. 마을은 조용하고 여기도 오늘이 노인 일 자리하는 날인지, 노란 조끼를 입은 분들이 청소하고 있다. 혼자서 지나가도 늘 상 사람들이 지나가는 것인지 무심하게 쳐다본다. 


바다가 험한 길을 걸어 1Km 정도 가니까 팽목 방조제가 나온다. 눈으로 보아도 긴 방조제를 뜨거운 햇볕을 받고 고행하는 수도자처럼 걸어간다. 건너편에는 팽목항이 보이고 방조제 도로에는 지나가는 차도 없다. 긴 방조제를 부지런히 걸어서 마지막에 도착하니까 다시 왼쪽 바닷길로 가라고 한다. 팽목 방조제의 길이가 2Km였다. 


왼쪽 바닷길을 따라서 가니까 길이 없는 막다른 곳이다. 이곳은 마사 선착장으로 오직 산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보인다. 지금 서해랑 길의 코스가 해변의 산으로 안내하는 것이다. 

힘들게 오르막 계단을 올라서 산길을 걷는다. 산길은 오르막 내리막이 있는 힘든 길이고 간간이 푸른 바다도 보이지만, 나무숲 사이로 걷는 길이다. 이 길은 서해랑 길이기도 하고, “팽목 바람길”이기도 해서 리본이 많이 달려 있다. 

처음에 만난 임산도로와 너무 대조적으로 정비되지 않은 힘든 길이다. 중간에서 다시 바다로 나가는 곳이 있었는데, 그곳에는 세월호 사고가 난 지역에서 28Km 떨어졌다는 팻말이 서 있다. 

여기서 먼바다를 한참 바라보다가 다시 시작한 길은 숲이 길을 덮어서 보이지 않을 정도이다. 무성한 수풀을 헤치고 가려니까 그 속에 뱀이 있을까 무서운 생각이 든다. 

이 바닷길을 한 시간 이상 걸었는데, 이곳도 2Km를 걸은 것이다. 방조제와 같은 거리이지만 시간은 2배로 걸린 것이다. 


그다음에 나온 마을이 마사 마을이다. 이 마을에도 사람이 없었지만, 지나가는 길목에 있는 집에 할머니 한 분이 계셔서 물을 얻어 마셨다. 비어 버린 물병을 건너 주니까, 집안으로 들어가 냉장고의 시원한 물을 담아 주셨다. 고마운 할머니는 지나가는 목마른 사람에게 물을 주는 심정으로 주시는 것 같다.


다시 걷는 길은 직선 농로를 오래 걷다가 물길을 따라서 멀리 보이는 바위산을 향해서 십 리 이상 걸었다. 여기서도 햇볕을 그대로 받으면서 힘들게 걷는 수도자의 모습이다. 내가 원해서 걷는 길이니까 걸어가는 것이다. 

바위산은 동석산이고 밑에 자리 잡은 마을은 하심동이다. 


하심동을 옆으로 지나서 봉암저수지 밑으로 가서는 너무 덮고 지쳐서 그늘나무 밑을 찾아 그냥 땅바닥에 앉아서 쉬었다. 다리가 아파서 더 걷기가 힘이 들었다.

쉬면서 보니까 들에서 나는 딸 나무가 보인다. 

붉은 것이 잘 익어 보였지만, 걷는 것에 지쳐서 가까이 보기만 했다. 

한참을 쉬고 나서 딸이 너무 잘 익어 보여서 하나를 따서 먹어보았다. 지금까지 먹어 본 딸이 아니고 달고 맛이 있어서 놀랐다. 그때부터는 주변에 있는 딸 나무를 찾아다니면서 보이는 것은 모두 따 먹었다. 딸이 달아서 그런지 개미들이 많이 붙어 있었다.

걷는 것도 있어 버리고 딸 나무를 찾아서 오랫동안 저수지 밑에 머물렀다. 


다시 저수지 위로 올라와서 길을 따라 마지막 종점인 가치리로 갔다. 저수지에서 3Km 가면 가치리이지만 너무 멀었다. 날씨가 덥고, 마지막이라 다리도 아프고 힘이 들어서 그런 것이다.

가치리에 도착해서 아무도 없는 정자에 앉아서 버스를 기다리다가 이곳에 언제 버스가 오고 정류장은 어디인지 물어보려고 동네 사람을 찾아서 마을로 들어갔다. 다른 곳에는 사람이 보이지 않아 겨우 경로당에 찾아가니까 할머니 몇 분이 있었다. 

그리고 가치리에서 두 시간을 기다려서 진도읍 숙소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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