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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종익 May 21. 2024

서해랑 길 14일차

목포 버스터미널 부근에서 유숙하고 오늘 시작점인 청계면 사무소 정류장으로 갈 생각으로 첫차를 타러 정류장에 나갔다. 

어제 목포로 들어올 때 타고 온 200번 버스이다. 출발지가 삼학도인데, 새벽 시간이라서 빨리 올 것이라 여겼지만, 정류소에 현출되고 있는 버스의 위치를 보니까 매우 천천히 오고 있다. 

이른 시간에 이렇게 늦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반 시간이 넘어서 도착한 버스를 타고 보니까 늦은 이유를 알 것 같다. 버스는 만원이고 서 있는 사람도 비좁을 정도이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태우느라 시간이 많이 걸린 것이다. 오랜만에 만원 버스를 타보는 것 같다. 

그런데 타고 있는 사람들이 대다수가 할머니들인데, 햇볕을 가리는 챙이 넓은 모자를 쓰고 안면 마스크도 많이 착용하고 있다. 햇볕에 작업하러 가는 복장이다. 

아마 목포에서 무안으로 농사 일하러 가는 할머니들이고, 지금 무안에는 양파를 수확하는 시기인 것이다. 첫차를 타고 일하러 가는 할머니들이나 내가 입고 있는 모자나 복장이 비슷하다. 그렇지만 누구는 땡볕에 일하러 가고, 누구는 땡볕에 걸으러 가는 차이가 있었다. 잠시나마 놀러 다닌다고 생각하니까 미안한 마음이다. 


버스는 여섯 시에 청계면 사무소 정류장에 도착했다. 내려서 걷기 시작했다

오늘 아침은 안개가 심해서 앞이 멀리 보이지 않는다. 청계 중학교 부근을 지나서 상막 삼거리에서 오늘 코스인 무안 비행장 방향으로 걷는다. 

농로를 따라가다가 상마 1리 마을을 지나서 다시 농노로 나와서 걷는다. 

걷는 길에는 큰 우사가 많아 소똥 냄새가 난다. 

다시 산길로 오르지만 경사가 거의 없는 걷기 좋은 길이다. 

또 도로 길로 나오니까 우사가 여러 곳에 보이고 건초를 말아 놓은 흰 소먹이들이 논에 그대로 있는데, 새로운 건초로 만든 것 같다.

복룡 마을을 지날 때 마을 어귀에 노란 금계국이 피어 있다.

논길을 걸으면서 멀리 도대리가 보인다. 도대리 농노를 지날 때 트럭터가 모내기를 위해서 논을 장만하고 있다. 논을 갈아엎으면 땅속에 있던 왜가리 먹이들이 나오니까 트럭터 주변에 왜가리들이 두려움 없이 날아든다. 


바다가 나오고 뻘도 많이 보인다. 무안에서 뻘을 보니까, 낙지가 연상된다. 

먼바다는 안개 때문에 보이지 않고, 멀지 않은 곳에 작은 항구가 보인다. 

항구에는 배들이 정박해 있고 항구를 바라보고 있는 둑에는 낚시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이곳에 잘 잡히는 고기가 있는 것 같다. 가까이 지나면서 낚시하는 사람들이 낚싯대를 드리우고 기다리는데, 지나면서 고기를 낚아 올리는 사람은 한 사람도 보질 못했다. 건너편 등대 모양이 특이하다. 날개가 달린 날치를 형상화한 것 같다. 그러면 이 작은 항구에는 날치가 잘 낚이는 곳일 수도 있다. 

톱머리 해수욕장이 나온다. 모래는 많지 않고 모래가 끝나는 부분부터 갯벌이다. 

톱머리 해수욕장에는 소나무가 모래보다 더 좋은 것 같다. 

길게 조성되어 있는 소나무 뒤에는 펜션과 식당이 자리 잡고 있다. 이른 아침이라서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다. 간간이 소나무 사이로 텐트가 쳐져 있는데, 그 속에 사람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바다에서 도로로 나오니까 끝도 없는 비행장 길이다. 무안 비행장 옆은 도로는 직선 도로이고 비행장이 끝나는 부분까지 직선 길이다. 서해랑 길 20코스는 이 길로 가도록 만들어져 있다.

직선 길에서 속도를 올려서 가는 차들과 같이 가는 소음은 너무 심하고, 큰 덤프차가 지나갈 때는 바람 소리에 위험도 느낀다. 

코리안 둘레길을 가급적이면 도로 길을 피해서 길을 낸 이유를 알 것 같다. 서해안을 끝까지 길을 이어서 가자면, 도로 옆길이나 도로 길을 피할 수는 없다. 그 유명한 산티아고 길도 차들과 같이 가는 도로 길이 있었다. 


공항 길이 끝나고 농로로 가면서 망운면의 정착 마을과 두모 마을을 지난다. 두 마을을 지나가면서 가게가 두 곳이나 있었는데, 모두 장사를 하지 않았다. 이제 시골에 가게가 있는 곳이 드물다. 사람들이 줄어드니까 가게가 되지 않는 것이다. 

들에는 무안 양파를 작업해서 양파망에 담고 그것을 트럭에 싣고 있다. 여기도 황토 흙이라서 고구마를 많이 심고 있었다. 용동마을  마늘밭 옆에 아름답게 피어 있는 붉은 장미가 이색적이다. 

오늘 종점이 용동 사거리에 도착해서 버스 정류소에 휴식을 취했다. 힘이 들어서 버스 시간을 알아볼 생각도 없이 정류장에 앉아 있다. 

그러다가 무안 군내버스처럼 보이는 차가 이쪽으로 오는 것 같다. 거의 반사적으로 일어나서 짐을 챙겨서 버스를 세워서 무안읍에 가느냐 묻는다. 고개를 꺼덕이는 기사를 보고, 버스에 오르니까 냉방이 되어서 그렇게 시원할 수가 없다. 오래지 않아서 무안 버스터미널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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