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스코 마지막 날 숙소 찾느라고 정신없었지만, 라파즈 가는 날 아침은 밝았다.
시간이 남아 숙소에서 최대한 체크 아웃 시간 임박해서 나왔다. 아직 오전인데 라파즈로 가는 버스는 저녁 21시 30분이다. 선택한 버스는 볼리비아 홉 버스로 24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버스에서 자고 아침에 일어나 아침을 먹고 다시 출발해 다른 곳에서 다시 한번 쉬고 라파즈로 들어간다. 이렇게 쉬는 시간에는 투어가 선택적으로 준비되어 있다.
버스가 출발하는 저녁 시간까지 쿠스코 시내에서 시간을 보내야 한다.
일단 생각나는 곳이 아르마스 광장이어서 길거리를 구경도 하면서 도착했다. 아르마스 광장은 벌써 사람들이 붐빈다. 이곳에서 쿠스코 관광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출발하는 곳이기도 하고 만남의 장소인 것 같다.
벤치에 앉아 푸른 하늘을 감상하면서 한가한 시간을 보낸다. 이렇게 조용하게 보낼 수 있도록 또 하루를 허락받았다는 생각도 해본다.
아르마스 광장에는 갖가지 사람들이 모여든다. 그중에 내 눈에 들어오는 사람들은 페루사람처럼 보이는 가족이 광장에서 앉을 벤치를 찾고 있다. 아버지가 앞장서고 아이를 업은 엄마와 두 딸이 뒤를 따른다. 마침 사람이 없는 벤치를 찾아 나란히 앉고 등에 업은 아기도 내려놓는다. 페루 시골에서 농사를 마치고 쿠스코로 나들이 나온 듯한 인상이고, 연신 주위를 돌아보면 구경하는 모습이다. 그때 음료를 파는 사람이 가까이 가서 무엇이라고 이야기한다. 아버지는 그것을 사서 같이 맛나게 먹는다. 부자처럼 보이지는 않지만 정다운 광경이고, 아버지는 이들을 보살피고 또 아버지를 따르는 것이 좋아 보인다. 우리가 살아가는 아름다운 가족의 모습을 보는 듯하다
아르마스 광장에 앉아 있으니까 구두 닦는 사람들이 계속 와서 닦으라고 시비한다. 어제 산에 올라서 운동화에 먼지가 많이 묻어 있었다. 계속 앉아 있으려 해도 구두 닦는 사람들이 자주 와서 자리를 일어났다.
아르마스 광장에서 보니까 멀리 다른 광장에 사람들이 많이 보여 있다. 그곳으로 자리를 옮겨보니, 전통 복장을 한 여인들이 음식과 기념품을 광장에서 팔고 있다.
음식 중에는 큰 쥐를 닮은 고기도 팔고 있었고,
전통 복장을 한 여인들이 관광객을 상대로 사진 모델이 되면서 사례금을 받고 있었다.
이곳을 구경하다가 멀리 큰 건물이 있는 곳이 보여서 다시 그쪽으로 걸어갔다.
그곳은 어제 보고 싶었던 산 페드로 시장이다.
시장 안에는 여러 물건이 있지만, 기념품과 양털로 짠 옷들이 많았다. 과일 가게와 빵 가게 꽃가게는 있는데 해물 가게는 보지 못했다.
음식을 파는 가게가 상당히 많았고, 사람들이 이곳에 모여들어서 음식을 먹고 있다. 외국인들도 이곳을 좋아하는지 상당히 많다.
가장 관심이 가는 것은 오일장처럼 직접 생산한 물건을 가져와 시장 입구나 주변에서 노점상 할머니들이다. 아직 자기 물건을 가지고 오는 할머니들은 수십 년 전 우리 모습을 보는 것 같다.
이 산 페드로 시장 앞에 있는 벤치에 앉아서 오가는 사람들을 계속 구경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이곳에서도 할아버지, 할머니와 관광객이 많이 보이고, 과일이나 주슈를 옮겨 다니면서 파는 사람도 많다. 이곳에서도 구두 닦는 사람이 자주 찾아 왔지만, 계속 한자리에 있으니까 시간이 지나니까 오지 않았다.
점심 생각이 별로 없었지만, 산 페드로 시장 안 음식 난전 가서 골랐다.
오늘은 날씨가 낮이지만 쌀쌀한 느낌이 와서 닭고기가 들어가고 국수를 넣은 닭국수를 택했다. 닭 국물에 당근과 브로클리를 넣고 처음 보는 뿌리채소도 맛이 있었다. 너무 맛있는 음식을 우연히 맛을 본 것이다.
이렇게 시간을 보내다가 볼리비아 홉 터미널로 갔다. 찾기가 쉽지 않은 작은 터미널이다.
밤 9시 반에 떠나는 볼리비아 홉 버스를 타기 전에 일단 볼리비아 비자를 요구한다. 출국 전에 힘들게 받은 비자가 수월하게 만들었다.
버스는 누워서 갈 정도로 뒤로 많이 저쳐진다. 지금 겨울이라서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지 않은 것 같다. 버스를 타고 잠에서 깨니까 다음날 05시 페루 푸노이다. 여기서 7시 반에 출발할 때까지 휴식이다. 홉 버스가 정차한 곳을 잘 기억했다가 돌아와야 한다. 일부는 인공섬 투어를 떠났다.
이곳에서 티티카카 호수에서 아침 해가 떠오는 광경을 보고
선착장을 지나서 아침 산책을 했는데 이곳은 개들의 천국이다.
개들이 아침을 맞아서 신나게 활동하고, 저들도 서로 아는 개를 만나면 반가워서 난리이다.
그런데 지금 푸노의 아침 온도는 영하 4도이고 얕은 호숫가에 살얼음이 얼었다.
다시 버스를 타고 지나면서 페루의 겨울 시골의 풍경을 보면서 11시 가까이 페루 국경에 도착했다.
이곳에서 페루 출국 도장을 받기 전에 환전하는 곳에 들러서 페루 돈을 모두 볼리비아 돈으로 환전했다. 그리고는 걸어서 국경을 넘어서 볼리비아로 들어간다.
페루를 이제 작별했다.
국경을 너머도 별로 다른 느낌을 받지 못할 정도로 환경이 비슷하다. 볼리비아에서도 입국비자나 질문지를 조사하고는 입국 도장을 찍어 준다. 페루보다 훨씬 까다로운 느낌이다. 다시 타고 온 버스도 국경을 너머로 따라와 그곳에서 승차했다.
볼리비아를 한참 가다가 코파카바나라는 도시가 나온다.
이곳에서 정차하면서 다시 티티카카 호수에서 가장 큰 섬인 태양의 섬으로 투어를 떠났다.
티티카카 호수는 페루와 볼리비아에 걸쳐 있는 지구상에서 가장 높은곳에 위치한 호수로 멀리 설산도 보인다.
태양의 섬에 도착해서 섬을 오르는 투어를 하려 했지만, 같이 가는 외국 젊은이들을 따라가려면 힘이 달릴 것 같아 용기를 접었다. 나이가 들면 체력도 떨어지지만, 용기도 확실이 줄어든다. 섬에 내려서 여러 곳을 둘러보는 것으로 만족했다.
코파카바나에서 4시간 머물렀다가 다시 출발하는데 벌써 해가 넘어가는 때이다.
이곳에서는 타고 온 좋은 이층버스는 가고, 낡은 버스로 교체된 버스를 타고 간다.
해가 티티카카 호수 아래로 내려가는 것을 보면서 높은 산허리로 난 도로를 부지런히 달려서 다시 도착한 곳도 티티카카 호수이다. 이곳에서 어두운 저녁에 모두 버스에서 내려 다시 한번 페스포드를 검사받고, 작은 보트로 보이는 호수 건너편으로 간다. 이때 버스도 별도로 배를 타고 건너서 다시 버스에 탑승해서 라파스로 들어가는 길은 깜깜한 밤 길이다.
밤 10시경에 라파스 숙소까지 버스가 데려다준다. 24시간 정도 온 거리이다. 너무 피곤해서 숙소에서 금방 잠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