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이라 한창 더울 때이지만 아침에 일어나니 라파즈는 0도가 표시된다.
일찍 나갈 마음이 나지 않아서 숙소에 머물다가 햇볕이 따뜻해질 무렵에 라파즈 시내를 구경 나섰다.
숙소 앞에서 처음 만난 도로변에 장사하는 할머니가 파는 것이 고추처럼 보여서 한참을 보다가 만져도 봤다. 고추를 말리긴 했는데 아직 수분이 많고, 모양새도 크고 노란색이 많다.
또 조금 걸어가니까 이번에는 감자를 파는 할머니가 있다. 자주 못 본 홍 감자도 보이고 다른 종류도 여러 가지이다. 감자의 원산지라는 것이 실감이 난다.
시내 쪽으로 가서 산프란시스코 성당을 찾아가는데, 그렇게 종탑이 보이지 않아 구글 지도를 보고 따라갔다. 가까워지니까 종탑이 보이기 시작하여 그 방향으로 내려갔다. 라파즈는 높은 곳에도 집들이 있고 중심가는 내려가는 지형이다. 산프란시스코 성당은 옆면은 돌과 시멘트로 쌓은 곳도 보이고, 전면은 대리석으로 만들었는데, 광장은 공사 중이다. 오늘이 일요일이라 성당 안에는 미사를 드리고 있었다. 내부는 다른 성당과 비슷하게 화려하다. 이곳은 사진 촬영 금지라 담지 못했다. 미사 드리는 성당 안에는 엄숙함과 경건한 분위기이다.
성당을 앞에서 밑으로 내려가면 번화한 도심의 건물들이 서 있고 이곳이 라파즈의 중심지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 도심을 따라 내려가면서 특이한 것은 도로 가운데 공원이나 작은 쉼터, 화단이 있는데, 이곳에 볼리비아 국기와 다른 작은 물건을 파는 곳이 이어져 있다. 그래서 도로 가운데는 볼리비아 국기 펄럭이는 모양새이다. 볼리비아인들은 주변 나라보다 사는 것은 떨어지지만 나라를 생각하는 마음은 앞서는 것 같다.
무이요 광장을 찾아서 가는 중에 의미 있는 기념탑이 서 있다. 착검을 한 총을 든 젊은이가 엎드려 쓰러진 조형물이 있고 그 뒤에 기념탑이 있다. 의미를 알 수 없지만 비장하고 무엇인가를 온몸으로 지키려는 듯하다.
무이요 광장은 한참 오르막을 올라가야 나온다. 라파즈도 3600m가 넘는 고산이라서 오르막은 현지인이 아니면 천천히 오른다. 고산 증상인지 걷기가 힘이 들고 심호흡을 해도 그렇게 가슴이 시원하지 않다. 천천히 올라서 무이요 광장에 도착했다. 광장은 아담하고 가운데는 보통 광장처럼 가운데 동상이 서 있고 주변에는 비둘기 무척 많이 앉아 있다.
이곳에서는 비둘기 모이를 파는 노점상이 많았고 여기에 온 아이들을 비둘기 모이 주기에 한창이다.
광장 주변에 질 좋은 대리석으로 만든 여인 조각상이 돌아가면서 서 있다.
광장에서 한참 앉아서 이곳에 사는 사람들을 구경하면서 조용한 시간을 보냈다.
무이요 광장에서 다시 내려오면서 광장 바로 밑에 경계가 철저한 관공서가 여러 곳 자리하고 있다. 이곳에 여행 오기 직전에 쿠데타가 일어났다고 하던 그 현장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다시 중요 도로가 있는 도심으로 내려오면서 행진하는 악대들의 소리가 들린다. 멀리서 들렸지만, 도로에 내려가니까 가까이 오는 것이 보인다. 악대를 앞세워 행진하는 대열은 도로 따라 계속 산프란시스코 성당 쪽으로 가지 않고 정부 청사가 있는 무이요 광장 쪽으로 올라간다. 군 복장과 여러 제복을 입고서 당당하게 무엇을 주장하는 듯한 행진 대열인 것 같다.
다시 사가르나가 여행가 거리를 가기 위해 산프란시스코 성당 쪽으로 올라가는 길에 내려올 때 본 길거리 노점상이 그 자리에 그대로 있다. 사탕과 초콜릿 몇 개를 놓고 마냥 기다리는 모습이다.
사가르나가 여행자 거리는 산프란시스코 성당 옆으로 올라가는 오르막으로 여행사와 여행 장비를 파는 점포 사이에 있는 길이다. 이곳에 여행자들이 많이 지나가는데, 바로 옆에 있는 마녀 시장도 같이 구경하는 것 같다.
마녀 시장은 겨울이라서 손으로 짠 털옷과 기념품을 많이 팔고 있었고 골목 하늘에는 우산으로 걸어 놓은 곳도 있고, 작은 바구니를 걸어 놓은 곳도 있으면서 거리를 많이 치장해 놓았다.
여행자들이 많이 들려서인지 길바닥에 깔려있는 돌이 반들반들해서 미끄럽기까지 하다.
마녀 시장이라는 이름이 어울리지 않은 것 같은데, 끝나는 부근 도로에 리마와 다른 동물을 통째로 말려서 걸어 놓았다. 이래서 마녀 시장이라고 하는지 모르겠다.
이곳에는 낮이지만 털 모자를 쓰고 두툼한 옷을 입고 다니는 사람도 있고, 반 팔을 입고 다니는 여행자도 보인다. 그래도 날씨는 겨울 날씨라 도시가 춥다는 느낌을 받는다.
킬리킬리 전망대에 올라 라파즈의 전경을 보려고 우버 택시를 불렀다. 배차가 늦어서 한참을 기다려서 타고 가는데, 20분 걸린다고 표시된다. 그런데 이곳의 도로는 좁고 복잡하고 교통체증이 심해서 1시간이 넘어 도착된다.
킬리킬리 전망대 올라 라파즈 시내를 보니까 산 위로 올라갈수록 작은 집들이 들어서 있다. 이곳을 야간에 오면 저렇게 높이 있는 집들이 조명이 되어서 볼만하다고 하지만, 낮은 곳은 부자들이 거주하고 높은 곳에는 빈민들이 거주하는 무엇인가 대비되는 전망을 보여주는 곳이다. 높은 곳의 집은 4000m가 되는 고지대라고 한다.
케이블카들이 부지런히 다니고 있다. 이런 곳에 가장 적합한 이동 수단일 것 같다.
전망대에서 내려오려고 우버 택시를 다시 요청했지만, 너무 교통이 막혀서 대답이 없다. 그래서 구글 지도를 보고 내려오니까 얼마 되지 않은 거리였다.
앞선 여행에서는 일단 걷는 것을 우선으로 했었는데, 이젠 타고 가려고 하니까 걷기가 싫어진다.
나이 들어도 걷는 것이 습관이 되면 걷지만, 걷지 않는 것도 버릇이 되면 걷는 자신감마저 없어지는 것 같다.
다음날은 우유니로 떠나는 날인데 여기서도 저녁 버스를 타고 우유니에는 아침에 도착한다.
이날도 여유시간이 많아서 주변을 둘러보면서 사람 사는 구경을 했다. 어느 골목에서 할머니들이 많이 오가는 곳이 있어 가보니 전통시장이다.
전통시장에서 눈에 들어오는 것은 빨간 사과인데 이곳은 겨울이니까 수확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 먹어 보니 싱싱하고 달고 맛이 있는 것이 내 판단이 옳았다.
오늘도 또 악대 행진 소리가 들려서 그쪽으로 내려가보니, 이번에는 어제보다 훨씬 많은 사람이 시가지 행진을 한다. 어떤 축제 성격은 아니고 프랫 카드에 적힌 문구는 전혀 모르지만 시위하는 행진인 것 같다. 이 행진은 지나가는 코스의 모든 교통을 마비시키고 진행되고 있다. 그 숫자가 엄청나서 끝이 보이지 않고 계속 이어지고 있다.
오늘은 무이요 광장 쪽이 아니라 반대쪽으로 간다. 무엇인지 불안한 느낌을 받았다. 아직 우유니로 출발하는 버스 시간은 반나절이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