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하는 천렵

by 안종익



여름밤은 어둠이 짙어 가는데, 냇가를 따라서 횃불을 들고 가는 여러 사람이 볼일 때가 있었다. 밤에 물고기를 잡는 밤 천렵하는 사람들이다. 밤에 물고기를 잡는 밤 천렵은 낮에는 일이 바빠서 못 가고, 밤에 시간을 낸 것이다.

밤에는 물고기 중에서 수초를 먹고사는 것은 움직임이 적어지고, 또 물고기를 잡아먹고사는 물고기는 주로 야행성으로 밤이 되면 활발히 먹이를 찾으러 나온다. 물고기를 먹는 물고기는 낮에는 거의 돌 밑이나 은신처에 숨어서 움직이지 않다가 어둠이 짙어질수록 활동이 분주하다. 그러다가 새벽이 오기 전에 다시 돌 밑이나 은신처에 숨어 들어간다.

그러니 밤에 물고기를 잡으러 가면 활동이 느려서 잡기 쉽고, 육식성 큰 물고기도 나오니까 잡을 수 있다. 껌껌한 밤 냇가는 부지런만 떨면 물고기는 많았다.


밤 천렵을 가는 날은 준비할 도구가 있다. 어두운 밤을 밝혀 줄 횃불이 준비되어야 한다. 횃불은 보통 솜뭉치를 만들어서 석유를 묻혀서 불을 붙인다. 솜뭉치를 만드는 솜은 겨울 이불에 들어있는 솜을 많이 쓴다. 옛날에 목화로 만든 이불에 들어 있는 솜은 석유에 묻혀서 불을 붙이면 솜은 타지 않고 석유만 타지만, 나일론으로 된 솜은 석유도 타지만 솜도 타기 때문에 횃불의 솜으로는 안된다.

목화솜을 구해 어른 주먹 정도로 단단히 뭉쳐 그것을 가는 철사로 여러 겹 감싸고, 그다음 더 굵은 철사를 길게 느려서 긴 나무막대에 매달아서 횃불을 만들었다. 나무로 된 긴 막대를 이용하므로 횃불에 불을 붙이더라도 불에 데이지 않고 굵은 철사로 연결했기 때문에 석유통에서 기름을 찍기가 쉽다.

이렇게 준비한 횃불과 고기 잡는 반디와 고기 담는 통을 준비되면 밤 천렵을 가면 된다.


물고기 초저녁에 별로 나오지 않다가 자정이 가까워지면 많이 나온다. 그러니 여름에 농사일에 지쳐서 한참 잠이 들 시간에 나가야 큰 물고기를 볼 수 있는데, 어떤 물고기는 불빛이 비치면 모여드는 경우도 있다. 이런 물고기 작은 물고기들이다. 일단은 밤 천렵을 가려면 그때는 최소한 네 명은 필요했다. 반디로 고기 잡는 사람, 횃불을 들고 비춰주는 사람, 석유통을 들고 횃불을 따라다니는 사람, 고기 담는 그릇을 들고 다니는 사람은 필수적으로 있어야 했다. 그다음에 또 필요한 사람은 물속에 들어가 고기 잡는 사람들의 옷을 들고 다니는 사람도 있어야 하지만, 없으면 시작하는 곳 적당한 곳에 옷을 보관해 놓고 가야 했다. 그래서 천렵하는 날은 이웃이 함께 준비하고 나가는 날이고, 천렵 다음날은 다른 사람들도 고기를 얼마나 잡았는지 궁금하고 어디에 큰 물고기가 있었다는 정보를 알기 위해서 관심을 갖는 것이다.


큰 물에 큰 고기가 산다는 말이 있다. 마을에서 앞쪽으로도 냇물이 흐르지만, 뒤쪽에 큰 강에 가까운 냇물이 흐른다. 뒤쪽의 냇물을 보통 ”이넘애“라고 했는데 이것은 지명이 아니라 ”이 너머에 있는 “이라는 뜻이었지만 ”이넘애“라고 고유명사처럼 쓰이고 있다.

이넘애에 가면 냇가의 물이 넓게 흐르는데, 안쪽 바위 언덕 밑은 깊어서 들어가지 못하고 반대편 얕은 물을 따라 올라가면서 잡는다. 깊은 물에 있던 고기가 밤이 되면 얕은 물가로 나온다. 먼저 횃불이 앞을 비추면 반디가 나란히 같이 간다. 그 뒤에서 석유통을 든 사람과 고기 담을 그릇을 든 사람이 따라간다. 횃불이 비치는 바닥을 자세히 보면 물고기들이 움직이지 않고 바닥에 조용히 있다. 이때 모든 사람의 눈이 물고기 찾는데 신경을 쓴다. 먼저 본 사람이 작은 소리로 어디 고기가 있다고 반디를 든 사람에게 이야기하고, 반디를 든 사람이 조용히 접근해서 먼저 반디를 대고 고기를 반디 안으로 몰아넣는다. 그런 방법으로 물고기를 잡는데 물결이 많이 일게 하거나 반디보다 사람이 앞서 나가면 물고기가 미리 알고 도망가기 때문에 물속에는 정숙하게 걷고 조용조용 움직인다. 어떤 큰 물고기는 물결이 일면 미리 알고 깊은 곳으로 천천히 움직이기 때문에 횃불을 잘 비추고 도망가기 전에 반디로 막아야 한다. 그러니 횃불과 반디가 호흡이 맞아야 한다. 큰 물고기를 놓칠 때면 서로 책임을 전가하느라 한바탕 시끄럽다. 그렇게 놓친 물고기가 그날 밤에 가장 큰 고기처럼 되고, 밤 천렵이 끝난 뒤도 누구 때문에 놓쳤다고 뒤 담화를 한다.


횃불을 석유에 묻히면 처음에는 엄청 밝다가 차쯤 어두워지면 다시 석유를 묻혀야 한다. 다시 석유를 묻치는 사이에 고기들이 도망을 가기도 하고, 석유를 묻힐 때 고기가 움직이는 것이 보이면 횃불의 솜방망이를 석유통에 급하게 넣다가 석유통을 든 사람이 데이는 경우도 있고, 석유 횃불은 그을음이 많이 나와서 밤 천렵이 끝나면 얼굴과 콧구멍에 그을음이 많이 묻어 나온다. 보통 가져간 석유를 다 쓰면 밤 천렵을 마치는데 도중에 석유통을 든 사람이 이끼 낀 돌이나 미끄러운 청석에 넘어져서 석유통을 엎지르는 날은 원망을 한 몸에 받고 거기서 밤 천렵은 마치게 되고 오랫동안 이야깃거리가 되었다.


이넘애 보 안에 큰 고기가 많이 잡히는데 보 위쪽에서는 메기 같은 큰 물고기가 많이 나온다. 보 위쪽으로 갈수록 긴장하는데 보이는 물고기를 모두 잡지 못하고 놓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그 놓친 고기가 가장 큰 물고기인 것이다. 위쪽에 올라오면 모두가 야간 먼 곳을 바라본다. 그러면 야간 먼 곳에서 큰 고기가 사냥꾼들의 움직임을 감지했는지 느리게 도망가는 것이 보이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는 횃불이나 모든 사람이 움직이지 않고 오직 반디를 가진 사람만 신중히 접근해서 잡으면 환호성이 터져 나오고 못 잡으면 탄성이 터지는 곳이다.

이넘애 보를 지나면 장담이라 부르는데, 그렇게 크지 않은 웅덩이가 연속으로 나오는 곳이다. 이곳에서는 얕은 곳에 있는 물고기는 거의 잡기도 하지만 물고기를 도망을 가도 따라가서 잡을 정도로 깊지 않다.


장담을 지나서 한내 보가 나온다. 이 보는 넓은 들에 물을 대기 때문에 상당히 넓고 깊은 곳이 많다. 이곳에는 형제 바위라고 해서 바위 두 개가 형제처럼 나란히 서 있는 곳이 가장 깊은 곳이다.

이곳도 깊은 곳은 밤 천렵에서 들어가지 못하고 얕은 곳으로 나온 물고기를 잡는다. 이곳은 모래가 많은 곳이라서 정신없이 고기를 찾아서 가다가 보면 발밑에 꿈틀거리는 것이 있다. 이런 때에는 발을 움직이지 말고 손을 넣어서 잡으면 된다. 이 물고기 이름이 모래묻이 라는 고기로 모래 속에 몸을 숨기기 때문에 발에 밟힐 때까지 도망을 가지 않아서 잡히는 것이다. 밤 천렵 가면 한두 마리는 이렇게 발에 밟혀서 잡히기도 한다. 밤 천렵이 끝나고 보면 낮에는 큰 고기를 보지 못하던 물고기가 밤에 큰 것이 보이는 경우가 많다. 낮에는 깊은 물에 있다가 밤이 되어서 먹이 사냥을 하러 얕은 곳으로 나온 것이다. 이 중에서 뚝지라는 물고기가 이렇게 큰 것도 있었구나 할 정도로 큰 것이 잡히는데, 뚝지는 사람이 가도 잘 도망을 가지 않고 움직임이 없는 물고기이지만 매운탕을 하면 그 맛이 최고인 물고기이다.


밤 천렵을 마치고 돌아올 때면 석유통에 기름이 거의 다 되고, 횃불도 겨우 붙어 있을 정도가 될 때에 집으로 돌아온다. 예전에는 밤 물고기가 많아서 정신없이 따라다니면 시간은 언제 갔는지 모를 정도였다. 자정이 넘은 시간에 돌아오는 경우가 많았는데, 돌아오는 곳에 잠모퉁이라고 하는 곳이 있는데, 옛날부터 귀신이 있다는 소리가 들렸고 한밤에 돌아다니는 빛을 본 적이 있다고 말하는 사람도 더러 있었다. 온 들판은 어두워서 한 치 앞이 안 보이고 하늘과 맞닿은 산 능선만 희미하게 구분되는 그믐날은 그런 생각이 더 간절했다. 천렵을 마치고 이곳을 지날 때 여러 사람이 가니까 무서운 생각이 덜 들지만, 그래도 주변이나 뒤를 무의식적으로 돌아보는 곳이었다.


집으로 오면 여름 농사철이니까 안주인들은 기다리다가 고단해서 한숨 자고 일어난 상태이다. 물고기를 쏟아놓으면 한 동이가 될 정도로 많았다. 같이 간 사람들이 나누어서 집으로 가져가서, 그 물고기를 일단 배를 따고 손질을 한다. 어떤 날은 끓여서 새벽까지 한 잔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런 경우는 다음날 농사일이 있기 때문에 흔하지 않았고, 손질한 고기를 큰 솥에 상하지 않게 양념 없이 끓여 놓았다가 아침에 다시 양념을 해서 끓이는 경우가 많았다.

이렇게 밤에 하는 천렵은 농사철에 낮에는 물고기 잡을 시간이 없기 때문에, 밤에 큰 물고기 잡는 재미로 가는 경우가 많았다.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면 천렵 갔던 사람은 얼굴에 그을음이 묻어 있는 것을 보면 알 수 있었다. 지금은 그런 횃불로 밤 천렵을 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사실 석유 횃불이 아니어도 성능이 훨씬 좋은 랜턴이 수없이 많지만 잘 가지 않는다. 천렵을 하던 사람들은 나이가 들어서 밤에 가고 싶어도 물속을 걷기 힘들어서 못 가고, 물고기도 이제는 수달이 너무 많아서 잘 보이지 않는다. 수달은 천연기념물로 보호받아서 흔하게 보이지만, 오히려 큰 물고기가 더 보기 힘들어졌다. 밤에 하는 천렵도 추억의 고기잡이로 기억되어 가고 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시월의 마지막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