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월의 마지막 날

by 안종익


시월의 마지막 날이 오면 한 해가 저물어 가는 느낌이다.

왠지 아쉬움이 앞서면서 후회 같은 감정을 스며든다. 이날은 보통날처럼 지내기보다 그리운 사람이나 보고 싶은 사람과 함께 보내고 싶은 날이기도 하다.

이런 감정을 느끼게 하는 것은 어느 가수가 부른 “잊혀진 계절” 영향도 있을 것이다. 그 노래 가사를 보면 먼저 “시월의 마지막 밤”을 언급하고 “헤어졌어요”, “쓸쓸했던”, “잊혀져야”, “이룰 수 없는 꿈은 슬퍼요” 이런 언급들이 아쉬움과 허전함을 생기도록 이 노래와 같이 세월을 보낸 세대들이 느끼는 감정일 것이다. 그러니 시월의 마지막 날은 보고 싶은 사람과 만나 노래 가사와 같이 기억하고 싶은 날을 만들고, 가슴이 시리거나 아쉬움 추억에 잠겨보고 싶은 것이다.


시월의 마지막 날은 계절적으로도 추워지는 시절이고 낙엽이 한창 드는 계절인 만큼 쓸쓸하다는 느낌이 드는 때이기도 하지만 그래도 남은 한 해를 잘 마무리해야 할 시기이다.

시월의 마지막 날 아침에 어떤 의미를 찾아볼까 하는 생각이 불현듯 들면서 무엇인가를 하고 싶었다. 내일부터는 새롭게 해 보겠다는 매월 말일에 생각하는 습관이 다시 나타난 것이다. 그것도 보통 달 말 일과 다른 시월의 마지막 날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언 듯 생각한 것이 술을 어떻게 해보겠다는 것이었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어떤 사람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분은 아마도 “실천 못한다에 한 표” 이렇게 이야기할 것 같다. 실제로 지금까지 그 말이 틀리지는 않았다. 그래서 괜히 실없는 사람이 되지 말자는 쪽으로 마음이 흘러갔다.

또 시간이 지나니까 지금까지 “사는 거 별거 있나?” 대충 한잔하면서 즐겁게 살면 되지 하면서 몇 달을 살아보니까 그렇게 사는 것도 별로 의미 없다는 것을 느낀 것도 생각났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섬의 높은 산을 등반한 적이 있었다. 그 섬에는 만나면 밤새 술을 먹어도 술이면 무조건 좋아하는 오래된 지인이 있었다. 등반을 마치고 만나기로 약속을 하고 만난 것이다. 물론 하산주를 겸 오랜만에 한잔하려고 만난 것이다. 그런데 그 지인은 술을 한 잔도 하지 않았다. 그렇게 잘 먹던 술을 완전히 끊은 것이다. 벌써 그때가 산에는 눈이 덮인 겨울이었으니까 술을 하나도 안 먹은 지가 일 년이 다 되었다는 것이다.

이 지인은 작년 년 말 마지막 날에 술을 잔뜩 먹고 자려고 하다가 갑자기 새해부터 술을 끊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술김에 새해 인사 메시지를 지인에게 보내면서 올해부터는 술을 끊겠다는 금주 선언을 한 것이다. 그러고는 여기까지 온 것이다. 믿기지 않은 일을 본 것이다.


갑자기 그 지인도 생각이 나고 해서 나도 시월의 마지막 날에 일을 저지르고 싶었다. 그래서 문자를 만들었다.

“존경하는 선배, 동료님께 10월의 마지막 날 아침에 한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동안 오래 정들었던 술을 떠나고자 합니다.

사는 것이 별거 아니지만 그래도 술이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는 것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10월의 마지막 날이면 나오는 노래 ”잊혀진 계절“의 노랫말처럼 잊혀지는 인생이지만, 그래도 의미를 찾다가 잊혀지길 바라면서......

그동안 정이 많이 든 술과 작별하고자 합니다.

그래도 술과 이별이지 인연의 이별은 아닙니다. 함께할 자리는 늘 기대합니다.


이렇게 문자를 만들어 놓고 몇 번 망설이다가 다수의 사람에게 보내 버렸다. 일은 벌어진 것이다. 앞으로 실천이 문제인 것이다. 실제로 여러 의견이 전화로도 오고 문자로도 왔다.

먼저 가장 먼저 온 전화가 술 안 먹고 무슨 낙으로 사느냐는 전화이다. 이렇게 전화한 사람은 정작 술을 먹지 못하는 사람이다. 체질적으로 술이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기는 술을 못 먹지만 술을 먹으면 재미있고 즐거운 것으로 알고 있는 것이다.

또 다른 사람은 자기도 금주하고 싶은데 아직은 아니고 조금 더 먹고 하겠다고 하는 사람도 있었고, 술을 한두 잔만 먹고 지내라는 사람도 있었다. 술을 어느 정도 적당량만 되면 술잔을 내려놓는 습관을 들이면 된다는 사람도 있었다. 그렇게 말하는 사람은 실제로 그렇게 실천하려고 노력을 하는지 모르지만, 끝까지 먹는 사람이었다.

또 어떤 사람은 술을 몸이 탈이 날 때까지 먹어야 한다는 사람도 있었다. 몸에서 술을 안 받으면 그때에 그만 먹겠다는 것이다.

그래도 응원하는 사람과 잘했다는 사람이 상당히 많았다. 그런 사람들은 대다수가 술을 먹지 않는 사람들이었다. 교회 다니는 분들은 지금부터 ”하나님이 기뻐하는 삶을 살아보세 “ 이렇게 문자가 왔다.

이처럼 술을 먹고 안 먹고에 따라서 생각이 분명하게 달랐다.


일은 벌써 저질러 놓았다. 이제 창피를 당하든지 아니면 실천을 하든지 해야 하는데, 일단은 실천하는 쪽으로 가야 할 것 같다.

올 시월의 마지막에 큰 사고 한번 친 것이다. 실제로 문자를 보낼 때 6개월간 금주한다고 할까 하다가 웃음거리가 될 것 같아서 단서를 달지 않았다.

실제로 예외를 둔다는 것은 실천되지 않을 가능성이 많다. 지금까지 ”어떤 자리는 먹고 “, ”얼마까지 먹는다 “, ”무슨 술만 먹는다 “라는 단서를 두니까 거의 예외로 인해서 실패한 경험이 있다.

하나도 안 마시든지 아니면 마시든지 둘 중에 하나이다. 적당히 먹는다는 것은 언젠가 다시 원 상태로 가겠다는 말과 같다고 주장하는 유튜브를 본 적이 있다.


실제로 적당히 술을 먹고, 다음날 숙취도 없고, 일하는데 지장이 없다면, 음주도 그렇게 나쁘지는 않을 것이다. 그 ”적당히 “라는 것이 가능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평소 술을 먹을 때 조금밖에 먹지 않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그런 사람은 아마도 술은 마시고 싶지 않지만, 환경이나 분위기에 눌려서 억지로 먹는 상황일 것이다. 벌써 술을 먹고 싶고 술이 좋은 것이라 생각되는 사람은 ”적당히 “라는 것은 한두 번 가능하지 여러 번 음주하면 절대로 지켜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10월의 마지막 날을 그리운 사람과 보내고 싶었지만 그런 좋은 일이 없었다.

너무 쓸쓸했던지 일을 만들었다. 그래도 다시 돌아오는 10월의 마지막 날에는 치열하게 살다가 올 10월의 마지막 날이 잊혀지지 않는 날로 기억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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