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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종익 Aug 02. 2024

칠레의 휴양지 푸콘

산티아고에서 밤 버스를 타고 푸콘으로 향했다. 푸콘은 휴양지로 칠레의 스위스라고 불리는 곳으로 “화산의 입구”라는 뜻의 지명인 마을이다. 

푸콘에서 조용하게 며칠 쉬려는 생각과 아르헨티나의 바릴로체로 가기 위한 중간지점에 있기에 들리는 것이다. 이곳에서 편안히 지낼만하면 오랫동안 있을 생각도 하면서 갔다. 

이곳은 남반부라 겨울에 해당하는 계절이므로 추위를 많이 느낀다. 여행 나오면 힘이 든다는 것은 각오한 일이지만, 추우니까 활동이 위축되는 것을 느낀다. 

이제 버스도 세 번째 가는 밤 버스 길이고, 24시간을 간 적도 있으니까 버스에 타자마자 잠이 들었다. 이곳의 버스는 뒤로 잠자기 좋을 만큼 젖혀지기 때문에 야간에 잠자기 좋다.


밤새 달려서 아침이 밝아올 시간인데, 버스 창문은 그렇게 밝지 않다. 아침 8시경에 푸콘 버스터미널에 도착했다고 버스 안에 불이 켜졌다. 

배낭을 메고 버스에서 내리니까 한기를 느낀다. 그런데 지금 푸콘에서는 비가 내리고 있다. 비가 옷이 젖을 만큼 내리니까 버스터미널로 들어가서 내리는 비를 바라보고 있으니까 춥고 따뜻한 난로가 생각난다. 터미널 안에는 난로가 설치되어 있지만 불은 없다. 추워서 빵 모자와 장갑을 끼고 앉아 있다. 터미널에는 짐을 많이 쌓아 놓고 누구를 기다리는 남미 노인과 늙은 동양인이 아무런 말 없이 다른 방향으로 시선을 두고 앉아 있다. 내리는 비는 그칠 줄 모르고 계속 내린다. 


푸콘은 여름엔 맑은 날이 대부분이고 기온도 24도 내외이고, 겨울에는 좀처럼 영하로 내려가지 않지만, 춥고 비가 많이 온다. 7월이 푸콘에서는 한겨울에 해당하는 달이다.

푸콘은 볼거리로 비야리카 화산과 다른 화산 산이 있고, 호수가 많은 곳이다. 활동은 주로 화산 트레킹, 래프팅, 온천이 주류이다. 그리고 호수 트레킹이 있다고 하니까 이곳에서 호수 트레킹을 생각했었다. 

푸콘에 도착하면 먼저 여행사를 찾으려고 했지만, 비가 와서 아무런 생각도 없이 따뜻한 곳 만 생각하면서 터미널에 앉아 있다. 숙소를 예약했는데, 오후 3시에 체크인이다. 그래도 그곳에 가려 해도 비가 그치질 않아 그냥 터미널에서 멍 때린다. 


홀로 여행한다는 것은 내가 원해서 한 것이니까 쓸쓸한 마음이 든다고 누구에게 이야기도 하기가 좀 그렇다. 그래도 홀로 여행하는 어려움이나 외로움을 이야기하면 들어줄 사람이 있었으면 좋을 것 같다. 보통은 다른 사람 여행에 좋은 관심이 아니라 오히려 질투가 앞설 것이다. 

이렇게 춥고 외로움을 느끼는 날도 있지만, 여행을 떠나올 수 있다는 것을 행복하다고 생각하고 싶다. 그래도 이런 마음을 전하면 들어줄 사람은 아마 친한 내 편일 것이다.

여행은 분위기에 따라 기분이 갑자기 내려앉고, 어떤 경우는 갑자기 좋아지는 것을 느낀다. 기분의 전환되는 것을 감각으로 느낄 수 있는 것이 여행이다. 

춥고 우울한 기분이지만 한순간에 올라갈 수 있다. 홀로 여행은 계속된다는 것을 생각하고 항시 긍정적 호기심을 가지려 해야 한다.


비가 조금 잦아드는 것을 보고 숙소를 찾아 나섰다. 

찾은 숙소는 배낭을 보관해 주지만 시간이 되어야 체크인한다고 한다. 그래도 비를 맞지 않는 숙소 대기실에서 또 한정 없는 기다리기를 하고 있다. 여기서도 난로는 있지만 불은 넣어 주지 않는다. 시간이 되어서 찾아 들어간 숙소 침대에 잠이 들었다. 

일어나니까 저녁이고 밖은 깜깜한데, 아직 비가 내리는 소리가 들린다. 다시 배낭에 있는 것을 대강 먹고는 침대로 들어갔다. 주변에 같은 공간을 쓰는 외국 젊은이들의 웃는 소리가 들리지만, 관심도 없고 잠을 청한다. 


그래도 방도 따뜻하지는 않았지만,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나니까 정신이 맑았다. 원래 호수 트레킹을 하려는 마음을 접고 오늘은 푸콘 마을이나 구경하면서 내일 바릴로체에 갈 생각을 하기로 했다. 

아침에 푸콘의 호수가 있는 곳으로 찾아서 걸었다. 비는 오지 않지만, 날씨가 을씨년스럽게 추위를 느낀다. 내일도 비가 예보되어 푸콘은 빨리 떠나 다른 따뜻한 곳을 찾아서 가야 할 것 같다. 그곳이 아르헨티나의 바릴로체였으면 좋겠다.


호수가 보이는 곳에 도착하니까 멋진 선착장이다. 

이곳 오리들이 아침을 맞아서 극성이다. 

나를 따라오니까 급하게 다른 곳으로 옮겨 갔다. 옮긴 곳에는 갈매기들이 앉아 있는 곳으로 원주민의 목각이 서 있는 전망이 좋은 곳이다. 

이때 구름 사이로 비야리카 설산이 잠시 보인다. 이 비야리카 설산은 아직도 활동하는 활화산이고, 지금도 꼭대기에 연기가 올라온다. 푸콘의 상징과도 같은 산이다. 

푸콘의 호수가 멀리 보이고 호수의 끝이 보이지 않은 것이 아름다운 휴양지 풍광이다. 

한적한 호숫가에는 희고 분홍빛을 띤 꽃이 탐스럽게 피어 있고 

그 옆으로 노부부가 손잡고 걸어가고 있다. 

선착장을 벗어나 시내로 들어가 구경을 나섰다. 오래된 휴양지처럼 가로수는 고목들이 줄지어 서 있고, 

거리는 잘 정돈되어 집들은 도로를 기준으로 반듯하게 나누어져 있다. 

지나가는 길에서 새 한 마리가 인기척이 있어도 움직이지 않고 먹이를 찾고 있다. 

거리에는 멀리 설산을 닮은 지붕을 한 집도 있고 

여러 가지를 물건을 취급하는 상점과 점포와 여행사가 연이어 자리하고 있다. 멀리 산속에 교회가 자리를 잡고 있다.


쿠폰의 중심가에 가장 높이 보이는 건물이 있는 사거리를 지나서 공원으로 들어갔다. 

공원은 오랜된 고목이 많이 서 있고, 수령을 다해 고사한 나무도 보인다. 잘 정돈된 공원에도 목각으로 만든 거대한 조각상이 서 있다. 한 개가 아니고 여러 개를 만들어 놓았는데, 나무를 붙인 것이 아니라 통나무를 조각한 것 같다. 

공원에는 쉴 수 있는 벤치도 많고 공간도 넓지만, 오늘은 추워서 사람들이 없다. 날씨가 좋으면 쿠폰 주민이나 관광객들이 많이 쉴 것 같다. 


공원을 지나서 다시 호수로 나가니 호수 변이 나온다. 검은 모래가 깔린 호수 변에는 햇볕을 쬐러 사람들이 햇볕 아래 앉아 있다. 나도 이곳에서 햇볕을 오랫동안 쬐면서 호수를 구경했다. 바람불지 않는 따뜻한 햇볕이 한없이 포근한 느낌을 준다.

호수 변에서 나와 다시 동네를 산책하는데, 이곳에는 처음 보는 나무도 많이 보인다. 

푸콘은 겨울이라고 하지만 꽃들이 많이 피어 있다. 

처음 만난 꽃이 노란 꽃이다. 이 꽃을 지나니까 또 노란 꽃이 핀 큰 나무가 보인다. 

...

주택가에 빨간색 열매를 꽃처럼 달린 먼나무도 있다. 그 옆으로 나무로 담장을 아름답게 한 주택도 잘 꾸며 놓았다. 


점심때가 되어서 마트를 찾았다. 이곳에는 대형마트가 있어서 편리하다. 

아직은 한식이 그렇게 그리운 것은 아니지만 국물이 있는 음식을 먹고 싶어서 마트에 매콤한 한국 라면이 있는지 열심히 찾았지만, 없었다.

대신에 현지 라면으로 보이는 것과 캔 참치를 사고 좋아하는 바켓 빵을 사서 숙소로 돌아왔다. 

현지 라면에 참치를 넣고 끓였다. 물을 조금 많이 부어서 끓였는데, 예상과 다르게 내가 원하던 맛과 국물을 맛봤다. 오랜만에 맛있는 식사를 한 것이다. 

이렇게 푸콘의 시간을 보내면서 여유와 편안한 마음을 가져 본다. 또 다른 멋진 여행을 기대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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