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단지로 들어가 이리저리 서해랑 길 리본을 찾아다니다가 아파트를 벗어났다. 약간 산속 쪽으로 고개를 넘어간다.
고개의 숲을 지나 나타난 곳은 마치 산속 새로운 도시에 도착한 느낌이다. 은파 저수지가 있을 법한 곳으로 잘 조성된 조경 길을 따라 걸으니 저수지 테크길로 연결된다. 넓은 저수지 위 테크길을 걷다가 은파 호수 길을 걸었다.
은파 저수지도 인공으로 만들어진 것이고 처음에는 농업용수나 식수원이었고 지금은 시민들의 산책길이며 휴식처이다. 이 도시는 지금 진안의 용담 댐 식수를 사용하고 있다. 용담 댐은 주변 도시 식수원으로 널리 이용되고 물의 깨끗하다고 한다.
은파 저수지의 위 테크길은 길고도 아름답게 만들어 놓았다.
그 호수 위 안개 낀 물을 바라보면서 걷는 기분은 트레킹을 하는 사람이 누릴 수 있는 좋은 기분이다. 은파 저수지에 오래 머물러도 좋을 정도로 군산 시민들의 휴식처이다. 도심에 이렇게 좋은 호수가 있는 도시도 많지 않을 것이다.
은파 저수지를 지나서 도심을 걷는다. 도심에 멋있게 메타세쿼이아 길이 조성되어 있다.
도심 길을 오래 걷다가 다시 산길로 올라간다. 산으로 들어서니까 걷기 좋은 산책길이 나왔다. 이 길을 따라서도 시민들이 많이 산책하고 있다. 이곳은 도심에서 가까운 산책길인 것 같다.
산속 산책길에 다시 멋있는 호수가 나온다. 월명호수이다.
월명호수는 도심에서 가장 가까운 호수라서 노인들이 많았다. 월명호수도 인공 호수이지만 오래전에 만들어져 이제는 자연호수처럼 여겨진다고 한다. 군산에 고향을 둔 사람은 모두가 이 월명호수 놀던 추억을 가지고 있다는 곳이다. 이런 추억의 호수는 그 산책길도 잘 다듬어져 많은 사람들 휴식공간이 되었다. 지금 호숫가에 앉아 있는 노인들은 저녁이 되어야 돌아갈 표정들이다.
다시 군산 도심을 걷다가 금강하구에 도착했다. 지금은 물이 빠진 갯벌이지만 넓은 금강의 규모를 실감 나게 한다. 이제부터는 금강하구를 따라 하구 둑으로 가는 코스이다.
다시 도심으로 들어가서 만난 것이 군산의 기차 거리이다.
옛 정취를 느끼게 하는 곳으로 기차 철길은 아직 그대로 남겨 놓고, 양쪽으로 옛날 사진관, 교복가게나 잡화점이 자리하고 있다. 기차선로를 걸으면서 옛 추억을 떠오르게 하는 곳에는 중년 아저씨와 아줌마들이 나들이 중이다.
기차선로를 걸어가면서 잔으로 파는 막걸리 집이 눈에 들어온다. 냉 막걸리라고 쓰여 있어서 시원하게 한 사발을 하고 싶은 마음이 불현듯 든다.
냉 막걸리 한 잔을 주문하니까 고추장과 멸치를 안주로 내놓는다.
시원한 막걸리를 맛보니까 세상에 이보다 더 좋은 것은 별로 많지 않을 것 같다. 여행의 묘미를 제대로 느끼는 중이다. 한 잔을 여러 번 천천히 마신다.
고추장에 멸치를 찍어서 먹는 안주도 한 잔의 막걸리에 잘 어울린다. 너무 시원하게 한 잔을 하고 나니까 기분이 올라가는 것도 느껴진다. 또 옆에 추억의 건방이 있어서 그것도 샀다.
기차 거리 마지막에는 기차와 아이들 조형물이 있다. 그곳에 아이들이 와 놀고 있는데, 조형물과 아이들이 구분이 안갈 정도로 조형물과 어울린다.
물 빠진 금강하구를 멀리 가물거리는 보이는 하굿둑을 향해서 걷는다.
잘 만들어진 강둑을 따라 하굿둑에 도착했다. 둑을 건너기 전에 화약을 이용한 최무선의 진포대첩 기념비가 서 있다.
기념비 주변에 하굿둑 수문 가에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다. 사람이 많이 모여 있으면 구경거리가 있는 것이다. 그곳 수문 앞에는 물고기들이 하굿둑으로 올라가려고 모여 있다. 물 반, 고기 반이란 말이 여기를 두고 하는 말일 것 같다.
군산도 뒤로하고 둑을 건넌다. 둑은 상당히 먼 길이다. 둑을 지나면 서천군이다.
군산에서는 하굿둑을 보며 올라왔지만, 서천군에서는 하굿둑에서 금강 따라 내려가는 직선 도로 길이다.
지루한 길을 생각 없이 걷지만, 걷는 다리의 무게는 무거워진다. 그래도 오늘은 장항읍에서 묵어갈려고 그곳에 가는 중이다. 이렇게 걷는 길이 서해랑 길 55코스이다.
길은 혼자서 걸어가고 지나가는 차들은 무수히 많다. 혼자 걷는 길에 멀리 한 사람이 있는 것 같다. 가까이 가면서 보니 할머니이다.
할머니는 도롯가의 한자리에 멀리서부터 걸어올 때까지 계속 그곳에 있었다. 그곳에 도착하니까 할머니는 안절부절못한다. 궁금해서 물어보니까 서천 장에 가려고 버스가 서는 도롯가에 보자기를 두고 집에 갔다 오니까 물건이 없어졌다는 것이다.
보자기 속에 밤을 시장에 팔려고 가져가는데, 그것을 가져가 버렸다. 같이 있던 호박잎은 가져가지 않고 밤만 훔쳐 간 것이다.
경찰에 신고하는 법을 알지 못해서 그렇게 서 있었다.
대신 신고해 주고 가려는데 경찰이 올 때까지 같이 있자고 해서 한참이나 쉬면서 기다렸다. 어제 저녁때까지 산에서 밤을 주었다고 한다. 경찰이 도착하고 다시 장항읍으로 걸었다.
역시 오후 마지막 걷는 길은 힘이 들어 같은 거리도 훨씬 멀고 시간이 빨리 간다. 도착한 장항읍은 처음 오는 곳이지만 제법 사람들이 많은 곳으로 생각했는데, 거리는 조용하다. 문을 닫은 가게가 많이 보인다. 여기도 인구가 많이 줄어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