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하는 농사일

by 안종익


초여름의 햇볕은 하루가 다르게 뜨거워가고 대지 또한 지열이 올라만 간다.

모판에 있을 때는 힘이 있던 벼의 모가 심어 놓으니까 모두 힘없이 물 위에 누워 있다. 이 누워 있는 모가 물 위에서 곧바로 서는 것이 사림 되었다고 한다. 이렇게 계속 누워 있으면 논에 들어 있는 물의 온도가 높아져서 모가 죽는다는 것이다. 그래도 주위에 오래 농사 지어 온 농부들은 별로 대수롭지 않게 때 되면 일어난다고 했다. 다른 사람들보다 삼일 정도 일찍이 모내기를 했다. 주변의 논들은 우리 모보다 늦게 심었는데도 일주일이 지나니까 모들이 모두 일어섰다. 유독 우리 논의 모들만 아직도 일어나지 않고 그대로 누워 있다. 아마도 더운 논물로 다 죽어가는 것 같았다. 그렇게 애를 태우다가 십여 일이 넘어서 모가 일어서는 것이다. 역시 경험 많은 사람들의 말이 옳았다. 모를 심어 놓으면 그렇게 약해 보이는 것도 생명력이 있어서 언제 가는 일어선다는 것이다.


그러던 모가 자라기 시작하니까 주위의 모보다 더 잘라는 느낌이 왔다. 모 색깔이 검은빛이 도는 것이 비료기가 충분하고 튼튼했다, 주변의 모들은 누른빛이 도는 것이 비료가 부족한 것 같았다. 멀리서 보면 우리 논이 더 푸른 것이 확연히 표시가 났다. 그런 모를 바라볼 때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옆 논에서 오랫동안 농사한 노인이 물었다. 비료를 얼마나 주었느냐는 것이다. 처음 하는 농사이니까 주변에 물어보니까 백 평당 복합비료 한포를 쳤다고 대답을 하니까, 너무 과하게 주었다는 것이다. 백 평당 한포 주는 것은 전년도에 벼농사를 지은 집은 그렇게 하지만, 고추나 배추를 한 논은 그렇게 주면 비료가 많다는 것이다. 그런 작물을 심은 논은 전년도에 준 비료 성분이 아직 토양에 있기 때문에 다시 벼를 심을 때는 반으로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거기까지는 생각도 못 했고 이야기해 주는 사람이 없었다.

앞으로 벼가 웃자라서 알이 차면 누울 것이라고 예언을 하는 것이다. 그때부터 그렇게 검푸르게 보여서 좋았던 벼가 걱정이 되었다. 가을에 벼가 누우면 기계 가진 사람이 잘 베어 주지도 않고, 벼가 누우면 바닥에 닿은 벼는 싹이 나서 소출도 많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그 뒤로는 벼가 누런빛이 되기를 바랐지만, 끝까지 그렇게 되지 않고 잘 자라는 것이다.


논에 물은 충분했기 때문에 심어 놓은 다음에 다른 애로 사항은 없었다. 벼 이삭도 제때에 패고 다른 벼들보다 키가 컸다. 가을에 이삭에 알이 들어서 무거워지면 누울 조건에 충족되어가고 있다는 생각만 들었다. 비도 적당히 오고 여러 조건이 벼가 자라기에는 부족하지 않았다. 그대로 바람이 불지 않고 비도 적당히 오면 무사히 수확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대로 가면 농사는 대풍이 되지만 바람과 비를 동반한 태풍이 오면 문제는 달라지는 것이다. 그러니 태풍이 오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지냈다. 태풍이 한 번도 오지 않고 지나간 해도 있다고 하니까 기다려 볼 수밖에 없었다. 그런 행운은 없었다. 태풍이 두 번이나 왔다. 그런데 한 번은 거의 비켜가고 바람만 약간 불었다. 이런데 이때도 벼는 조금 누웠다. 주위에 오래 농사하는 사람들은 그 정도는 벼가 너무 잘 되어서 그런 것이니까 별로 소출에 지장도 없다고 했다. 그러다가 다시 태풍이 올라왔다. 걱정이 되었지만, 거의 마음을 비운다는 심정으로 지냈다. 이때는 아예 논에 가지를 않았다. 별로 보고 싶은 마음도 없고 시간이 지나면 추수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정리했다. 태풍은 예보처럼 되지 않고 이번에도 일본으로 지나갔다. 그래도 비는 소낙비처럼 쏟아지지는 않았지만 온종일 왔다. 비가 그렇게 생각보다는 많이 오지 않아 약간은 안심을 하고 논으로 가 보았다. 그렇게 약하게 온 비에 벼들은 절반보다 더 누워있었다. 옆에 있는 다른 논의 벼들은 꼬꼿이 서 있었다. 주변의 오래 농사한 분들의 예언이 적중한 것이다.


벼농사는 물이 가장 중요한 것이다. 물이 부족하지 않아야 잘 되기 때문에 물 때문에 농사하는 사람들끼리 갈등이 빈번했다. 그러던 것이 이제는 물로 인한 갈등은 거의 없다. 물이 풍족하기 때문이고 수리시설이 잘 되어 있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논이 우선이었고 그다음이 밭이다. 이제는 밭이 우선이고 논이 다음으로 상황이 바뀌었다. 밭에서 하는 작물을 수익이 많이 나고 벼농사는 수익이 별로 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니 논에 벼를 심어야 하는데 밭작물을 심으니까 논이 논으로 사용되는 곳이 예전에 비해 절반으로 줄었다. 그러니 논물이 남아도는 것이 현실이다.

예전에는 들마다 봇도감이 있었다. 봇 도감은 그 들에 수리시설을 정비하고 논물을 원활히 대기 위한 일을 감독했는데, 논을 경작하는 사람 중에서 했다. 봇도감은 물이 부족할 때면 서로 자기 논에 물을 먼저 넣으려고 해서 문제가 생기면 정리하고 조정하는 역할도 했기 때문에, 그때에 나온 말이 봇도감은 목소리가 커야 한다는 말을 할 정도였다. 주위에 목소리가 큰 사람을 봇도감감이라고 농담하기도 했었다.


추석이 되어서 형제들이 왔었다. 추수할 때가 멀지 않은 논에 가 본 것이다. 주위에 논들의 벼들은 모두 꼬꼿이 서 있는데 유독 벼들이 누워있는 논이 있었다. 누군가가 이 논의 벼는 겸손하다고 했다. 벼가 익을수록 숙인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위로의 말을 한 것이다.

사실 누워 있는 벼는 겸손하기보다는 주인에게 반항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었다. 여름에 모가 자랄 때부터 주위에서 누울 것이라 예언을 하니까 그냥 내버려 둘 수는 없고 어떻게 방법을 찾아 보았다. 어떤 약을 치면 벼의 줄기 단단히 지면서 눕지를 않는다고 했다. 그래서 그 약을 알아보니까 칼슘제와 요산제이라고 했다. 남들이 안 치는 칼슘과 요산을 두 번이 주었건만 벼가 누운 것이다. 주인의 정성을 거절하고 게긴 것이다. 그러니 벼도 처음에 비료부터 잘해야지 나중에 잘못된 것은 고치기 힘든 것이다.


추수가 멀지 않은 어느 날 보기 싫은 벼지만 보러 갔다. 논둑을 한 바퀴 돌다가 보니까 자주 안 가는 곳에 멧돼지 큰 것 한 마리가 죽어 있었다. 죽기 전에 발버둥 쳐서 주위의 나락들이 모두 쓰러져 있었다. 어떻게 죽었는지 모르지만 하필이면 꼬꼿이 서 있는 논은 피하고 벼들이 누워있는 논에 와서 죽어 있는 것이다. 정리할 기분도 아니고 그대로 누고 왔다. 며칠 뒤에 가기 싫었지만 다시 가 보았다. 어느 짐승이 왔다 갔는지 그 큰 멧돼지는 머리와 뼈만 남고 모두 정리되어 있었다. 그것도 만지기 싫어서 그대로 두었다. 그다음 날에 또 가보니까 이번에는 모두 없어졌다. 누가 어떤 짐승이 했는지는 모른다. 대신 처리해 주니까 고마웠다. 농사가 잘 안되려니까 별일도 다 생긴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락은 일찍 베었다. 누운 나락에서 싹이 나기 전에 베는 것이 최선이라고 해서 황금빛을 띠기 전에 푸른빛을 띨 때 베었다. 누운 나락을 보면서 수 십 년 농사만 지은 노인이 지나가면서 한마디 하고 지나갔다. ”노인은 누워도 쓸모 있지만, 나락 누운 것은 아무짝에도 쓸모없다 “ 누운 나락을 바라보는 심정이 우울해지는 것 같다. 그래도 나락을 베면서 생각나는 것이 있었다. 처음 농사하면서 나락이 꼬꼿이 서서 황금빛을 띠고 있으면, 주변에 오래 한 농사꾼들이 실망할 것 같았다. 이렇게 나락이 누워있으니까 주변의 농사하는 사람들에게 큰 위안을 주었다고 자위해 본다.


쌀을 도정해서 나누어 줄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햅쌀을 받은 사람들이 밥맛이 있다고 연락이 온다. 한해 지은 농사의 보람을 느끼는 순간이다. 벼가 완전히 익지 않은 시기에 탈곡을 한 것은 누운 벼가 싹이 나기 전에 수확하기 위해서 한 것인데 이렇게 야간 덜 익었을 때 수확을 하면 밥맛이 좋다는 것이다. 이것도 전혀 모르고 한 것이지만 결과적으로 그렇게 된 것이다. 쌀을 나누어 주니까 받는 사람들은 좋아하는 것을 보니까 나도 좋아졌다. 받는 것보다 주는 것이 더 좋은 것이라는 말이 옳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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