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수 댁은 외국에서 시집왔다.

by 안종익




시골길은 포장은 잘 되어 있었고, 계속 산속으로 들어가는 것 같았다. 10시간 가까이 비행기 타고 처음 온 나라에 시집을 온 것이다. 공항에서 내려 지금까지 여섯 시간을 네 번이나 버스를 갈아타고 마지막에는 택시 타고 온 것이다. 달수 댁은 앞으로 낯선 나라지만 잘 살겠다고 마음속으로 다짐을 몇 번이나 했다.

옆에는 같이 살 신랑이 활달한 성격에 연신 좋아서 싱글거리면서 무엇이라 이야기하는데 잘 알아들을 수는 없지만 앞으로 살 동네를 설명하는 듯했다. 그 말은 귀에 들어오지 않고 여러 마을을 지나면서 어느 마을이 살 마을이고 살 집인지 궁금했다. 도착해 보니까 작은 마을이지만 집도 본인이 살던 나라 집보다는 훨씬 크고 좋았다. 이렇게 달수 댁은 새로운 나라, 낯선 동네에 시집을 와서 살기 시작했다.


신랑은 스무 살 가까이 나이가 더 많았고 주변에서는 성격이 괄괄했지만 의리가 있는 사람으로 통했다. 술을 너무 많이 먹어서 싸움이 잦기도 했지만, 그래도 멀리서 온 신부에게 잘해 주려고 애쓰는 것이 눈에 보였다. 실제로 말이 잘 통하지 않으니까 신랑만 따라다니는 모양새가 되었다. 이곳에 시집을 올 때는 아는 언니가 소개를 해 주어서 왔지만, 그 언니가 달수 댁이 사는 곳에서 이십 리 정도 떨어진 곳에 살고 있었다. 달수 댁도 살아보면서 살 만한 곳이면 이웃에 사는 동생들을 소개해서 이곳으로 시집을 오도록 주선할 생각이 있었다. 이 시골은 고추농사를 주로 지으면서 늦은 겨울부터 바쁘기 시작했다. 처음에 말을 배우는데 신경을 써야 하고 익숙하지 않은 농사일을 해야 하니까 힘도 들었지만, 그렇도 가난했던 나라에서 여기 사는 것이 조금 여유 있어서 좋았고 뭐든지 풍족한 것이 사는데 덜 불편했다. 신랑 친척들이 모여 사는 동네라서 차별도 없이 촌수에 따라서 잘해 주어서 별로 서럽다는 생각이 덜 들었다.

시집온 첫해에 아들을 낳았다. 홀시어머니가 너무 기뻐하시고 신랑도 좋아했다. 그렇게 살다가 보니까 말도 이제 통하고 이웃 마을이나 읍에서 자주 갔다. 신랑은 아직도 술은 여전히 많이 먹고 다녔다.


신랑은 장가 올 때 한쪽 손은 의수였다. 그런 신랑도 처음부터 장애인이라는 것을 알았지만, 사는 것이 힘이 들어서 잘 산다는 나라에 시집간다는 것만 생각하고 허락했던 것이다. 그 의수는 젊어서 사고로 잘려 나갔다고 한다. 달수 댁이 살고 있는 곳에는 넓은 냇가가 여러 곳 있었다. 신랑이 그곳에서 물고기를 잡다가 손이 잘려 나간 것이다. 물고기를 탄광에서 쓰는 폭약으로 물속에서 터뜨려서 잡았는데 그 폭약을 터뜨리는 과정에서 불을 붙이다가 잘못 터져서 손이 잘려 나갔다고 한다. 그래서 한 손은 의수이고 다른 한쪽 손으로 생활하는 것이다. 그런 의수가 생활하는 데는 불편하지만 휘두르면 흉기가 되기도 했다. 신랑이 그 의수를 휘 두루는 날은 술을 먹고 취해서 횡설수설하는 날이다. 처음에는 몇 번 실수로 그렇게 하더니 시간이 가면 갈수록 술만 먹으면 폭력적이 되어 가고, 실제로 달수 댁이 폭행을 당하는 날이 늘어만 갔다. 시어머니가 중간에서 매번 말리긴 했지만 신랑이 워낙 폭력적이고 술을 매일 먹으니까 맞고 사는 것이 달수 댁의 일상이 되었다.


이날도 농사일을 하다가 신랑이 무슨 전화를 받고는 차를 끌고 나가는 것이다. 어디 가느냐고 물어보니까 성질만 내고, 더 물어보면 맞을 것 같아서 묻지 않았다. 달수 댁은 시어머니와 같이 오늘도 고추밭에 나가서 고추를 땄다. 하루 종일 일을 하고 집으로 돌아오니까 신랑이 경찰서에 잡혀 있다는 것이다. 술을 먹고 가지고 간 차를 운전해서 오다가 사고를 낸 것이다. 술이 만취가 되어서 사고를 내었고, 전에도 음주운전을 한 전과가 두 번이나 있어서 이번에는 경찰서 유치장에 들어가 있었다. 그래도 경찰서로 가니까, 아직도 술이 덜 깨서 횡설수설하는 신랑을 보고서 사고 당사자를 만났다. 그렇게 큰 사고는 아니지만 일단 합의를 보면 선처될 수도 있다는 말에 어눌한 언어지만 사정을 했다. 그러고는 합의금으로 그동안 고추 판돈을 모두 주었다. 그다음 날 신랑은 풀려났다.


그런 일이 있고 난 뒤에 한동안 잠잠하게 있다가 술은 여전히 다시 먹고 다녔다. 세월은 흘러서 먼 나라에 시집을 온 지도 십 년이 가까워졌다. 그러는 동안에 아이들도 남매가 생겨서 두 명 모두 초등학교에 다니고, 또 고향 나라 이웃에 사는 신부도 세명을 주변에 소개해 시집을 왔다. 이제 달수 댁이 시집온 동네 주변에 같은 고향에서 시집온 사람이 다섯이나 되었다. 그때도 신랑은 술만 먹으면 폭력을 쓰다가 이제는 술을 먹지 않아도 본인 성질에 못 이겨서 때리는 경우도 많았다. 주변에 폭력을 쓰는 사람이 거의 없는데 달수 댁 남편이 너무 심했다. 맞다가 이웃에 도망가서 숨어 있다가 신랑이 찾아 돌아다니다가 제풀에 지치면 집으로 돌아가기도 하고, 어떤 때는 이웃 마을에 시집온 고향 사람 집에 숨어 있기도 했지만 어떻게 알았는지 찾아왔다. 그때마다 심하게 맞고 다시 집으로 돌아갔다. 시어머니도 그런 신랑을 어떻게 하지 못하고 속만 끓이다가 돌아가셨다. 같이 의지하던 시어머니마저 돌아가시니 어떻게 살지 막막했다. 그래도 아이들이 있으니까 열심히 살아야 했고 이제는 고추농사나 여러 농사일도 척척할 수 있고 주변에서 많이 도와주었다.


그러던 중에 다시 음주운전을 신랑이 한 것이다. 이번에 하면 네 번째 음주운전을 한 것이다. 평소에도 단속이 되지 않았지만 술을 먹고는 거의 차를 몰고 다녔다. 정상적으로 가는 상대방을 뒤에서 추돌한 것이다. 합의도 필요했지만 그동안의 전력으로 감방에 갇히는 실형을 받았다.

신랑 없이 농사를 지어야 했지만 그래도 농사를 시작했다. 이때 달수 댁은 고향 나라 고향마을 사람들을 여러 명 불러와서 본인 농사도 했지만, 다른 사람들의 농사를 지어 주는 인력 공급을 했다. 달수 댁이 불어온 고향 사람들은 고향보다 훨씬 높은 임금을 받아서 좋았고, 달수 댁도 자기 농사와 중간 소개비를 받아 상당한 수익을 얻었다. 신랑이 감방에 가 있는 동안에 살기가 좋아져 자가용도 한 대 사고, 주변의 고향에서 시집온 신부들의 회장 역할도 하면서 잘 지냈다. 그렇지만 신랑이 다시 나오는 날에는 어떻게 될까 불안했지만 그래로 한 달에 한 번은 교도소에 면회를 갔다.


신랑이 나온 것이다. 나와 보니까 본인이 교도소에 들어갈 때보다 더 잘 살고 있고, 또 처가 나라 인부들을 데려다가 인력 공급도 하니까 수입이 상당히 좋아져 있었다. 신랑도 달수 댁처럼 그다음 해부터는 더 많은 처가 나라 사람을 데려다가 주변 마을에 인력 공급을 하기 시작했다. 신랑은 처음에는 술을 먹지 않다가 신랑은 다시 술을 먹는 것이다. 그때는 다시는 폭력을 쓰지 않기로 약속을 몇 번이나 했다. 그것도 잠시 버릇을 못 버리는 것이고 술도 끊지 못하는 병이 듯이 폭력도 다시 나왔다.

주변에서 전번에 감옥에 갔을 때 아이들 데리고 도망가라는 소리를 직접적으로 하는 사람도 많았고 가까운 친척조차도 그런 말을 했다. 같이 곳에서 시집을 온 사람들도 다른 곳에 가도 잘 살 수 있으니까 감옥에 나오기 전에 가라는 연락이 오곤 했다. 그래도 아이들이 있고 해서 이곳에서 살겠다고 친척들에게 이야기하면서 살았다. 주변에서 달수 댁을 바보라고 하기도 했지만, 참 생활력이 강하고 여기 여자보다 더 좋은 사람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래도 맞고 살면서 술 깨면 신랑을 설득도 많이 했다. 신랑은 술이 깨면 다시는 그러지 않는다고 약속도 하고 노력을 하는 듯했다. 그러던 어느 날 또 폭력으로 쓰니까 이웃으로 도망을 갔다. 그런데 이웃 중에서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신고를 한 것이다. 그래서 그 길로 신랑은 가정폭력으로 감옥에 다시 갔다. 그전에도 다른 사람에게 폭력을 쓰다가 구속은 되지 않았지만 입건된 일이 두 건이나 있어서 이번에는 모든 것이 참작되어 다시 감옥으로 갔다.


그래도 달수 댁은 신랑 면회를 갔다. 면회를 가니까 눈물로 후회를 하고 있었다. 이번에는 이년 가까이 감옥에서 보냈다. 그동안에 달수 댁은 농사도 잘하면서 친정 나라 사람들을 데려다가 수익도 많이 올렸다. 면회를 갈 때마다. 신랑은 달라지 모습을 보였고 이제는 환갑이 다가오니까 몸이나 성격도 많이 순해진 것 같았다. 올해는 어느 밭에 무슨 작물을 심고 인력은 누구에게 공급했고 ”누구는 성격이 어떠니까 돈을 제때에 주지 않을 것이다 “라는 조언까지 했다. 신랑이 확연히 달라진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사람이 변한다는 말을 들었지만, 지금 감옥 안에 있는 신랑이 그런 것 같았다. 주변에 친척들 중에서도 달수 댁은 인정을 받았다. 대소가의 일도 잘했지만 친정 나라 인부들을 잘 공급해서 나이가 많은 노인들이 농사하는데 큰 도움을 준 것이다.


이제 신랑이 집으로 돌아오는 날이 가까워졌다.

달수 댁은 집에서 옷가지도 정리하고 시장도 자주 가서 분주하게 신랑을 맞이할 준비를 했다. 이웃사람들은 모두 이제 신랑도 ”새사람이 되었다"라고 달수 댁이 이야기를 했고, 신랑 맞을 준비에 열심히 하는 것을 보고 이제부터는 잘 살 것이라 생각하면서 다음 해에도 인력이나 잘 공급해 주기를 바랐다.

신랑이 온다는 날이 되었다. 달수 댁 집은 조용했다. 신랑을 데리러 간 것으로 보였고, 곧 올 것 같았다. 그래서 이웃사람들이 달수 댁에 분주한 소리가 나기를 기다리면서 그 집으로 자주 바라보았다.

조용하던 집에 저녁 무렵에 사람 인기척이 났다. 나타난 사람은 감옥에 간 신랑이었다. 신랑은 옆집에 와서 달수 댁이 ”어디 갔느냐"라고 물었다. 도리어 옆집에서는 신랑을 "데리러 갔지 않았느냐"라고 물었다.

조용히 사라진 것이다. 아이들도 모두 데리고, 어디로 갔는지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간 것이다.

그 뒤로 어디에도 물어보아도 달수 댁이 간 곳을 몰랐다. 요즈음은 알만한 곳도 개인의 정보는 알려주면 안 되는 세상이다.

그 뒤로 수년이 지났지만 달수 댁을 돌아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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