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마다 찬치하는 늙은 총각 1

by 안종익


차들이 많이 지나가는 길목 동네에 잘 지은 기와집과 잔디밭을 가꾸어 놓은 곳에 늙은 총각이 혼자 살고 있다. 아직도 한 번도 결혼하지 않고 벌써 환갑이 지난 나이가 되었다. 올해는 총각을 면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보다는 이제는 그런 생각은 잊고 그날그날 살아가고 있다. 늙은 총각은 장가갈 걱정을 하지 않는데 이웃이나 자주 오는 친구들이 더 걱정이다. 혼자서 지내는 것이 외롭지만 늙어 가면서 그런 생각도 무디어지고 혼자 있는 것이 이제는 익숙해져 간다. 그래도 지나가면서 들어오고 궁금해서 찾아오니까 늙은 총각 집은 늘 사람이 붐비고 그대마다 잔치가 열리는 집이 되었다.


늙은 총각은 혼자 사니까 돈 쓸 일도 별로 없다. 돈이 여유가 있어도 쓸 곳도 없다. 힘들게 농사해도 쓸 곳이 없으니까 늙은 총각은 너무 힘든 농사는 하지 않는다. 나이 많은 노인들이 농사 못해서 부탁하는 토지도 거절하고 본인이 가진 것만 농사한다.

어려운 고추농사나 배추 농사는 하지 않고 하기 쉬운 벼농사나 콩 농사를 한다. 고추농사는 이른 봄부터 시작해서 손이 너무 많이 가고, 고추 따는 일은 하기 싫고 힘든 일이다. 다른 사람은 외국 인부를 써서 따기도 하지만 그 인부들도 구하기 힘들고, 구하려면 부탁을 해야 하니까 부탁하는 아쉬운 말도 하기 싫은 것이다. 그래서 벼농사와 콩 농사만 하는 것이다. 벼농사는 한번 심어 놓기만 하면 가끔 논물을 보기는 하지만 가을에 베면 되기 때문이고, 콩 농사도 가장 늦은 봄에 한번 심어 놓고 가을에 걷두니까 총각이 좋아하는 농사일이다.

봄에 잠깐 일하고 거의 매일 집에 있으면 사람들이 오는 것이다. 집에 있을 때는 정자에 앉아서 도로나 먼 산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 총각이 늘 하는 모습이고 자주 있는 곳이다. 사람이 찾아오면 늙은 총각 집에는 작은 잔치가 벌어지는 것이다. 찾아오는 사람들 손에는 안주될 수 있는 무엇이 들려 있다.


평생을 살던 집을 넓게 쓰기 위해서 기와집을 짓고는 앞에는 분수와 연못을 만들었다. 분수와 연못에 중점을 두었는데 그 옆으로 만든 잔디밭이 중심이 되는 듯하다. 잔디밭 뒤에 가장 높은 곳에 정자를 만들어 놓았다. 정자 옆에는 창고를 겸한 간이식당도 만들었다. 정자에 앉으면 지나가는 차도 다 보이고 지나가는 사람들도 잘 보이는 중앙에 위치해 있다. 겨울을 제외하고는 정자에 앉아서 잔치를 했지만, 요즈음은 잔디밭 가운데 놓은 의자와 탁자를 친구들이 좋아하는 것 같다. 사람들이 비 오거나 추우면 간이식당으로 모이고, 아니면 잔디마당에 놓인 탁자에 앉아서 한잔하는 것이다. 간이식당이나 잔디밭에는 요리할 수 있는 도구나 연료들이 언제나 준비되어서 늙은 총각 집에는 날마다 모여서 잔치를 한다.


사람이 많이 찾아오니까 외로움을 느낄 시간이 적어지지만, 이렇게 사람을 모여들도록 분위기를 만든 것은 늙은 총각이 외로워서 그런 것이다. 늘 외롭지 않은 것처럼 행동하지만, 친구들이 다 떠나면 빈집에 혼자 남겨진다. 빨리 잠이 들면 되지만 잠이 쉽게 오지 않는 날에는 외로움이 밀려온다. 이제는 무엇을 해야 할 일도, 할 일도 없고, 하고 싶은 희망도 사라진 나이이다. 앞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마음도 정리되지 않았고, 어떻게 살겠다는 것도 없다. 지금까지 무엇을 했어야 어떻게 마무리를 하는 것이고, 앞으로 무슨 바램이 있어야 어떻게 살까 고민을 하지만 그런 것들이 없다. 그래도 외로움은 늙은 총각에게도 찾아오는 것이다. 날마다 잔치를 해서 한잔하고 나면 쉽게 잠이 들고, 아침에 일어나면 숙취로 외로움을 생각할 시간이 없거나 아니면 아침나절에 할 일이 있으면 일이 끝날 때까지는 잊고 지내는 것이다. 외롭지 만은 혼자서 사는 것이 익숙해서 이제는 혼자 자는 것이 자연스럽고, 누가 옆에 있으면 잠이 오지 않고 어색하기만 하다. 그렇지만 늙은 총각은 오늘도 누구를 기다리면서 정자에 앉아 있는 것이다.


외로운 늙은 총각은 늘 혼자이지만 이곳을 지나간 사람은 너무나 많다. 오늘 오는 사람이 다음 해에 오지 않는 경우도 흔하고 그렇게 얼마간 오다가 또 다른 사람들이 나타나는 곳이 늙은 총각의 집이다. 이곳에 마음 좋고 부담 없는 늙은 총각이 살고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총각 집을 지나갈 때면 늘 고개를 돌려서 총각이 무엇을 하는지 살펴보고 지나간다.

총각이 정자에 혼자 앉아서 지나가는 차들을 바라보거나 아니면 여러 사람이 모여서 잔치를 하는 것이 보통 늙은 총각 집의 풍경이다. 그렇게 지나다가 들어가서 합석을 하면 잔칫집에 한 사람 늘어난 것이다. 보이지 않는 간이식당에서 할 때도 지나가는 사람들은 알 수 있다. 이때는 차들이 길가에 많이 주차해 있으면 그곳에서 잔치가 벌어진 것이다. 차들이 많이 주차할 수 있도록 주변 도로가 넓다.

그래서 이 집을 총각 식당이라고 오래전부터 불리고 알려져 있다. 총각 식당의 주메뉴는 닭고기이고 간간이 마트에서 파는 고기가 오를 때도 많다. 별미로는 늙은 총각이 직접 잡은 물고기 매운탕이다. 그리고 술은 거의 소주이다.


그러던 어느 날 넘어가는 저녁해를 바라보면서 혼자서 정자에 앉아 먼 산을 바라보는 늙은 총각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이 모습이 쓸쓸해 보이고 슬퍼 보이면서 그 옛날 젊었을 때를 회상하는 듯하다. 주변에 또래들이 장가를 못 가서 외국인 여성을 택할 때 그래도 자존심이 있었는지 권했지만 거절했었다. 그 또래들이 잘 사는 것이 부럽기도 하고 그냥 빨리 지나간 세월이 원망하는 듯이 생각에 잠긴 모습이다.

가을날에 바람 불면서 일찍 지는 해를 바라보는 늙은 총각의 모습은 한없이 처량해 보인다. 그래도 가을걷이 다했고, 겨우내 따뜻하게 지낼 준비를 끝냈으니까 마음은 외롭지만 누구를 위해서 준비할 것도 걱정거리는 없다.


늙은 총각은 겨울바람이 부는 날 난로에 장작불을 피워 놓고 한가하게 친구들과 모여서 수다 떨면서 한잔하는 생각을 할 때는 입가에 미소가 돈다. 늘 하는 일이지만 밖에는 추워서 사람이 다니지 않고 따뜻한 난로 주위에 둘러앉아서 환하게 웃으면서 친구들과 한잔하는 것이 늙은 총각이 늘 말했듯이 “인생 뭐 별거 있냐? 한잔하면서 웃고 즐겁게 사는 거 아니냐?” 일 것이다. 그런 즐거운 겨울이 앞으로 얼마나 오래갈지 생각해 보지는 않았다. 그것을 생각하는 것도 근심인 것이다. 겨울에는 늙은 총각이 남들보다 잘하는 것이 있다. 겨울 어름 속에서 고기를 잡아서 난로 위에 끓이는 것이다. 겨울 물고기는 비린내도 나지 않고, 묻어 놓은 가을 무와 깔깔한 매운 고춧가루로 만든 매운탕은 추운 겨울에도 땀을 흘리게 하는 안주이다. 물고기를 잡는 날은 총각 식당에서 겨울에 가장 크게 잔치를 하는 날이다.


겨울이 깊어 갈수록 늙은 총각 집에는 친구들이 많이 모여들 것이다.

어디서 누가 멧돼지를 잡으면 늙은 총각 집으로 모인다. 그 고기를 장만해서 난롯가에 모여 앉아서 잔치를 하고, 간간이 못 잡게 하는 산개구리도 잡아 오는 친구가 있어서 그날은 구워도 먹고 개구리 매운탕도 등장하는 별미 먹는 날이다. 읍내 장날이면 겨울철에 나오는 양미리가 자주 난로에 올라온다. 양미리는 두름채 걸어 놓고 난로에 각자 구워서 굵은소금을 찍어 먹는다. 이렇게 총각 식당의 메뉴는 겨울 메뉴가 더 다양하다.

늙은 총각은 늦은 겨울밤에 친구들이 떠나면 또 외롭겠지만 그래도 아지랑이 피어오르고 꽃 피는 봄을 기다리는 마음은 늙어도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린다. 깊어가는 겨울밤에도 잠이 쉽게 들지 않아도 아침은 오고 봄도 올 것이다. 그리고 총각 식당을 찾는 손님도 계속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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