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 지는 느티나무

by 안종익


앞마당 느티나무가 노랗게 물이 들더니 이제는 떨어지기 시작한다.

가을은 깊어가고 바람에 날려 다니는 낙엽은 정해진 장소도 없이 아무렇게나 흩어진다. 멀리 날아가는 낙엽도 있고 느티나무 밑 양철 지붕 위에 떨어졌다가 바람 불면 마당에 떨어지기도 한다.

느티나무는 마당 담장에 붙어 있다. 처음에는 담장보다 작아서 느티나무가 있는지도 몰랐다. 그곳에 누가 심지도 않았고, 누구의 관심도 받지 못하고, 언제부터인지 모를 때부터 그 자리에 자리 잡고 커갔다. 그때는 낙엽도 많이 떨어지지 않고 앞집과 경계선에서 자랐기에 양쪽 집에서 서로 관심을 갖지 않았다. 누구의 느티나무인지 명확하지도 않고 지붕 위로 올라간 것이 아니라 담장 위로 겨우 올라갈 정도이니 어느 누구도 주목하지 않았다.


담장을 넘어서 지붕 높이로 자랐을 때도 양쪽 집에 그늘이 되거나 낙엽으로 피해는 주지 않았다. 그런 느티나무가 자라면서 우리 마당으로 기울어져서 커가면서 우리 마당에 그늘이 되었다. 수십 년 동안 주목받지 않고 자란 느티나무는 이제 마을에서도 우둑하게 보이는 큰 나무가 되었다. 바로 앞 냇가의 높은 뚝 위에는 마을에서 옛날에 수호신으로 모셨던 당나무 두 그루가 서 있다. 원래 당나무는 수령이 너무 오래되고 고목이 되어서 고사되어 가니까 죽을 줄 알고, 그 옆에 새로운 당나무를 한 그루 심어 놓은 것이 있고, 고사될 줄 알았던 당나무에서 다시 살아난 가지에서 커 나온 당나무가 있다. 그 두 그루는 나란히 붙어 서서 있고, 그 얼마 앞에 있는 것이 우리 마당의 느티나무이다. 이제는 이제 세 그루가 비슷하게 자란다. 당나무도 느티나무이므로 같은 나무들이 서 있는 것이다. 우리 앞마당의 느티나무가 잎도 무성하고 수분과 영양분이 충분한지 낙엽 색깔이 가장 이쁘다.


앞마당 느티나무는 양쪽 집에 사는 사람들이 변해가는 모습을 조용히 수십 년을 지켜보고 자랐다.

앞집에 할머니가 그렇게 나이가 많지 않은 나이에 병을 얻어서 오랫동안 고생하다가 돌아가시는 것을 지켜보았고, 그 집 아들딸들이 그 시절에 재주가 있어서 모두 연애결혼을 하는 것도 지켜보았다.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혼자 남은 할아버지가 얼마 살지 못하고 할머니를 따라서 돌아가시면서 그 집안이 모두 떠나는 것도 보았다. 그 뒤에는 그 집안의 조카가 들어와 혼자 살다가 경매로 넘어가서 다른 곳으로 이사하는 것도 보았고, 경매를 받은 사람이 이삿짐을 옮겨 놓고, 사람은 오지 않은 채 빈집으로 십여 년이 지나서 이제는 집이 허물어져가는 것도 보았다.

그 뒤집은 할머니가 이 집에서 오래 살다가 병을 얻어서 집에서 치료하면서 보냈지만, 결국은 병원으로 가는 것을 보았다. 그 할머니는 병원에 가서도 그렇게 집에 오고 싶어 했고, 집에 오면 몸은 많이 아프지만 병원에 안 갈려고 몹시 애쓰는 것도 보았다. 그렇게 살던 집을 좋아하는 할머니도 드물 것 같다. 그러다가 거동을 못하니까 병원에 가서 돌아오지 못하고 마지막에는 영정사진이 집으로 들어왔다가 가는 것을 느티나무는 지켜보았다. 뒤 집에 자식들도 다 다른 곳으로 가서 살지만 그 아들이 하던 일을 마치고 이곳에 돌아온 것도 보았다.


느티나무는 앞집이 빈집으로 오랫동안 방치되어 흉물스럽게 되니까 그 집들에 가려서 지나가는 사람들의 관심을 받지 못했지만, 마을에 헌 집들을 정비하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이제 앞집이 없어지면 느티나무가 앞으로 나오면서 사람들의 시선에 들어오게 된다. 앞집은 느티나무 바로 밑에 이삿짐을 넣어 둔 채 오래 방치된 집과 바로 밑에 오래된 3칸 자리 집이 있는데 모두가 철거되면서 이제 느티나무는 앞에 당나무와 서로 마주 보게 되면서 그 나무들 사이로 사람들이 지나가는 길이 된다. 멀지 않아 쓰러져 가는 집 뒤에 있던 느티나무가 온전히 자기 모습을 뽐낼 기회가 올 것이다. 느티나무는 냇가의 물도 마주 보면서 마을의 첫머리에 우뚝 설 것이고, 앞집이 없어진 뒷집은 앞 전망이 트이고 느티나무와 한 폭의 수채화 같은 풍광을 만들 것이다.


느티나무는 잘 자라는 나무로 당나라고 불리기도 하면서 잎이 무성해서 여름에는 넓은 그늘을 만들어 주고 가을에는 단풍이 노란색이나 붉은색으로 물들기 때문에 낙엽도 이쁘다.

무성한 가지만큼 뿌리도 땅속에서 뻗어 나가는 느티나무는 건물의 바닥 밑으로도 뿌리가 들어가기에 집 가까이 있는 느티나무는 없애야 한다고 하고, 실제로 그렇게 잘려나간 느티나무가 있다.

우리 마당의 느티나무도 경계를 넘어 우리 땅에서 자라고 있다. 앞 집 뒤에 가려 숨어 있던 느티나무가 집이 헐려 나가니까 이제 사람들에게 보이기 시작했다. 느티나무를 여러 사람이 집 밑으로 뿌리가 파고들기 때문에 잘라야 한다고 말을 한다. 마을이 정비되어 감에 따라서 느티나무의 운명이 잘려나갈 처지가 될지도 모른다. 이제 큰 나무가 된 느티나무는 그 뿌리가 건물 밑으로 뻗어갔을 너무나 높기 때문이다.


올해는 앞에 있는 당나무는 잎이 빨리 마르고 낙엽도 곱게 물들지 않았고, 지저분하게 떨어지지만, 앞마당의 느티나무 잎은 노랗게 물이 잘 들고 떨어지는 낙엽도 보기가 좋은 것이 느티나무가 자르지 말라고 표현을 하는 것 같다. 이렇게 잘 자라고 단풍도 보기 좋으니까 잘 봐 달라고 애원하는 듯하다. 처음 그곳에 자리 잡을 때는 어떻게 잡았는지 아무도 모르지만, 지금은 그곳에서 앞집이 모두 없어지고 앞 냇가와 마주하면 아름다운 풍광의 중심에 설 수 있는 위치이다.

멀리서 마을을 들어오면서 바라보면, 느티나무는 집과 어우러져 조화로울 것이다. 집 밑으로 들어가는 뿌리는 다른 방법으로 정리를 해야 하지만, 이 느티나무가 잘려나갈 가능성이 낙엽이 떨어지는 모습에서 멀어져 가고 있다.


앞으로 오랫동안 느티나무는 그 자리에서 옛일을 기억하면서 서 있을 것이다. 겨우내 바람과 같이 노래하면서 봄에 싹을 돋아나면서 봄을 알리고, 무성한 잎은 여름날 그늘이 되어서 쉼터를 만들고, 가을에는 예쁜 단풍을 만들 것이다. 오래 다른 곳에서 있다가 돌아오면 그 자리에 느티나무가 있어서 오랜 친구 같은 반가운 나무가 될 것이다. 엄마가 바라보던 느티나무는 나도 바라보면서 다음에 이곳에 다녀갈 형제들도 바라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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