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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동반자 외로움

by 안종익

혼자 여행하면 따라다니는 것이 있다.

처음 혼자 여행 떠나왔을 때, 새로운 세상에 대한 기대와 알지 못하는 환경은 두려움으로 다가왔다. 그러다 그 환경에 익숙해지고 어느 정도 여행에 적응하면 즐겁고 마음의 만족도 있으리라 생각했었다.

늘 새로운 환경과 볼거리는 즐거움과 호기심을 느끼게 하였다. 그런데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마음이 무거워지고 새로운 것을 보는 것보다, 더 분위기를 압도하는 기분이 모습을 드러낸다.

조용히 외로움이 찾아온 것이다. 낯선 곳에서 만난 외로움은 어느 것보다 마음이 우울해지고 기운이 없어진다. 혼자 하는 첫 여행에서 그것을 처음 느꼈다.

그래도 새로운 것으로 마음을 돌리고 외로움을 잊으려고 노력하면서 어느 정도 극복하면서 지냈지만, 완전해 벗어나지는 못했다.

그러한 감정을 느끼고 숙소에서 머물지 못하고 아테네의 밤거리를 사람이 많은 곳을 찾아다니던 것을 아직도 기억한다.


그 여행에서 결정적으로 외로움을 이기고 극복하기 위해 걷기 시작한 것이다. 원래 그 여행에서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을 계획은 없었다.

그래서 내가 힘들게 걷고, 오직 걷는 길에 집중하므로 알 수 없는 혼자 여행의 공허함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생각은 옳았다. 걷는 동안은 상당히 기분이 좋아지고 성과물도 보였고, 주변을 구경하면서 걷기에 열중할 수 있었다. 때로는 내가 더 새로운 것을 보러 여행 온 것인데, 이렇게 걸으려고 온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지만, 만족한 순례길이었다.

그러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마치고 다시 몇 곳을 거쳐서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서 온 기억이 난다.


그다음 여행에서도 처음 시작은 즐거움이었지만, 어김없이 찾아오는 것이 외로움이었다.

여행 동무가 있어서 이런저런 이야기도 하고 보낸다면, 훨씬 그런 외로움이 적으리라 생각된다. 혼자 가는 여행이 갈등은 적을 것 같고, 동행이 있는 여행은 방향도 상의하고 서로 관심을 가져야 하니까 시간이 빨리 갈 것 같다. 여럿이 하는 여행이 정확히 어떤 마음일 것이라는 경험하지 못했다. 그렇지만 혼자보다는 여럿이 하면 외로움이 찾아올 시간이 없을 것 같다.

그 여행에서도 외로움은 나타나는 것을 거절하려고, 새로운 것 경험하는 것에 마음 두고 노력한 것 같다. 여행하는 동안 외로움이 내 주위에서 완전히 사라진 적은 없다. 그렇게 혼자 가는 여행 횟수가 늘어나면서 나름의 즐기는 방법과 외로움을 무시하는 것에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다.


여러 번 혼자 여행하면서 마지막 무렵에는 여행보다는 집으로 가는 것이 더 행복한 마음이 들 때, 돌아온 것 같다. 그것은 여행이 아무리 즐거워도 집으로 돌아가 일상적인 생활이 그리운 것이고, 여럿이 사는 그 생활에 익숙해져 있다는 것이다. 여행의 마지막에 집으로 가고 싶은 마음은 외로움이 그렇게 유도한 것이다. 외로움은 여행에서 늘 숨은 동행자로 마음이 약해지면 나온 것이다.

실제로 산티아고 길에서 젊은 신혼부부를 만난 적이 있다. 그들은 맞벌이 부부로 직장에서 장기 휴가를 내고 떠나온 사람들이었다. 직장을 오래 비우면 불이익이 분명 있지만, 그것을 감수하고 젊은 부부는 의기투합해서 여행을 온 것이다. 이 부부들에게 애로사항을 물으니 특이하게 부부가 같이 여행 중인데, 외로움을 느꼈다는 말을 들었다. 아마도 향수병일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외로움은 향수병과도 매우 가까운 사이인 것 같다. 그러니 여럿이 여행해도 외로움은 늘 따라다닌다고 할 수 있다.


아프리카 여행을 떠나면서 이제까지 혼자 여행의 경험을 살려 어떻게 하겠다는 생각을 정리하고 나섰다. 그 생각은 보통 사람의 생각과 비슷한 동심으로 호기심을 갖고 여행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외로움이 찾아오면 여행지의 환경에 집중하면서 그것을 잊으려는 마음을 그동안 내공이 발휘되리라 믿기로 한 것이다.

그런 마음으로 출발했지만, 첫 여행지에서 낙후된 시설의 불편함과 새로운 곳의 경이로움보다는 앞서서 생각나는 것은 마음이 상쾌하지 않았다. 흔히 생각나는 고생이라는 것이었다.


숙소에 도착하고 익숙해지니까 여행의 즐거움이나 앞으로 볼 새로운 것의 기대보다는 불편함과 혼자라는 것이 무기력함을 느낀다. 아마 이것이 외로움의 다른 형태일 것 같다.

숙소 주변의 음식도 입에 맞는 것을 찾기 힘들다. 이런 것이 정리되고, 여행에 적응해야 한다. 어느 때 여행보다 더 일찍 찾아온 외로움이다. 이번 여행에서는 늦게 찾아올 것이라 기대했었다. 그동안 혼자 여행한 경험으로 마음의 준비를 하고 떠난 여행이기 때문이다. 의외지만 일찍 찾아온 외로움과 마주하고 있다.


난 혼자 여행하면서 호스텔을 많이 이용했다.

돈도 절약하기 위함도 있지만 혼자서 자는 것이 외롭기 때문이다. 여럿이 한방의 침대를 쓰면 오가는 사람도 보이고, 신경 쓰이게 하는 여행자도 있으니까 외로움이 생각날 시간이 적어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다른 곳으로 이동하면 새로운 환경이 어떤 곳인지 궁금하기도 하고, 그곳에서 새로운 얼굴을 보는 것도 즐거움으로 생각했다.


이렇게 혼자 여행하는 것은, 이제 노년으로 가는 시점에서 앞으로 어떻게 삶을 마무리할 것인가의 결론이었다. 젊어서부터 일터에서 정년 할 때까지 오직 일만 하면서 보냈다.

어쩌면 지금까지는 남을 위해서 산 인생일 것 같다는 생각에서 나이 든 지금부터는 나를 위해 살아보겠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그렇게 나를 위해서 사는 것이 먼저 생각한 것이 여행이었다. 노년의 시간으로 가고 있지만, 아직 다리에 힘이 있을 때 가보는 것이다. 그런데 같이 갈 사람이 없다. 그래서 혼자라도 시작한 것이다.

사실 여행의 때는 늦은 것이다.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는 가슴이 거의 뛰지 않기 때문이다. 여행을 떠나올 때 가슴이 벅차고 기대감이 있어야 그때가 여행의 적기이다. 아마 나이가 젊을수록 더 가슴이 뛸 것이다. 젊어서 뛰는 가슴은 외로움이 나올 틈이 적어진다. 지금 늦었다는 것을 알지만 그래도 가보는 것이다.


그런데 그 나이에 아프리카나 남미를 혼자서 가는 것이 대단하다는 말은 듣는다. 실제로 언어소통도 안 되고, 칠순이 몇 년 남지 않은 나이에 가기란 용기일 수도 있고 욕심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나이 들면, 살아가는 방법을 눈치로 알고 경험으로 대처할 능력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떠나온 여행에서 찾아온 외로움을 그런 용기 있다는 말과 삶의 경험으로 달래기에는 부족함을 느낀다. 다시 시작한 여행은 어떻게 하든 외로움과 잘 지내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여행하면서 지금 만나는 사람들을 모두 새로운 것으로 생각하고 집중하는 것이다. 그 현실적 상황에 내가 들어가 보는 것이다. 어렵거나 열악해 보여도 그것에도 의미가 있고, 또 즐거운 광경이나 아름다운 것은 동심으로 즐거워하는 것이다. 이 여행은 내가 선택한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 있어도, 집으로 돌아가도, 특별한 일 없는 늙은이 신세라는 것을 잊지 않는 것이다. 그러니 새로운 곳에서 즐기는 마음으로 지내는 것이다.

늘 감사는 천당이요 비교는 지옥이라는 생각으로 현재의 처지를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몸을 부지런히 움직이는 것이다. 그렇지만 무리하지는 않는다.

하루하루를 사는 것이다. 여행 계획은 삼사일을 두고 잡지만, 현재 사는 시간에 충실하고 오늘을 사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늘 곁에 따라다니는 외로움도 덜 얼굴을 내밀 것이다. 그렇게 열심히 여행자의 삶을 살아가길 희망한다. 이 여행이 나의 소중한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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