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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오밥나무 보러 가는 길

by 안종익

마다가스카르 안타나나시보에 도착해서 여장을 풀고 바오밥나무가 유명한 모론다바로 가는 버스 표를 예매했다.

모론다바로 가는 버스는 두 회사 있다. 수아르랑스와 코티스 버스 회사다. 버스가 대형이 아니라 16인승 밴이다. 코티스는 오래전에 있던 회사이고 스아트랑스는 신규 회사라고 한다. 다음날 스아트랑스 버스 아침 6시 차다.


밴은 짐을 지붕에 실었다. 버스가 작아서 무릎이 앞 의자에 닿는다. 자리가 좁아 18시간 가기가 힘들다고 한다. 내 자리가 11번으로 뒤에서 왼쪽 두 번째이다. 예약이 늦어서 좋은 자리가 아니다. 이제는 내 창가에 가벼운 사람이 오기를 바랄 뿐이다. 덩치가 큰 사람이 차에 오른다. 다행히 뒷자리이다. 다음도 덩치가 또 큰 사람이다. 또 뚱뚱한 여자가 오르는데 내 옆이다. 자리가 좁아서 서로 몸을 대지 않고 갈 수 없다.

16자리 모두 손님이 왔다. 뒤쪽도 젊은 여자이다. 주변에 여자가 세 사람이다. 앞좌석에는 아이를 데리고 여자가 자리를 잡는데 짐까지 발아래 두는 것이다. 뒤에서 봐도 움직일 공간이 거의 없다.

오른쪽 창가 사람은 대머리에 뚱뚱한 남자이다. 그가 말을 건다. 나는 ”모룬다바 굿“이라고 답을 하니 좋아하는 표정이다.

버스는 정시에 출발했다. 그런데 안타나나시보 시내가 벗어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이곳도 아침에 교통체증이 심하고, 차들은 폐차 직전인 것도 많아 보인다. 뒤 범퍼를 줄로 묶어 놓은 차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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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의 비좁은 자리에 적응해 간다. 아이도 아직 칭얼되지 않고 웃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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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 가니 잠이 든다. 반 시간 정도 졸다가 봐도 아직 도시 근교이다. 길은 아직은 포장된 도로를 달린다. 가면서 도로 훼손이 심해지는 것 같다.

시골길이 되면서 여행 온 기분이 든다. 상쾌하고 하늘도 맑고 좋은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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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 마을과 마을을 이어진 도로로 안치라베를 거쳐, 모룬다바로 가는 것 같다. 마을을 지날 때 그 마을의 중심을 통과하며 그 마을의 풍경을 그대로 보면서 지난다. 조용한 마을도 있지만, 시골장이 서는 곳이 많았다. 시골장은 도로를 중간에 두고 양쪽에 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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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시간을 가서 휴식을 잠시 휴식을 한다.

이때 옆에 뚱뚱한 남자가 소변보는 모양을 하면서 화장실을 가르쳐 준다. 말은 통하지 않지만 금세 친해진 것이다. 다시 마을을 벗어나 가는 길에는 익숙한 풍경이 보인다. 장에서 볼일을 보고 집으로 가는 사람들이 길옆으로 걸어간다. 몇 사람이 장에서 산 것을 머리에 이고, 들고 집으로 돌아가는 모습이다. 우리도 오래전에 장에서 집으로 갈 때는 몇십 리를 걸어 다녔다. 이제 장으로 물건을 싣고 오는 소달구지도 보인다. 여기서는 아직 소들이 큰 짐을 실어 나르는 것 같다. 이런 풍경을 보면서 가니까 과거로 여행 온 기분이고, 이곳에 지나는 사람 모두 선한 얼굴이고 옛날 그리운 사람들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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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는 속도를 내고 논들이 많이 보이는 도로를 지난다. 여기 지금 모내기하는 곳이 있고, 한창 자라는 논, 탈곡하는 곳도 보인다. 여기는 벼농사를 주로 하고 연중 몇 모작이 가능한 곳이다. 타작은 발로하는 탈곡기를 돌리고 있고, 모내기는 손으로 심고 있었다. 논일하는 집에서는 아이들까지 온 가족이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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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지나니까 논을 일구는 방법이 보인다. 삽으로 사람이 일일이 넓은 땅을 뒤집고 있다. 더러는 소를 이용하는 곳도 보인다.

여러 마을을 지니면서 또 장날인 마을이 나온다. 주변에 사람들이 온 것처럼 시골장에 사람들이 복잡하다. 그 장날이 서는 곳은 서행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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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에 있는 사람들이 한잠을 자고 일어나 서로 초면인 것 같은데, 곧 친하게 웃고 떠드는 소리가 시끄러울 정도이다. 나는 이방인이라 친하게 말은 붙여 주지만,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고개를 저으면, 저들끼리 무엇이 좋은지 한바탕 웃는다. 한참 말을 걸어도 통하지 않으니까 자기들끼리만 떠들고 웃는다.

그래도 옛 고향으로 가는 기분으로 보는 것 모두 그리운 것이고, 아름다워 보인다. 기분이 마음껏 올라온 여행이다.


5시간이 넘어서 대도시에 도착한다. 이 도시 정류장에 들어가니까 밖에서는 장사꾼이 물건을 사라고 승객을 향해 소리 지른다. 이곳이 안치라베라는 도시로 이 나라 교통 중심지이다. 여기서 잠시 쉬다가 다시 버스는 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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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 내리는 사람이 네 사람이 있었다. 그런데 창가에 좋은 자리가 나왔다. 답답한 내 자리를 두고 창가의 자리로 가니까 좀 살 것 같다. 그 자리로 주위 사람에게 옮긴다고 손짓으로 알렸다. 그런데 안치라베 정류장에서 쉬고 출발할 때는 새로운 사람이 그 자리에 모두 채운다. 그래서 나는 원래 자리로 돌아왔다.


2시간을 더 가서 버스는 점심 식사를 위해 주요소 겸 식당에 들어갔다. 식사는 먼저 간 사람이 시킨 것으로 달라고 했다.

여기는 쌀밥이 나오고 삶은 고기와 약간의 야채가 나왔다. 그리고 소스가 매콤하다. 매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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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출발한 버스는 이제 학교를 마친 학생들이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 보인다. 여기에 여학생은 여학생, 남학생은 남학생끼리 무리가 되어 가고 있다. 남학생이 무리가 더 움직임이 크고 장난도 보인다. 우리가 학교에 다닐 때 그렇게 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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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시간이 넘어 버스는 높은 지대로 오르는 것같이 멀리 평원이 내려다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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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개울이 나오면 특이하게 개울에서 사람들이 모여서 빨래를 하고 있다. 그 빨래한 것을 옆의 바위나 풀 위에서 말리고 있다. 날이 맑고 햇볕이 잘 드는 날 개울가에 빨래하는 날이다. 개울가에는 온 동네 사람이 모인 것 같다.


이제 점심 후 버스 안에서는 한잠을 자고 나서, 다시 사람들이 떠들기 시작이다. 이렇게 장시간 가는 여행은 낯선 사람끼리 웃고 떠들면서 가면 쉽게 갈 것이다. 이런 풍경은 이 사람들에게 익숙한 것 같고, 좁은 의자에 서로 기대어 가는 것도 익숙하다. 시골장에서 가끔 비슷한 밴을 같은 버스를 만나기도 하는데 그곳에는 콩나물시루 같다. 내가 탄 버스는 비행기의 비즈니스석 같은 것이다.


이제 지대가 놓은 곳으로 올라온 것 같다. 길은 더 험하고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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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길에서 지나는 젊은 부부는 양산을 쓰고 아이를 안고 간다. 이곳 길에서 가족이 같이 가는 모습이나 논에서 같이 일하는 장면을 자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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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부터 지나는 마을도 가끔 나오고, 그 마을의 중심을 지나면 사람들이 웃지 않는 얼굴로 쳐다본다. 좁은 버스 안에서 어렵고 답답함이 심해지고 있다. 옆의 여자는 내보다 더 넓게 다리를 벌리고 자고 있다.


해가 넘어가면서 왼쪽에 햇볕이 드니까 햇볕이 따가울 정도이다. 이 햇볕만 넘어가면 살 것 같다는 생각이고, 문을 열어도 차 안은 덮다. 앞에 있는 아이도 힘든지 칭얼거린다.

이제 도로가 너무 엉망이라 차는 도로를 이리저리 피해서 가니까 더 늦어진다. 그런데 앞에 가는 대형 트럭이 먼지를 내고 간다. 창문을 닫을 수도 없고 도로는 엉망이라 추월을 한동안 하지 못하고 뒤에서 따라가는 것이 고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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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가 포장을 하고 보수를 하지 않아서 파인 곳이 너무 많다. 속도도 줄고, 피해서 가느라 차의 요동이 너무 심하다. 그 길에서 멀리 소년이 삽으로 도로 패인 곳에 흙을 넣고 있다. 버스가 지나가니까 돈을 달라고 손을 내민다. 그러자 운전사가 그냥 지나치자 따라오면서 욕을 하는 것 같았다. 도로는 나라가 부도가 났는지 보수는 전혀 하지 않았다. 차라기 흙길이면 이보다 나을 것이다.


12시간이 지나서 이제 해가 넘어가는 시간이다. 지금부터는 즐겁던 여행길이 짜증이 나고, 너무 힘이 든다는 생각이 난다. 이제까지 착하고 순진하게 보이던 사람들이었는데, 지나는 마을 사람이 쳐다보는 눈초리도 매섭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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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야간에 이런 마을을 지나면 노상강도가 자주 나온다고 하는 말이 실감 나는 눈매들이다. 무언지 불만이 가득한 것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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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긴 시간을 덜컹거리는 도로를 가는 것이 힘들다. 이런 곳에서 버스 여행 한번 체험해 본다는 것이 고생 한번 제대로 하는 것이다.


길은 좋아질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다. 이제 산에서 내려가는 곳에서 멀리 제법 큰 마을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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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앞으로 흐르는 강이 마니아 강이라고 한다. 이 도시를 지날 때는 완전히 해가 저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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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컴한 도로를 가면 가끔 마을이 나온다. 불도 제대로 밝히지 않은 어두운 마을에 가게만 불들이 밝혀져 있다. 그 도로 옆으로 사람들이 모여 앉아서 지나가는 차를 구경한다. 가끔 늦게 귀가하는 소들이 도로를 막아서서 소들이 지나가기를 기다리기도 했다.

14시간이 넘어서 작은 도시에 도착한다. 캄캄한 밤에 먹을 것을 파려는 사람들이 모여든다. 차에서 내려 밤하늘의 별들을 구경한다. 오리온자리가 보이고 북두칠성을 찾았지만, 잘 보이지 않는다.


다시 가는 밤길에 승객들은 이제 모론다바가 가까워지는지 더욱 웃고 떠든다. 같이 있는 나는 너무 힘이 들어서 다리가 잘 안 움직이는 느낌이다. 차는 빠른 속도로 밤 도로를 달린다. 이곳은 그래도 포장을 하지 않은 곳인지, 아스팔트 파인 것 같은 그런 곳은 없는 모양이다.

모룬다바에 가까워지면 밝은 조명들이 보일 것으로 생각했지만. 계속 어두운 밤 길이다. 이곳에 사는 사람들의 밤은 다른 곳보다 길 것 같다.


모른다바에 다 왔다고 뚱뚱한 남자는 손으로 웃으면서 신호를 한다.

그렇게 밝지 않지만, 가로등이 보이는 곳에 버스는 정차했다. 시계는 12시이다.

18시간을 좁은 밴 버스로 온 것이다. 어두움 밤에 숙소를 찾아 들어갔다. 그런데 이곳은 너무 덥다. 샤워하고 자리에 누워도 잠이 들지 않는다. 이곳 온도는 27도이다. 열대야인 것이다. “집 나오면 개 고생“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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