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물 매운탕 끓이기

by 안종익


앞 냇가에는 얼마 전까지 제법 큰 피라미들이 놀고 있었는데,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는다. 궁금하기도 해서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물고기들은 보이지 않지만 스쳐가는 생각이 있었다. 돌 속에 들어 있을 것 같은 느낌이 왔다. 이틀 전에 하천공사를 하면서 중장비가 작업을 했기 때문에 돌 속으로 숨었을 것 같았다. 갑자기 물고기 잡고 싶은 생각이 들었고 오늘은 잡을 것 같은 감이 왔다. 반디를 들고 물고기 담을 주전자도 아주 큰 것으로 가져갔다. 고기를 많이 잡겠다는 것도 있지만, 잡은 물고기를 주전자에 물을 채워서 살리겠다는 생각이다. 만일에 몇 마리 못 잡으면 그 물고기를 다시 놓아줄 계산을 한 것이다.


이틀 전에 냇가에 무성하게 자란 갈대를 중장비로 제거하고 냇가를 깨끗하게 정리한 것이다. 원래 갈대가 하천에 무성하게 자란 것은 수자원공사에서 하천 오염을 방지하고 하천이 유실을 막기 위해서 외래종 갈대 씨를 하천에 뿌려서 온 하천이 갈대밭으로 변한 것이다. 그 갈대가 오염을 방지하는 역할보다는 너무 무성하게 자라서 하천을 망치면서 물고기 서식처마저 파괴했다고 했다. 그래서 이제는 그 갈대를 제거하는데 엄청난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몇 년을 두고 전국적으로 갈대를 제거하기 위해서 하천을 중장비로 뒤집고 있지만, 갈대는 계속 없어지지 않고 살아나고 있다. 그래서 해마다 갈대 제거 작업을 하고 있는 것이다. 갈대를 제거하는 방법은 중장비를 이용해서 하천을 뒤집어 갈대를 묻어 버리지만 그 씨앗이나 뿌리를 완전히 제거하기 어려운 것이다. 앞으로 몇 년이 걸릴지 아니면 제거 못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중장비로 하천을 뒤집으면서 돌 밑에 있는 고기들이 눌려서 죽고, 물고기 집이나 알들을 파괴되어서 물고기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물고기가 최대 피해자가 된 것이다. 물론 수달이나 조류들도 물고기의 천적이지만 이런 종류들은 갑자기 생긴 것이 아니라 옛날부터 있어 왔기 때문에 물고기가 요즈음 갑자기 줄어든 것은 아마도 하천 정비가 주원인일 것이다. 그래서 그런 목소리가 반영되었는지 하천 정비하는 중장비가 갈대가 있는 곳 외에는 물이 고여 있는 곳은 들어가지 않고 조심하는 것 같다.


갈대숲만 제거되고 웅덩이에는 중장비가 들어가지 않았으니까 물고기가 웅덩이 돌 속에 들어 있을 거라고 추정을 한 것이다. 반디로 돌을 들어서 돌 속에 고기를 반디 쪽으로 몰아넣는 방법으로 물고기를 잡았다. 분명히 들어 있을 만한 물속 돌을 들어 보았지만, 큰 물고기는 보이지 않고 작은 물고기만 들어왔다. 물은 차가웠다. 차가운 물속에서 반디로 고기 잡기란 쉽지 않았다. 작은 물고기만 계속 잡히는 것이다. 그래도 버리지 않고 주전자에 물을 넣어서 살렸다. 간간이 큰 물고기도 잡히기는 했다. 반디에는 물고기보다 다슬기가 더 많이 들어왔다. 그 다슬기도 버리지 않고 주전자에 담았다.


그렇게 많았던 큰 물고기가 돌 속에 없는 이유가 궁금했지만 알 수가 없었다. 중장비로 하천을 정비할 때 묻혔을 것 같지는 않다. 작은 물고기가 도망을 갈 수 있는 정도이면 큰 물고기는 당연히 깊은 곳으로 도망갔을 것이다. 전에 보았던 큰 물고기는 없었고 어디 숨어 있을 만한 곳도 없었다. 물고기를 한 시간 이상 잡고는 물에서 나왔다. 더 이상 물속을 다녀도 잡힐 물고기는 보이지 않을 것 같았다. 나와서 보니까 물고기 크기는 작아도 마리 수는 상당히 많았다. 매운탕 하기에 충분한 양이었다. 집으로 오면서 생각나는 것이 큰 물고기가 어디로 갔는지 추정되었다. 아마도 중장비로 하천 정비 작업을 하면서 웅덩이로 모인 큰 물고기들을 수달이 다녀간 것 같았다. 한 곳에 모인 큰 물고기를 수달이 다 잡아먹은 것이다.


젊어서는 매운탕을 많이 끓여 봤고, 맛나게 끓이기도 했지만, 나이가 드니까 입맛도 변하고 끓이기도 싫어져서 요즈음은 끓이지 않았다. 찬바람이 부는 계절에 잡은 물고기가 아직 살아 있고, 쌀쌀 해질 때, 매운탕이 맛이 있을 시기이니까 예전 실력을 발휘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일단은 물을 끓이면서 주전자의 물고기를 살아 있는 채로 배를 손질해서 여러 번 끓는 솥에 넣었다. 그러니까 살아 있는 것을 금방 손질해서 넣는 것이다. 물고기 한 마리씩 손질하는 즉시 끓는 물에 넣으니까 최대한 신선하게 맹물에 물고기를 끓인 것이다. 이렇게 아무것도 넣지 않고 물고기만 뼈가 물러질 정도로 끓였다. 그렇게 끓이니까 작은 물고기는 머리와 몸통이 분리될 정도로 많이 익혀진다. 그런데 물고기를 끓인 물은 다슬기로 육수를 만들어서 끓였다. 다슬기 물로 끓인 것이다. 그다음에는 가을무를 밭에서 금방 뽑아 와서 넣고 물고기와 같이 충분히 익힌 다음에 여기에 고추장과 된장으로 간을 했다. 고추장은 집 고추장으로 매주 가루가 들어간 고추장이고 된장은 약간 넣었지만 몇 년 묵은 된장과 작년 된장을 섞어서 넣었다. 그리고 들어간 것이 감자를 크게 썰어서 몇 개 넣었다. 이제 마지막으로 준비된 고사리, 토란, 살짝 데친 대파를 고춧가루와 마늘에 갖은양념을 손으로 버무려 넣었다. 이때같이 들어간 것이 양파와 애호박, 고추이다. 여기서 간은 고추장으로 조절했다. 이렇게 충분히 끓인 매운탕은 오랜만에 옛날 맛을 살린 것 같았다. 비린내도 전혀 나지 않고 시원한 맛을 내는 민물 매운탕이 완성된 것이다. 이 맛은 살아 있는 신선한 물고기를 그대로 끓인 것과 다슬기의 육수가 역할을 했고 밭에서 금방 가져온 무, 대파, 고추 등 신선한 재료가 조연을 한 것이다.


큰 도시에서 매운탕으로 성업하는 집에 자주 간 적이 있다. 워낙 매운탕을 좋아하니까 그 주변에 매운탕집은 다 가보니까 그중에서 가장 입맛에 맞는 집이 단골이 되었다. 그 주인에게 양념하는 레시피의 비결을 물어보았다. 물고기는 살아 있는 것을 써야 하고, 고추장은 메줏가루가 들어가지 않은 고춧가루만으로 만든 것을 쓴다고 했다. 그래야 매운탕이 시원한 맛이 난다는 것이다. 또 시원한 맛을 내는 비결은 작은 민물새우를 넣는다는 말도 했다. 오늘 끓인 매운탕은 메주가 들어간 고추장을 썼지만 시원하고 깊은 맛이 나는 매운탕이 만들어졌다. 여기에 새우를 넣었으면 더 시원할 것이다.


수년 전에 매운탕을 전설적으로 끓여서 지역에서 잔치를 한 적이 있다. 아직도 그 매운탕이 맛이 있었다고 기억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망미 공원의 야외에서 휴가를 얻어서 쉬고 있었다. 공원의 한쪽에는 돌로 아궁이를 만들어서 무엇을 만들어 먹은 흔적이 있었다. 그곳에 솥을 걸고 매운탕을 끓인다면 좋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일단은 휴대폰으로 가장 가까운 마을의 친구에게 큰 솥을 가져오라고 전화를 했다. 그리고 읍내에 있는 친구에게는 집집마다 냉장고에 냉동되어 있는 물고기를 얻어 오라고 했다. 그리고 다른 친구에게는 생수와 고추장을 가져오라고 했고, 또 다른 사람에게는 고사리, 토란, 양파, 대파, 고추, 무, 호박, 시래기 삶은 것 등을 가져 오라고 했다. 그리고 필요한 양념도 다른 사람에게 전화했다.

이렇게 모인 재료들을 넣고 주위에서 모아 온 마른나무로 끓였다. 오래 끓이면서 끓는 동안에 같이 먹을 사람들을 불러 모았다. 그 사람들은 올 때 막걸리를 사 오도록 해서 모인 사람이 공원에 가득했다. 모두들 맛있게 먹고 마셨다고 했다. 그때가 내가 한창 매운탕을 잘 끓일 때이고 거의 마지막이었다. 그 뒤로는 별로 끓인 기억이 없고 오늘 끓인 것이다.


맛있게 끓인 매운탕을 친구들과 나누어 먹으려고 몇몇에게 전화를 넣으니까 선약이나 바빠서 못 온다고 했다. 오랜만에 실력을 자랑하고 싶었는데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이웃 어른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그래도 그것을 먹은 어른들은 모두가 맛있는 매운탕을 먹었다고 인사가 돌아왔다. 음식의 맛은 신선한 재료인 것 같다.

쌀쌀한 바람이 불어온다. 멀지 않아서 얼음이 얼 것이다. 그 첫얼음이 어는 날 얼음 치기를 해서 다시 한번 매운탕을 끓일 기회가 올 것 같다. 몇 년을 기다려온 얼음 치기이다. 추워지는 것이 꼭 싫은 것만 있는 것도 아니다. 기다려지는 것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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