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밤늦게까지 비가 오고, 오늘도 오전에 온다는 예보였다. 그래도 어제 빗속을 걸어보니, 오전 정도는 문제 될 것 같지 않다. 출발해서 처음에는 비가 오지 않더니 한참 걸어가니 가랑비가 내린다. 산길을 가다가 해안면으로 가는 도로를 만났다.
그 도로는 산속으로 올라가는 길이고, 멀리 안개가 보인다. 이 길로 가면 돌산령 터널로 가는 방향이고, 걷는 길은 터널 위로 난 옛길로 가는 것 같다. 걷다가 보니 돌산령 터널로 가는 삼거리가 나오고, 난 오른쪽을 걸어 올라갔다. 처음부터 경사가 심한 도로이다.
안개가 자욱한 오르막길을 걸으니 아침부터 얼굴에 땀이 흘러 연신 수건으로 훔친다.
다시 대암산 용늪으로 가는 삼거리에서 오른쪽으로 갔다. 안개가 너무 심한 길을 혼자 차지하고 걷는다.
오르막길을 많이 올라와 이제 정상이 가까워졌다고 생각될 때 쉼터가 나온다.
그런데 돌산령 정상이 3.9Km라고 적혀 있다. 평화의 길 27코스가 힘들다는 표시는 있었지만, 이렇게 오르막길을 그렇게 많이 가야 한다니 맥이 빠진다. 그래도 다행히 거기서부터 걸어 올라가는데 경사를 그렇게 급하지 않게 만들어 놓았다.
지루하게 천천히 세월없이 오르니까 돌산령 정상 2.2Km 팻말이 나온다.
계속 안개는 걷히지 않고 걷고 걸어서 정상을 넘어서니까 내리막길이다. 내려가는 길에 도솔산 전적지 입구를 지나서 내려갔다.
계속 내려가다 대암샘에서 목을 축이고
그 옆에 있는 꽃도 구경하는 여유를 부렸다. 이제 이 코스에는 오르막이 없다는 여유이다.
27코스는 돌산령 터널이 있기 전에 옛길을 통해서 해안면으로 오갔던 길이다. 평화의 길의 코스를 정할 때 새로운 터널을 만들고, 거의 사용하지 않는 옛길로 코스로 잡은 곳이 많다. 그 옛길에는 사람도 차도 별로 다니지 않고 거리는 충분히 나오니까 둘레길 코스로는 안성맞춤이다. 그러나 걷는 사람은 그렇게 좋아하지 않을 것 같다.
내려오면서 쉼터를 거쳐서 큰 도로를 만나서 인제 방향으로 도로를 따라 걸었다.
27코스 마지막은 DMZ 자생 식물원 쪽으로 가면서 마감하고, 새로운 코스가 시작되었다.
이곳에 처음 걸으면서 주위의 산들이 분지로 형성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돌아보면 산으로 둘러쳐진 것이 느껴진다. 이곳을 화채 그릇을 닮았다고 펀치볼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자생식물원 밑으로 난 길을 걷다가 보면 만대지가 나오고,
마을로 들어가는 길이다.
길로 내려가면서 주위를 돌아보면 이곳 지형이 독특한 것이 또 느껴진다. 펀치볼에는 시래기가 유명하지만, 지나면서 보니 농촌에서 하는 작물은 거의 재배되고 있었다.
이곳은 해안면 소재지가 있는 곳으로 그 도로를 따라가면 먼저 펀치볼과 도솔산 지구 전적비가 서 있다.
그 옆에 양구통일관이 있고 거기에는 전시관과 전망대 매표소가 자리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통일관 앞에 머리 숙여 인사하는 조형물이 인상적이다.
여기서 옆으로 가면 양구 전쟁기념관 조형물이 위에서 구경하고 가라는 것 같다.
28코스는 펀치볼 구간으로 비교적 짧고 쉬운 곳이다. 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자기들만의 공간에서 사는 기분일 것 같다.
다음 코스는 시작부터 산 위의 계단으로 올린다.
펀치볼의 산들이 보이는 산길에서 내려와 도로를 따라 작은 연못 옆으로 가다가 다시 산으로 오른다.
이곳은 처음부터 지뢰 표시가 있는 산길로 인제로 넘어가는 길이다.
산길은 포장이 되어있지 않고, 경사는 그렇게 급하지는 않지만 오르막이다. 산길에는 개나리가 한참 피어 있다.
개나리꽃 구경을 하면서 걷다 보면 쉴 정자가 나온다.
그곳에서 다시 올라가면 또 다른 정자가 나오고 양구와 인제 경계라는 이정표가 서 있다.
그곳 소나무 밑에 마루를 만들어 쉴 곳도 만들어 놓았다.
여기서부터는 인제로 내려가는 길은 양구와 달리 포장이 되어있다.
쉽게 내려가면서 인제의 깊은 산들을 구경했다. 내려가는 길에서 급하지만 편안함을 느낀다. 그 길을 가면서 내의 내리막길도 편안하기를 빌어 본다.
멀리 보이는 산을 보면서 산속 길을 길게 내려가니까 다리를 만났다. 다리 밑으로 흐르는 강은 인북천이다.
이제 인북천을 따라서 난 테크 길을 갔다. 조용한 길이라 걷기는 편하고 차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강물이 큰 보에서 큰 물길이 되는 곳에서는 긴 직선 길이다. 멀리 군부대의 건물이 보이고, 부대 안에서는 병사들이 축구를 하면서 환호성을 지른다.
강둑길에서 큰 도로를 만나 가다가 다시 강 쪽으로 난 길을 갔다. 오늘 걸어온 길이 27, 28, 29코스로 모두 38Km 정도이다. 이제 삼일만 더 걸으면, 코리안 둘레길을 다 걷는다. 오늘은 숙소를 시화 2리에 머물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