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에 없는 흰 새가 넓은 날개를 천천히 저으면서 하늘 높이 날아간다. 때로는 몇 마리가 무리 지어 우아하게 날아갔다. 그 흰 새가 날아가는 것을 보며, 수려한 비행에 감탄했다. 그리고 그 새가 멀어져 눈에서 보이지 않을 때까지 눈을 떼지 않았다.
요즘은 백로가 동네 앞산에 떼 지어 앉아 있다. 어릴 때 간혹, 넋을 놓고 사라질 때까지 봤던 바로 그 흰 새이다. 이제는 백로가 마을 앞개울에 내려앉아 물고기를 기다린다. 그래도 아직 인기척이 나면 날아간다.
또 새로운 새가 보인다. 검은 새, 가마우지이다. 물고기 사냥 달인으로 물속에서 들어가 고기를 잡는다. 가마우지가 날렵하게 물 위를 걷듯이 차고 나라 갈 때 물고기들이 혼비백산할 것 같다. 가마우지가 나타나 돌아다니면, 백로가 날아와 그 주변에 조용히 서 있는 광경을 자주 본다. 백로는 가마우지에 쫓기어 도망가는 물고기를 조용히 기다리는 것 같다. 새로 나타난 두 새는 모두 물고기를 잡기 위해서다.
얼음이 얼기 시작하는 이른 새벽이면 먼 곳에서 날아온 청둥오리가 때가 앞개울에서 시끄럽게 물고기를 잡다가 사람이 지나가면 날아간다. 어느 때는 아침 해가 뜰 때까지 청둥오리가 개울에 남아 있다. 마을 사람들이 개울을 지나는 사람이 없어서이다.
그런데 더 강자가 있다.
예전에 큰 강에서 간간이 보였던 수달이 이제는 마을 앞개울에도 나타난다.
수달은 물고기 사냥 무법자이다. 하루에 잡아먹는 물고기량이 자기 몸무게의 15%라고 한다. 기술은 물속에서 물고기를 따라다니면서 사냥하니, 물고기가 보이면 잡힌다. 먹는 량도 많고 사냥 방법이 탁월하다
예전엔 생태계가 살아서 수달은 물고기를 많이 먹어도 표시가 없었다.
지금은 수달은 천연기념물로 보호를 받아, 개체 수가 늘어서 큰 강에만 머물기에는 먹이가 부족해서 작은 개울까지 찾아다닌다. 그래도 처음에는 사람 보이는 개울에 올라와서 인기척이 있으면 달아났었다. 이제는 사람이 보여도 그냥 사냥한다. 마치 자기가 천년기념물이라는 것을 아는 것처럼 ..
수달과 가마우지, 청둥오리와 백로는 물고기의 천적이다. 그래도 물고기는 가장 생태계에서 넓게 펴져 있고, 번식도 빨랐다.
요즈음은 그 번식에 문제가 있는지, 포식자들이 많아서인지, 물고기가 없다. 실제로 가장 큰 포식자는 인간인데, 그 인간이 물고기가 없으니 경쟁자인 수달 등에게 짜증을 내고 있다.
어릴 때 놀던 개울가에는 피라미가 늘 놀고 있었다. 그 물속에 있는 돌 안에도 고기들이 숨어 있었다. 어디를 가도 물고기가 많았다. 더 큰 강에는 물고기 종류도 많았다. 뱀장어와 자라, 메기, 붕어, 꺽지, 메자, 모래무지, 행자, 납자루, 돌고기, 새우, 송사리 종류와 여러 모양의 미꾸라지, 뚝지, 여울에 사는 쉬리, 퉁가리 외에도 기억 못 하는 고기가 더 많다. 그렇게 물속은 물고기들의 천국이고, 같은 물고기끼리 떼 지어 다니는 것이 장관이었다. 그렇게 많던 물고기는 이제 옛날의 기억 속에만 남아 있다.
요즈음 달라진 것은 살지 않던 쏘가리는 치어를 넣어 보인다. 대형 잉어들도 보이고, 그러나 바다에서 올라오는 물을 막아서 뱀장어는 자취를 감추었다.
지금 큰 강에는 덩치 큰 잉어나 메기 쏘가리들은 그래도 살아가고, 다른 물고기들은 그리 많지 않다. 수달이 물고기를 엄청나게 먹어서, 가마우지나 다른 새들도 잡아먹기 때문은 아닐 것이다. 예전처럼 물고기가 많으면 수달이나 가마우지가 작은 개울까지 오지 않을 것이다.
강이나 개울에 어린 물고기들이 많이 보이지 않는다. 물고기가 산란이 활발치 않다는 것이다.
물고기가 눈에 띄게 줄어든 것을 마을 노인들은 수달과 가마우지 탓으로 돌린다. 윗마을 상노인인 부성 씨는 인삼밭에 농약이 독해서 그렇다고 한다.
모두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또 환경오염이 심해서 그렇다고 말을 하는 사람도 있다.
여러 말을 고려하면 농약 사용이 많아서 그렇지 않을까, 여겨진다. 온 들이나 밭에 치는 농약 성분이 땅으로 흘러가서 빗물을 따라 개울로 들어가고 강으로 가는 것이다. 그 농약 성분이 물고기의 생식과 산란능력에 변화를 주어 물고기 치어가 줄어든 것이라 추정할 수 있다. 이 농약이 주원인이고, 다음이 수달과 가마우지일 것 같다. 수달이나 새들은 어쩌면 미미할 것이다. 생태계는 그런 동물로 쉽게 무너지지는 않는다.
누가 물고기를 못살게 굴었는지? 알아야 하는데.. 수달 탓으로 돌리니 수달이 천연기념물이 아니라 몹쓸 물건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