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의 하루

by 안종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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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하루가 지루하게 느꼈던 어린 시절, 오전에 집에서 동생과 놀다가 점심 숟가락을 놓고는 탑 밭으로 뛰다시피 갔다.

그곳에는 또래들이 모이기 때문이다.

먼저 온 친구들이 멱을 감고 있다. 주저할 것도 없이 물에 들어갔다. 그렇게 멱을 감으면서 장난도 치고 떠들면서 지칠 때까지 놀았다. 물에서 나와 탑 밭에서 다른 놀이를 시작했다.


진도리라는 놀인데 서로 편을 짜서 영역을 지키는 놀이이다. 사람들이 상당히 있어야 가능한 놀이이다.

그때 민첩하게 달리면서 안 잡히려고 갖은 수단을 쓰면서 마지막까지 살아남는 편이 이기는 것이다. 이때 어린 나이에도 지기 싫어서 우리 편이 뛰어가는 것은 응원하고, 또 다른 편이 가까이 오면 그렇게 소리를 질러 야유했다.

아이 들은 서로 잡으려고 힘껏 달리고, 때로는 안 잡히려고 달려던 놀이로 아이들에게 재미가 그만이었다.

그때는 너무 뛰어다녀 몸에 살이 붙을 시간이 없어 갈비뼈가 보이고, 날렵하였다. 진도리를 몇 판을 하다 끝나는 시간은 나이 든 형들이 소 몰고 유동골에 들어가는 때이다. 소 풀 먹이로 가는 사람이나 남은 아이들도 아쉬웠다. 또 내일을 기약하면서 서로 쳐다보면서 헤어졌다.


이제 소먹이고 간 큰 아이들은 해가 져야 나오고, 남은 아이들끼리 다른 놀이를 시작했다. 땅따먹기 놀이였다.

땅에 크게 네모를 그려 놓고, 먼저 모서리에 손 뼘으로 자기 집을 동그랗게 만들어 놓고 시작한다. 순서를 정해서 납작한 작은 조약돌을 엄지와 중지를 이용해서 멀리 보내고, 다음에 옆으로 보내서, 세 번째에 그 조약돌을 자기 집에 넣어야 한다. 넣으면 조약돌이 다녀간 곳, 줄을 그어 자기 땅이 되고, 넣지 못하면 다음 순서까지 기다려서 다시 하는 것이다. 손가락으로 조약돌을 잘 보내야 하고 자기가 만든 집에 잘 넣어야 하는 것이다. 더 많은 땅을 따 먹는 사람이 이기는 놀이였다. 그 흙바닥에서 상대가 선에 물렸는지 감시하면서 정신없이 놀았다.


그 놀이도 재미 없어지면 논둑을 따라 걸어가서 넓은 청석이 있는 개울에 고기 잡이 하러 갔다. 또래들이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갔다

“늘리” 청석은 청석이 넓게 깔린 곳으로 개울에는 돌이 많았다. 바위 같은 큰 돌은 몇 없고, 아이들이 들 수 있거나 손을 넣을 수 있는 작은 돌들이 많은 곳이다.

그 얕은 물에 들어가 돌 속에 손을 넣어 물고기를 잡는 것이다. 이곳도 아이들에게는 물고기 잡는 즐거운 놀이였다. 잡으면 잡았다고 큰소리치며 자랑하는 재미가 있었다. 서로 큰 고기나 여러 마리 잡으려고 돌 밑으로 손을 넣었다.

물속에 있는 돌 밑으로 손 넣으면 물고기가 손에 닿는다. 한 손으로는 물고기를 움켜잡고 다른 손으로는 반대쪽으로 넣어 도망을 막는다. 그러나 미끄러운 미꾸라지는 거의 빠져나간다. 주로 가만히 있는 뚝지가 잡힌다. 돌 밑에서 물고기를 손에 잡히면 감각적으로 머리를 정확히 움켜잡고 돌을 뒤집어야 잡힌다. 꼬리를 잡고 나오다가 빠져나가면, 아쉬워 물고기를 놓친 방향으로 돌아보거나, 따라가지며 소리 질렀다.


개울에서 돌 속에 손을 넣어서 잡아내는 고기가 여러 가지다. 돌 속에서 뚝지를 자주 잡고, 때로는 돌 밑에 사는 돌고기를 잡아냈다. 간혹 꺽지를 잡아낼 때는 손에 가시가 감촉을 느꼈다. 꺽지의 침을 어릴 때는 무서워하지 않았다. 그중에서 퉁가리를 손으로 잡을 때는 침을 조심해야 했다. 퉁가리를 돌 밑에서 잡다가 침에 쏘여 아파했던 때가 어릴 때의 고기잡이 놀이의 절정이었다.

그래도 돌에 손을 넣으면, 고기들이 알을 돌에 붙여 놓은 것은 그 자리에 엎어 놓았다.


“늘리”청석에 고기를 잡으려고 물속에 넓게 돌무더기를 쌓아 놓은 곳이 있다. 그 돌무더기는 고기가 들어오라고 물고기 집을 만들어 놓은 것이다. 보통 수영이라는 나이 많은 형이 만들어 놓았다.

아이들이 그 돌무더기에는 손을 대지 않았다. 물고기가 많이 들어 있는 걸 알지만, 그 주위에서 고기 잡으며 놀았다.

돌로 물고기 집을 만들어 놓고 이틀 정도 지나면 수영이 형이 돌무더기를 걷어내면서 고기를 잡는다.

그때 아이들은 그 돌무더기에 고기가 얼마나 들었는지 궁금해서 모두 둘러서 구경했다.


먼저 반디로 고기가 나올 곳에 놓는다. 그때 구경하는 아이들이 그 반디를 들어주면서 구경했다. 수영이 형이 겉에 있는 돌들을 하나씩 걷어내서 먼 곳으로 던지면서 고기를 잡아 들어간다. 그곳에 고기들이 확실히 많이 들어 있었다. 돌을 살며시 들면 도망가지 않고 그 자리에 있는 고기도 있다. 보통 뚝지가 그런데 손으로 잡거나 반디로 몰아 잡는다. 간혹 반디로 고기가 들면, 반디 받치고 있는 아이가 소리 지르며 반디를 든다.

그러다가 큰 고기가 도망을 가면 아이들 눈이 모두 따라가서 손가락으로 도망간 곳을 가리킨다. 돌무더기를 걷어낼수록 고기들이 많이 나온다. 그러다 마지막에 넓적하고 큰 돌을 놓아둔 것이 나온다. 그때는 반디를 단단히 다시 고쳐대고 그 돌을 들어 올리면 그곳에 고기에 모여 있었다. 돌 속에서 도망가다 몰린 것이다. 어떤 때는 메기나 꺽지가 그곳에 있었다. 그때도 아이들은 환호성을 지르면서 자기가 고기 잡은 기분이었다.


그렇게 놀다가 보면 저녁이 가까워진다. 그래도 아직 해는 넘어가지 않았다. 그때는 하루해는 길었던 기억이다. 시간이 너무 안 가서 언제 어른이 되냐는 생각도 많이 했었다.

특히 저녁나절이 길었다. 소풀 먹이로 갔던 형들이 다 돌아오고, 어른들이 밭에서 돌아와야 저녁을 먹는데, 배가 고픈 것이다.

들에서 돌아와서 엄마가 해주는 저녁밥을 먹고 나면, 어느새 잠이 들었다. 낯에 그래도 많이 돌아다녔는데, 피곤했을 것이다.


그런 어린 시절 놀던 생각이 아직 나는데, 시간이 언제 갔는지 지금은 너무 오래전 이야기이다. 어려서 안 가던 시간이 지나고, 지금은 빠른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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