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 마지막 토요일은 엄마 기일이다.
엄마가 돌아가신 날이 그 해 마지막 날이었다. 그날은 요일이 해마다 변하기에, 한 해 마지막 토요일을 기일로 정했다. 각처에 있는 자식들이 오기 쉽기 때문이다.
엄마가 살아계실 때, 자식들은 엄마가 있는 고향에 명절 때면 모였다. 엄마가 구심점이고 당연히 오는 것으로 여겼다. 모인 엄마와 자식들은 어릴 때를 생각하면 정을 나눴다. 그렇게 모였던 자식들은 엄마가 없으니 변했다.
엄마는 없어도 엄마 생각하며, 우애롭게 모일 줄 알았다. 그렇게 되지 않았다. 그때는 엄마는 구심점이었고, 모두 보고 싶은 사람은 엄마였던 것이다.
우선순위인 엄마가 없으니, 자식들은 자기 일이 먼저 가 된 것이다. 우애는 엄마가 있을 때 가치를 발하는 것이고, 이제는 각자의 일이 더 중한 것이다. 엄마의 빈자리는 많은 것을 변하게 했다.
엄마가 오래 병상에서 마지막에 말을 못 했다. 그래서 눈이나 손으로 마음을 전했다. 부모 자식 귀한 사이지만, 아픔은 같이할 수가 없었다. 그 시절은 코로나 시절로 면회도 제한되었다. 그립고 아쉬운 마음으로 늘 혼자 말없이 병상에 누워 보냈다. 그렇게 긴 인생의 마지막 여정을 외롭게 보낸 것이다. 자식들을 보고 싶어 하면서 쓸쓸하게 보내셨다.
엄마는 외로운 시간에 자식도, 누구도 함께할 수 없다는 것을 느꼈을 것이다. 인생의 마지막을 홀로 가신 것이다. 그 마지막은 누구나 겪을 것이다.
오래 병원에 누워 계시다 돌아가시기 전날, 엄마는 큰아들 손을 잡으시고 말없이 한 손을 펴시고, 다음은 한 손의 집게손가락을 펴 여섯 개를 보여 주셨다.
이제 먼 길을 떠날 시간이라는 것을 알고 계셨고, 여섯 손가락으로 남은 자식들이 우애 있게 사라는 마음을 남기신 것이다. 그렇게 엄마는 떠나시고, 남은 자식들은 앞으로 자주 만나서 엄마를 생각하기로 했었다.
엄마가 안 계시고, 명절에 자주 오던 엄마의 집도 오는 자식이 몇 명 되지 않았다. 그 뒤로 더 줄어들더니 이제는 각자 명절을 보낸다.
자식들은 그들, 자식들과 일가를 이룰 것이다. 엄마가 중심이 되었던 구심점이 없어지고, 다른 여러 구심점이 만들어진 것이다. 예전부터 그랬고, 주변의 사람들도 거의 그렇게 변한다.
그래도 아직 엄마의 기일은 엄마를 생각하며 모이는 날이다.
첫해는 그래도 거의 온 것 같다. 다음 해는 더 바쁜 일이 많아 더 오지 않았다. 자식들은 바쁘게 살고, 더 신경을 써야 할 일이 있었을 것이다.
엄마라는 구심점이 없는 것이다. 엄마를 대신할 형제는 아무도 없다. 엄마가 없으니까 그 빈자리는 확실히 표시가 난다. 엄마는 자식들을 끌어당기는 자석 같은 존재였다.
보통의 가족들은 또 부모가 없으면, 다른 구심점으로 분화되는 것이다. 그래도 자주 만나는 자식들은 어쩌면 특이한 사람일 수 있다.
부모가 있을 때는 작은 갈등을 부모의 중재로 또는 부모님께 나쁜 모습 보이지 않으려고, 부모님 마음 아프게 하지 않으려 잘 지낸다. 그러나 부모님이 돌아가면 본인 성정대로 살아가는 것이 이치이다.
그러니 부모가 없으면 조금만 다툼도 서로 보지 않을 수 있다. 때로는 어릴 때 서로를 위해서 했던 일도, 과정을 문제 삼으면 서로 다시 안 볼 수 있는 것이 자식들 우애인 것이다. 여기에 금전적인 다툼이 있다면 더 심한 사이가 되는 것이다. 그렇게 다시 보지 않는 형제들이 많다. 이해보다는 갈등과 감정을 먼저 생각하기에 그렇다.
그것들은 모두 부모라는 구심점이 없어져 그렇게 된 경우가 상당할 많을 것이다. 지극히 세상 적이고, 인간관계의 이치에 벗어나지 않는 경우라고 할 수 있다.
그리운 엄마 얼굴이 떠오른다. 또 뼈만 남은 여섯 손가락이 생각난다.
엄마는 자식들이 우애 있게 모여, 이야기꽃을 피우는 것을 보고 싶을 것이다. 그렇게 모이는 않아도, 각자 잘 사는 것이 먼저일 수도 있다.
그래도 여섯 손가락 자식들은 모두 잘 살아가니, 엄마의 바람은 이루어진 것이다. 그리고 자주 보지 않지만 서로 얼굴 붉히지 말고, 사는 것은 더 바라실 것이다. 그리고 만나면 엄마와 같이 살던 이야기 나누길 바랄 것이다.
며칠 남지 않은 기일이다.
올해는 몇 명이 올까? 만나는 자식들은 여섯 손가락의 의미를 생각하면서, 엄마의 따뜻한 웃음을 생각하자. 행여 싫은 추억은 이제 지나간 일들이다. 엄마의 좋은 이야기만 말하자.
엄마 이야기하면서 이 말도 하고 싶다.
앞으로 우리 서로 바래거나 대접받을 생각 말고, 각자 잘 살기를 바라자. 옛날의 여러 감정을 엄마의 여섯 손가락을 생각하면서 묻어버리고, 서로를 존경하고 배려하자. 서로가 가장 귀한 인연이라는 것을....
엄마 기일 날 한번 만나더라도 가장 오랜 벗이고 인연으로 생각하자. 소중한 시간 서로에게 잘해주려고 애쓰자. 어려운 사돈 만난 듯 정성을 다하자. 사실 남매도 붉히면 남보다 못하다.
오늘이 읍내 오일장이다. 장 보러 간다.
엄마가 하던 음식을 기억해, 엄마가 만든 것처럼 해보고 싶다. 그리고 따스한 밥을 준비하자.
노가리 무치고, 고등어 굽고, 된장 끓이고 다슬기 국을 끓을 것이다.
형제들이 보고 싶다. 엄마의 얼굴이 남아있는 얼굴들이다. 엄마 보는 것 같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