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 땅끝 마을에서 해돋이를 보고 싶었다. 숙소에서 반 시간 정도 가야 한다고 하니까 깜깜할 때 출발했다. 땅끝 마을에 도착할 때쯤에 날이 밝았다. 어둠 속에서 낯선 마을에 도착하니까 해가 어느 쪽에서 뜨는지도 헷갈린다. 동쪽이라 생각되는 방향으로 움직였다. 동쪽으로 가면 땅끝이라는 표시가 있을 것이라 막연히 추정했지만, 그런 표시는 없었고 앞뒤 좌우도 구분이 되지 않았다. 아직 일출시간은 몇 분 남았지만, 오늘은 멀리 바다에서 떠오르는 해는 보지 못하고 올라온 해만 볼 것 같았다. 만일에 새해 첫날이나 의미 있는 날이면 사람들이 많아서 따라가면 될 수 있지만 오늘은 한 사람도 해돋이를 보려고 하지 않는 평범한 날이다.
그래도 열심히 찾다가 보니까 전망대가 어렴풋이 보였다. 전망대는 높으니까 그곳이 해돋이 보는 장소일 가능성이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언덕 계단길을 뛰다시피 올랐다. 도착해보니까 해를 보는 전망대였다. 제대로 온 것이다. 사방을 둘러보니까 바다 위로 붉게 물들고 있는 곳이 있었다. 해가 곧 떠오르는 곳이라고 말하는 듯했다. 그곳을 한참 바라보니까 붉은 해가 떠올랐다. 해는 떠오르고 주변에 고기 잡는 배는 바삐 오가는 중이다. 오늘은 괜히 좋은 여행 날이 될 것이라 기대해본다. 해돋이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보니까 땅끝 마을 주변의 해안선이 아름답다.
두륜산 밑에 자리한 대흥사는 처음에는 별로 이름이 없는 사찰로 알고 갔지만, 내가 몰라서 그런 것이지 대흥사는 이름에 걸맞게 큰 사찰이었다. 대흥사는 조계종 22 교구 본사이며 뒤의 두륜산은 입을 다물지 못할 정도의 부드러우면서 웅장했다. 또 산지 승원으로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문화유산이었다.
해탈문을 들어서니까 사천왕상 대신에 양쪽에는 동자의 모습을 하고 흰 코끼리를 탄 보현보살과 파란 사자를 탄 문수보살이 자리하고 있었다. 남쪽 지방에서는 해탈문에 사천왕상 대신에 동자로 변한 보살님들이 있는 것이 특징인 것 같다. 해탈문을 지나서 본 대흥사는 그 배경인 두륜산이 너무나 웅장했다. 두륜산은 대둔산이라고도 한다. 그 둘러싸인 산들은 사람을 압도할 정도로 규모가 크고 대흥사의 위치가 명당이라는 느낌을 주었다. 대웅전을 찾으려고 중심에 가 보았으나 생각한 중심에는 대웅전이 없었다. 나중에 보니까 들어가면서 좌측의 산 아래 있는데 대웅전은 다른 건물보다 화려하진 않았다. 대웅전이 위치나 규모에는 무슨 사연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뒤 배경이 되는 두륜산의 전경에 비해서는 중심이 맞지 않았어 배경을 따라가지 못하는 아쉬움을 느낀다. 아직도 거대한 목재가 쌓여 있고 공사를 하고 있으니까 또 다른 모습으로 태어날 수 있을 것이다.
대흥사는 국보인 마애 좌불을 비롯해서 유적이 있고, 대흥사로 가는 길이 엄청난 숲길이다. 삼나무가 많고 측백나무 동백나무숲이 긴 거리에 조성되었다.
해남은 고산 윤선도의 유적도 잘 보존되어 있었다. 윤선도는 시조 작가로서 어부사시사, 오우가를 쓴 조선시대 3대 가인이다. 녹우당은 윤선도의 유적이 중심이지만 해남 윤 씨들의 기록물이 잘 보존되어 있었다. 해남 윤 씨의 세대별로 이름난 사람을 기록한 것을 보면, 주로 벼슬한 것을 위주로 기록을 하다가 마지막에 윤두서 3대가 예술가의 업적이 기록되니까 훨씬 전시관 분위기가 살았다. 관료 위주의 기록은 출세 지향적이고 과시적으로 보이다가 화가의 3대가 있으니까 명문가의 모습이 되었다. 원래 입장료를 받았던 것 같았는데, 지금은 받지 않고 안내만 하고 있었다. 시조시인 윤선도나 화가 윤두서의 유적지이기는 하지만, 해남 윤 씨의 가문을 자랑하는 부분이 많다. 그러니 보러 오는 것도 고마운 것이다. 그러니 입장료에 대해서 거부감을 갖는 사람도 있을 것 같은데, 안 받는 것이 잘한 것 같다.
녹우당 옆에 있는 소나무가 너무 멋있다. 소나무가 오래되면 껍질이 거북이 등 모양으로 변한다고 들었는데 여기서 그런 소나무 껍질을 보았다.
녹우당의 담장은 아름답고 봄을 알리는 매화가 담 너머로 피었다. 은행나무, 비자나무, 목련, 대나무도 자기 위치에 자리 잡고 있었다. 곳곳이 있는 소나무는 모두가 멋지게 서 있다.
해남 오일장은 해물이 많았다. 각종 고기가 엄청 많다 고등어, 오징어, 인면수, 갈치, 넙치, 조기, 명태, 방어, 문어, 돔, 간자미, 덕자, 아귀, 물메기 종류별로 다 있었다. 바다가 가까우니까 그런 것이다.
여기서도 낙지가 많았는데 직접 잡아온 것 같다. 세 마리 8천 원이라고 한다. 서울에서는 한 마리 만 원이라고 한다.
봄이라 씨앗을 많이 팔았다. 씨앗도 종류별로 다 있었다. 고추나 상추 등 나물 모종도 나왔다. 묘목도 종류가 많아서 다 볼 수도 없을 정도인데, 아몬드 묘목도 있었다. 사과는 품종별로 다 있다고 주인이 자랑한다.
이곳은 다른 장에 없는 싸구려 떨이하는 곳이 있었다. 무조건 하나에 2천 원이라고 소리치니까 어른들이 많이 모여들어서 물건을 고르고 있다. 가만히 여기도 옷뿐만 아니라 종류가 다양했다.
농기구 파는 가게도 손님의 기호에 맞게 그 자리에서 만들어 주기도 하고 있다. 오늘 해남장은 고구마가 대세이다. 고구마가 엄청 나와 있다. 이 주변이 땅 색깔이 황토색을 띠고 있기 때문에 고구마 잘 되는 모양이다.
봄이라 이곳에서도 나물은 기본이고 할머니들이 직접 캐서 온 것이 많았다. 이런 할머니들은 점포는 옆의 한 곳에 모여 있었다. 여기서는 나물뿐만 아니라 해산물도 직접 잡아서 팔고 있었다. 해남은 볼거리도 많고 풍요로운 땅인 것 같다. 땅끝 동네라고 소문이 나서 관광객도 많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