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파랑길 4일 차

by 안종익


어제저녁 숙소에 들어갈 때는 발이 아파서 빨리 쉬고 싶다는 생각에 진하해수욕장을 관심 있게 보지 못했는데, 오늘 아침 출발을 해수욕장 길을 따라서 했는데 엄청 큰 해수욕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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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하해수욕장과 붙어 있는 항구가 강양항인데, 회야강의 민물이 바다로 들어가고 바닷물이 항구의 넓은 입구로 들어오기 때문에 배들도 많이 정박해 있는 큰 항구이다. 이곳은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곳이기에 먹이가 많아 어류나 철새들이 많이 올 것 같다. 실제로 회야강에 먹이를 찾는 새들이 많이 떠다니고 있었다.


오늘 시작하는 코스는 회야강을 따라서 해파랑길이 만들어져 있다. 강을 따라 계속 올라가니까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직선 길이 나왔고, 그 길을 걷는 사람도 혼자뿐이었다. 무거운 배낭을 메고 혼자서 걷는 모습은 순례자가 고독한 길을 걷는다고 스스로 느낄 정도로 조용한 길이다. 끝없는 직선 길을 홀로 걸어가는 것이 세상에 혼자만 있고 또 혼자된 기분이다. 이런 고독하게 홀로 가는 길이 해파랑길을 온 이유이기도 하다.

아무도 없는 길을 홀로 가면서 왜 이렇게 세상을 치열하게 살았고 아직도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압박감을 가지고 살아가는지 생각을 한다.


지금도 자주 옛날 동료와 비교하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비교를 나보다 못했던 사람들과 하는 것이 아니라 더 잘 된 사람들과 비교를 해서 스스로 억울하고 아쉬움에 빠진다.

내가 그 동료들보다 절대 못하지 않았는데, 공정하지 못해서, 운이 없어서 실패했다는 자괴감에 빠지는 것이다. 그래도 아래와 비교하면 나도 잘 살아온 것으로 평가될 수 있지만, 꼭 위로만 비교하는 습관이 있다.

그렇게 비교하는 것이 나에게 도움이 안 되고 미래에는 지금의 상황이 어떻게 변해서 오히려 반대가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런 비교하는 생각이 머리에 떠오르면 즉시 다른 생각으로 전환해서 벗어나야 한다. 그런 비교가 무의식 중에 나오더라도 생각을 바꾸는 것은 내 의지대로 된다는 것도 알고 있다. 생각은 알지만 계속하는 것은 마음에 집착이 있어서 그런 것이다. 집착은 내 성격의 일부이고, 마음의 병인 것이다. 지금까지 살아온 것을 돌이켜 보면 그렇게 집착했던 것이 많았다. 과거의 아픔을 생각하지 않으려 노력도 했고, 때로는 철저히 그 아픔 속으로 들어가 보기도 했지만 비교하는 집착은 사라지지 않았다. 이것은 나의 성격을 넘어서 마음의 병이라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마음의 병 차원에서 고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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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야강 십 리를 거의 직선으로 걸었다. 그 길은 왼쪽에는 논이고, 오른쪽은 강물이었다. 오늘은 날씨가 바람도 불고 추워서 그런지 사람은 없고, 강물에는 청둥오리, 가마우지, 황새들이 먹이를 찾고 있다. 바람이 불고 추워서 털모자를 쓰고 방한 마스크와 털목도리까지 하고서 큰 배낭을 메고 가는 것이 유독 눈에 띄는 모습이다. 그래도 아직은 오전이라 씩씩하게 걸어간다. 무거운 배낭은 연휴가 끝나는 내일 꼭 필요치 않는 물건을 택배로 부칠 것이다. 너무 많이 메고 가니까 온몸을 힘들게 하고 있다.

십 리를 걷고, 강을 따라서 우측으로 돌아서 다시 십 리를 그렇게 걸었다. 날씨는 바람이 계속 불고 흐린 것이 눈이라도 금방 올 것 같다.


예전에 직장에 있을 때 좋은 보직에 가려고 노력한 끝에 원하는 곳으로 갔다.

그런데 갑자기 다리가 저리고 걷기가 불편해지는 것이다. 허리 디스크가 왔는데 이 보직을 유지하기 위해 아프지 않은 척하면서 고통스럽게 일을 했다. 왜냐하면 허리디스크 수술을 하기 위해서 자리를 비우면 다른 사람으로 교체시키는 자리였다.

늘 밖으로 나가서 일하는 보직이라 일과시간에는 아프지만 내색을 하지 않고 일하고, 밤이면 돌아와서 남모르게 해결해 보려고 체련장에서 지독하게 운동을 했다.

꺼꾸리에 매달리면 허리뼈 사이의 연골이 제자리에 들어갈 수도 있다는 말을 듣고, 엄청난 시간 고통을 참아가면서 매달렸다. 한 보름 정도 했는데 어느 날 갑자기 허리가 시원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정상으로 연골이 들어갔다고 생각했으나 하룻밤을 자고 나니까 극도의 고통이 찾아왔다. 연골이 들어간 것이 아니라 과도하게 압박해서 터진 것이다. 절망적이라 생각했지만 마침 정기 봄 휴가 일정이 내려왔다. 이틀이었지만 첫날 오후에는 수술하고, 다음날은 하루 쉬고 그다음 날 압박붕대를 감고 출근을 했다. 지금 생각하면 어떻게 그렇게 했는지 이해가 안 된다.

그렇게 악으로 산 것은 욕심이었다. 어릴 때부터 주위 사람들이 조상 묘를 잘 써서 잘 될 거라고 말하는 것을 믿은 것이다. 근거 없는 이야기를 믿고 잘 된다는 욕심을 갖은것이다. 물론 그 말을 믿고 열심히 한 것이 도움은 되었지만, 이렇게 집착에 빠진 원인이 되기도 했을 것 같다.


오늘은 해파랑길을 찾기가 쉬운 구간이지만, 아무리 찾기 쉬워 보여도 갈림길이 나오면 화살표만 보고 가지 말고 그 화살표가 가리키는 방향에 리본이나 스티커를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그러한 표식이 보이면 가야지 리본이나 스티커를 확인하지 않고, 화살표 방향으로 가다가 보면 다른 길로 가는 경우가 있다. 실제로 거의 모든 갈림길에서 다음갈 길에 리본이나 스티커가 멀리서도 보인다.

울산 시내에 들어서니까 대로가 넓어지고 차와 사람이 많아 회야강 길과 다른 풍경이다. 스티커나 리본을 찾는데 신경 쓰였고, 몇 번 잘못 본 경우도 생겼다.


날씨가 더 추워지고 바람이 많이 불어서 큰 건물 밑을 지날 때는 건물이 햇볕을 가려 응달이 되어 바람 끝이 더 차가웠다. 서너 시간을 쉬지 않고 걸어서 다리도 아프지만 물집 잡힌 발가락이 아파서 쉬어 갈 곳을 찾았다. 마침 버스정류소가 투명 유리로 바람이 안 들어오도록 지어져 있었다. 그 정류소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들어가서 배낭을 벗고 간이 의자에 앉았는데 신기하게도 그 간이 의자가 따뜻한 것이다. 스팀을 넣었는지 전기 장치를 했는지는 모르지만, 무척 따뜻했다. 정류소에 바람은 안 들어오고 의자는 따뜻하고 쉬기에 안성맞춤이다. 걷다가 이런 곳에 앉아서 쉬는 것도 행복이라는 것을 느낀다. 편안하게 쉬고 있는데, 할머니 한 분이 버스 타려고 안으로 들어왔다가 내 행색이 별로 인지 바깥으로 나가 버스를 기다리시는 것이 미안했다. 버스는 곧 와서 할머니는 가고 나는 그 뒤 오랫동안 그곳에 머물렀다.


덕하역을 지나서 목적지인 선암호수 공원으로 오늘도 마지막에는 다리를 절면서 간다. 아직까지 오후에는 물집으로 발가락이 아프다. 선암호수 공원으로 가기 위해서는 함월산을 넘어서 가는데, 함월산은 허리를 돌아서 가는 것이 아니라 정상을 올라다가 내려가는 것이다. 거의 등산이었다. 그렇게 높지 않은 산이지만, 지쳐서 그런지 힘들게 정상에 올랐다. 정상에서 잠시 쉬면서 아래를 보기도 해야 하지만, 그냥 또 내려간다. 내려가면서 생각을 했다. 내가 이렇게 가야 하는 것이 옳은 것인가?

그렇다 이번에 가는 길은 해파랑길을 완주하는 것이 첫 번째 목표이고, 다음은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 것이다. 그리고도 여유가 있으면 풍광을 감상하는 것이다.

선암호수 공원에는 사람들이 많았다. 이곳에서 오늘 일정을 마치고 숙소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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