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해파랑길 12일 차

by 안종익

칠포항에서 출발하면서 날씨가 많이 포근하다는 느낌이다. 이제까지 걷는데 가장 어려움은 바람과 추위였는데 날씨가 포근해지니까 걷기가 한결 수월하다.

칠포항에서 오드리 항까지 테크 길을 잘 만들어 놓았고, 테크 길을 만들 수 없는 해안 산길도 자연석으로 잘 만들어져 있다. 칠포항에서 멀지 않은 곳에 바다 위에 만든 해오름 전망대에서 아침 해를 바라보니까 해는 벌써 중천에 떠 있다.

SE-decf4ba9-113f-44e9-9d2a-0daceced2916.jpg?type=w1

날씨가 포근해서 그동안 계속 쓰고 다니던 털모자를 벗어 들고 가도 춥지를 않았다. 오륙도 해맞이 공원에서 여기까지 걸을 때 한 번도 벗지 않고 썼던 털모자이다. 추운 날 쓰고 걸으면 머리는 춥지 않았던 털모자를 이제 벗어서 들고 간다.

그런 털모자를 이가리 마을을 훨씬 지나서 떨어뜨리고 온 것을 알았다. 어디서 떨어뜨렸는지 모르지만, 돌아가서 찾을 수만 있다면 가고 싶은 심정이 들 만큼 오래 쓰던 모자이다. 추울 때 가장 필요했던 것인 만큼 아쉽고 아까운 생각이 든다. 내일이라도 추워지면 다시 모자를 사야 할 것 같다. 그래도 십 년 이상 겨울이면 쓰던 모자였는데 잃지 않아야 할 것을 잃어버렸다.


청진 마을은 풍광이 좋은 곳이고 해안선도 아름답다. 이런 곳에는 숙박시설이나 카페가 많이 들어서 있었다. 청진 마을에서 이가리 마을까지 1Km가 넘는 거리를 걷기 좋은 해안 길이 조성되어 있어서 바다와 같이 걷은 기분이 들 정도이다. 이가리 마을 전에 거북바위가 있다는 안내 표지판을 보고서 그 바위를 찾아서 보았지만 거북이가 연상되지 않았다. 안내판에는 거북이가 용왕님을 만나러 바다로 들어가는 형상을 하고 있다고 쓰여 있다. 여러 방향에서 봐도 그냥 바닷가의 돌로 보인다.

SE-ea2fb0b3-1920-4efa-b760-3a7116b7775e.jpg?type=w1

항구의 등대는 빨간색 등대와 하얀색 등대가 서 있다. 보통 빨간색 등대만 있고 하얀색 등대는 없는 경우가 많지만, 어떤 곳은 하얀색 등대만 있는 곳도 있다. 큰 항구일수록 빨간 등대와 하얀 등대 두 개가 서 있지만 작은 항구도 둘 다 서 있는 곳이 있었다.

등대는 항구에 들어오면서 오른쪽은 빨간색 등대가 있고, 왼쪽은 하얀 등대가 있다. 빨간 등대를 보면 오른쪽에 장애물이 있으니까 왼쪽으로 들어오라는 것이고, 하얀 등대는 등대 오른쪽으로 들어가라는 표시이다. 밤에는 빨간 등대는 빨간빛을 내고, 하얀 등대는 파란빛을 낸다고 하는데 야간에 본 적은 없다. 등대는 항구에 들어가는데 잘 보이는 곳에 빨간 등대나 하얀 등대를 설치하는 것 같다. 그 위치가 오른쪽이면 빨간 등대, 왼쪽이면 하얀 등대를 설치하는 것이다. 그런데 빨간 등대가 더 많이 보인다.

SE-2a8fd0df-50dc-415f-9c8d-bb07c8c4b3b6.jpg?type=w1

월포 해수욕장에 도착할 때까지 거의 해안선과 나란히 해파랑길이 만들어져 있다. 월포항이 이 코스에서는 가장 큰 마을이라서 편의점에 가서 필요한 것을 준비했다. 월포항을 지나면 편의점을 찾으려고 해도 없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일단 현금을 찾았다. 현금이 없으면 민박이나 펜션에서 묵을 경우가 생겨도 카드를 받지 않기 때문에 곤란을 겪기도 하고, 시골 가게에 가면 현금 없으면 물도 사지 못하기 때문이다. 현금 인출기가 있는 곳도 찾기 힘든 것이 해변가이다.

다음은 간단히 요기할 것을 준비했다. 식당이 없어서 점심을 못 먹는 경우를 대비해서 몇 가지를 준비해 배낭에 넣었다. 이렇게 준비가 되니까 일단은 안심이 되고 이제 오후까지 걷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SE-97010810-3f1f-43f4-ad8a-6fa788138820.jpg?type=w1

해변길을 걷다가 보면 개들을 많이 만난다. 빈 창고를 지키거나 집에서 기르는 개다.

보통 개들을 묶어 놓은 것이 많은데 묶여 있는 개는 지나가면 무지하게 짓고 달려든다. 달려들지만 묶여 있으니까 위협은 안된다. 그런 개중에 철장에 갇혀있는 개들이 가장 사납게 짖는다. 반면에 묶여 있지 않고 풀어놓은 개들도 많다. 이런 개들은 사람이 지나가도 짓지를 않고 오히려 따라다닌다. 순하게 길들려 진 것이다. 그런데 작은 개가 따라오면 무섭지 않지만 큰 개가 따라오면 무서워서 긴장된다.

간혹 가다 보면 묶여 있는 개가 짖지 않고 순하게 조용히 쳐다보다가 바로 앞에 오면 갑자기 짓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런 경우에 지나가는 여행자는 깜짝 놀라는 것이다.


화진 해수욕장이 18코스 도착지점이다. 이 코스까지 오륙도 해맞이공원에서 316.8Km 왔고, 고성 통일전망대까지 453.1Km 남았다고 기록되어 있다. 화진 해수욕장에서 19코스가 시작이고 포항지역이 거의 끝나가는 지점이다.

여기서 조금 더 가면 호랑이 바위가 있다. 이 호랑이 바위는 호랑이가 입을 벌리고 바다를 향해 포효하는 형상이다. 누가 봐도 호랑이처럼 보이는 바위이다.

SE-e79737b3-b56d-419d-9406-328db9d65cbd.jpg?type=w1

포항지역의 마지막은 지경리 마을인데 마을이 너무 해안선을 따라서 길게 특징도 없이 늘려져 있는 것이 지루하다. 이런 느낌이 올 무렵 지경리 다리를 건너면 영덕의 블루로드 길이 나온다.


영덕 길은 시작부터 깔끔하다는 느낌이 오면서 표시도 잘 되어 있다.

대게 공원을 지나서 마을 길을 따라서 가면 부경 항의 나온다. 블루로드길은 처음부터 7번 국도와 함께 가는 길이다. 해안 길도 가지만 때로는 7번 국도로도 가다가 보면 장사해수욕장이 나온다.

장사해수욕장에는 특별한 기념관이 보인다. 바다에 떠 있는 배로 만든 기념관으로 장사상륙작전 전승기념관이다. 육이오 사변 당시에 인천 상륙작전에 도움을 주기 위해서 동해안 장사에서 양동 작전으로 이 문산호 배를 타고 상륙한 것이다. 720여 명의 승선했는데 대부분이 학도병이었고 상륙하면서 막대한 사망자와 부상자를 내면서 상륙에는 성공한 작전이었다고 한다.

군복이 없어서 일부는 학생복으로 입고 상륙한 고등학생들이었고 한다. 구국의 정신으로 무장한 숭고한 조상의 얼을 보는 것 같기도 하고, 전쟁의 비극으로 꽃다운 청춘들이 아까운 희생이 있었던 곳이기도 하다.

SE-2e9a5687-02c9-432a-b8db-bd0014354564.jpg?type=w1


장사를 지나서 해안선을 따라서 계속 올라오면 오른쪽에는 바다가 계속 보이는 길이다. 구계항에서 삼사리 마을에 이르기까지 해안선을 따라오다가 삼사리에서 해상공원을 돌아서 강구항 입구 옛날 다리에 19코스의 도착지점이다.

오늘은 예전에 19코스 도착지점에서 먹은 중국집 짬뽕 맛을 못 잊어 그 집을 찾아보았지만 없어졌다. 그 집은 파출소 바로 옆에 있었는데, 파출소는 있는데 그 중국집은 없어진 것이다. 그래서 강구 시장 안으로 들어가서 회덮밥을 먹었다. 회덮밥에 국물은 대게 국물이 나와서 먹을만했다. 영덕은 막걸리 이름이 정 막걸리이다. 단맛이 나서 별로라는 말은 들었지만 막상 먹어 보이까 그렇게 달지는 않았다.

SE-1519f1aa-b068-4f47-b5ae-e84d53388edf.jpg?type=w1







keyword
작가의 이전글해파랑길 11일 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