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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파랑길 13일 차

by 안종익

오늘은 영덕의 블루로드 길의 A, B 구간을 걸었다. 이것은 해파랑길의 20코스와 21코스에 해당하는 것이다. 영덕에서는 이 구간을 아주 자랑하는 구간으로 걷기 전에 기대가 되었다.

강구항에서 출발해서 해안선 길을 따라서 가는 것이 아니라 산으로 올라간다. 올라가면서 보는 강구항은 해가 뜬 아침 항구의 모습은 새로운 하루가 시작되는 산뜻한 느낌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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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오르막을 오르려니까 숨이 차다. 해안선을 따라 영덕대게로 해변도로가 바다 옆으로 잘 만들어져 있는데, 해파랑길은 해안 길로 만들지 않고 이렇게 산으로 가게 만들었을까 궁금했다.

어느 정도 올라가니까 멀리 바다가 보이는 산길이다. 산길이 숨이 차기도 하지만 그렇게 힘들지는 않았다. 해송 사잇길임으로 산과 바다가 함께하는 길이고, 특히 여름에는 햇볕을 막아주고 해풍이 불어오면 걷기가 이보다 더 좋은 길은 없을 것 같다. 이렇게 산길로 코스를 정한 이유가 보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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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간을 걸어도 산길이다. 이제는 바다도 보이지 않고 거의 등산 수준이다. 몇 번을 오르락내리락 해도 이정표에 적인 고불봉은 나타나지 않는다. 이 코스는 일차적으로 고불봉 가는 코스이다. 주변의 산이 그렇게 높지 않아서 가면서 어느 것이 고불봉 인가 예상을 해보지만 예상이 빗나가고, 내가 생각한 방향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엉뚱한 방향으로 가기를 여러 번 하고 나니까 멀리 고불봉처럼 보이는 곳이 있었다. 주변보다는 야간 높은 것 같고, 정상에는 정자 같은 것이 있는 것처럼 보였다. 이렇게 산길을 8Km 이상 걸었다. 고불봉은 먼 곳에서 보기에는 옆 산 등선과 이어져 있기 때문에 정상으로 올라가는 길은 완만할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옆 등선을 넘어서 보니까 고불봉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내리막이 나오는 것이다. 고불봉도 235m의 높이지만 깔딱 고개가 있는 것이다. 고불봉까지 0.2Km라고 쓴 오르막이 나온다. 풍력 해맞이 단지로 우회하는 안내 표지판도 있었지만 여기까지 안내판에 쓰인 고불봉이 어떤 곳인지 궁금해서 올라갔다. 오늘은 날씨가 좋지 않아서 고불봉에서 먼바다는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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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내려와서 도로가 있는 곳을 만났다. 산길을 걷다가 도로를 걸으니까 수월했다. 한참을 걸었는데 다시 산길로 올라가라고 표지판이 안내를 한다. 이제까지 등산을 했는데 다시 산으로 올라가는 것이다. 올라간 산길은 긴 임산 도로였다. 임산 도로는 걷기 좋게 만들어 놓았고 이길도 산길이지만 그렇게 힘든 길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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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간 이상 걸으니까 풍력발전기들이 많이 보이고 기념관들이 많이 보이는 도로 길을 걸어가니까 바다가 보이는 영덕 해맞이 공원에 도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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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에 조용한 산길을 걸으면서 생각한 것은 이제 나이가 어느 정도 들었지만, 아직도 마음에 바라는 것이 많기 때문에 사는데 즐거움이 덜한 것 같다. 누구나가 바람이 없으면 사람이라고 할 수 없지만 그 바람이 많아서 문제인 것이다. 내가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아쉬움, 성취하지 못한 일에 대한 안타까움이 남아 있는 것은 욕심의 증거일 수 있다. 내가 해보지 않은 것은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도 사실은 편견인 것이다. 그 길을 갔으면 지금 보다 못할 수 있었다는 절반의 확률은 간과한 것이다. 이 길을 걸으면서 희망은 찾기보다는 욕심에서 어느 정도 자유로워지는 마음을 들여다보는 기회를 가졌으면 하는 생각을 해본다.


영덕 해맞이 공원에서 점심을 해결하려고 생각하고 내려갔다. 이 해맞이 공원을 예전에 지나간 적이 있는데 어묵하고 컵라면을 팔던 것이 기억이 났던 것이다.

내려가 보니까 매점은 문을 굳게 닫혀있다. 언제 닫았는지 창문에는 먼지가 소복하다.

이 공원 주변에는 식당이나 매점이 없어서 점심은 배낭에 든 초콜릿 두 개로 해결하고 한참을 발바닥을 마사지하면서 휴식을 취했다.


다시 출발할 때 오늘은 도착지가 정해졌다. 보통 가다가 다리가 아프면 적당한 숙소를 찾는 것으로 도착할 곳을 정하지 않는데, 축산항은 경관이나 좋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미리 그곳에서 하룻밤을 보내기로 했다.

해파랑길 21코스는 영덕 해맞이 공원에서 밑으로 내려가면 해안 길이 나온다. 처음부터 바다와 같이 걷는 해안선 길이다. 바다와 이렇게 가까이 걷는 구간도 많지 않지만, 도로와 차가 보이지 않는 해파랑길이라 더 좋았다. 큰 바위와 작은 자갈도 있고 오랜 세월에 둥글어진 보통 몽돌도 있지만, 축구 공보다 더 큰 몽돌도 많은 해변길이다. 이렇게 해안 길을 올라갔다가 내려갔다가 하다가 보면 대탄항이 나오고, 오보 마을을 지나서 다시 해안 길이 끝없이 이어진다. 해안 길이 너무 험해서 어려운 구간은 바다에 가깝게 테크 길을 만들어 걷기가 그렇게 힘들지 않았고 파도 소리와 동해안의 푸르고 맑은 바다가 바로 옆에 항상 있는 길이다. 이런 해안 길이 6Km가 넘도록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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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안 길을 따라오다 보면 제법 큰 항구가 나오는데 이 항구가 경정 3리이다. 다음 마을이 경정 1리이고, 그다음이 경정 2리이다.

이 항구 마을은 대게 잡이를 많이 하는 곳이다. 대게 잡이의 원조를 경정 2리라고 하기도 하지만, 이 마을들은 선장들이 직접 대게를 잡아서 본인 식당에서 대게를 쪄서 팔기 때문에 부근 대게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강구항에 가지 않고 이곳으로 온다. 그래서 이곳에 식당들은 단골이 많다고 한다.

경정 3리에서 경정 1리 가는 길도 해안 길이다. 경정 1리는 아주 유명한 가수들의 비디오 촬영지로 알려져 있어서 관광객이 한때 많았다고 한다. 지금도 촬영지를 알리는 간판이 크게 걸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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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정 2리에서 축산항에 가는 길도 해안 길인데 해송 사이로 난 길이다. 해송 숲이 울창하고 바로 밑에 바다가 보이는 길은 걷기에 편하게 만들어져 있다. 이 길은 거리가 상당하고 좋은 공기와 바다는 힐링의 길을 원하면 이곳이다.

영덕대게로를 따라서 차를 타고 이동하면서 바다의 풍경을 보면 아름다운 해안 도로라고 누구나 생각할 것이다. 차를 타고 가면서 이 도로를 블루로드 길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 도로 밑에 이렇게 환상적인 해안 길이 있다는 것을 안다면 누구나가 이 길을 걷고 싶어 할 것이다. 영덕에서 블루로드를 선전할 만하다.

축산항에 이르는 산길의 막지막은 바닷가에 서 있는 큰 기암괴석과 해변가에 떨어진 바위로 험하지만 이 또한 멋진 코스이다. 축산항 죽도산의 하얀 등대는 이 주변을 모두 조망할 수 있고 멋있게 잘 만들어져 좋은 위치에 자리하고 있다. 멀리서 봐도 아름답지만 올라가 보면 더 좋은 곳이다. 오늘은 배가 고파 축산항에서 맛있는 밥집을 찾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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