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났지만 몸 상태가 별로이다.
별로라는 생각이 들자 발바닥도 은근히 아파진다. 걷고 싶은 마음은 없지만 그래도 가야 한다는 마음 때문에 출발은 한다. 출발하고 난 후 곧 마음이 정리된다. 오늘은 몸 상태가 좋지 않아서 22 코스만 걷고 일찍 쉬기로 했다. 이런 몸으로 무리하게 장시간 걷는다는 것은 몸을 더 악화시켜 앞으로 걷기가 힘들 것 같은 느낌이 왔다. 가장 큰 우려는 무리하게 걸으면 족저 근막염이 다시 발생할까 걱정이다.
축산항에서 처음부터 가파른 산으로 코스가 정해져 있다.
와우산으로 오르자 초입에 남 씨 발생지와 영양 김 씨 시조 유허각이 나오면서 더 높은 산속으로 갈 것으로 생각했는데 다시 영덕대게로로 내려왔다. 여기서 이 도로를 따라서 대진 해수욕장까지 갈 것으로 예상했다. 한참을 가다가 다시 왼쪽 산으로 길을 안내한다. 또 등산이 시작된 것이다. 내가 생각한 것과 다른 해파랑길로 가는 것이다.
어떤 사람은 축산항에서 대진 해수욕장에 이르는 해안선은 이태리의 나폴리 해안선보다 더 아름다운 해안선이라고 극찬하는 사람도 있다. 이렇게 좋은 해안선을 따라서 해파랑길이 만들어졌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아마도 차가 다니는 도로와 같이 걷는 길을 피하려고 했을 수도 있고 목은 이색 선생이 걷던 길로 유도하기 위해서 산으로 올라갔을 수도 있다.
그래도 영덕에서 운영하는 블루로드길 C 구간은 이렇게 운영하더라도 해파랑길은 축산항에서 대진해수욕장에 이르는 해안선 길이 포함되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산길은 처음에는 대소산 봉수대까지 가파른 길이었지만 그다음은 능선이나 산허리로 산책하기 좋게 잘 다듬어져 있다. 나무 사이로 넓고 가급적 오르막을 줄이려고 한 흔적이 보이는 좋은 산길이다.
그런 산길을 좋은 공기를 마시고 생각 없이 따라가다가 보니까 해파랑길의 표식이 보이지 않았다. 돌아갈 수도 없는 일이고 해서 걸으면서 스마트폰으로 22코스를 확인해 보았다. 22코스는 괴시리 마을을 지나도록 되어 있었다. 괴시리 마을은 영해읍에서 대진 해수욕장 가는 중간에 있는 마을이다.
길은 놓쳤지만 일단 이 산길로 가면 영해읍이 나오는 것은 확실했다. 그래서 영해읍에 들어가니까 예상한 길을 쉽게 찾을 수가 없었다. 시장까지 같다가 다시 지도를 보고 영해 고등학교 쪽으로 찾아갔다. 그다음이 괴시리 마을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괴시리 마을을 찾았고 다시 해파랑길 표지를 볼 수 있었다. 길 찾아 헤매다가 훨씬 많이 걸었다.
괴시리 마을에서 대진 해수욕장으로 바로 가는 것이 아니라 중간에서 대진 2리의 대진항으로 가라는 표시를 이번에는 놓치지 않았다.
대진항에 도착해서 조금 더 가면 도해단을 나온다.
항일운동을 했던 의병장이 이곳에서 바다로 들어가 순국하신 것을 기념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단이다. 지금도 많은 흠모와 매년 7월이면 이곳에서 후손들 중심으로 행사를 한다.
이곳을 지나면서 다시 한번 올라가 보았다. 이 의병장은 나와 인연이 있는 분이다. 같은 집에서 태어난 것이다. 그 집은 지금 이 의병장의 생가터로서 도 문화재로 등재되어 보호받고 있다. 의병장과는 100여 년의 차이로 같은 집에서 난 것이다. 원래 의병장의 생가 집은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여러 사람의 소유로 변경되다가 우리 할아버지가 구입해서 살았던 것이다. 우리가 사는 동안 그 집터에서 출생한 것이다. 남들이 흔히 말하기를 그 생가터는 명당이라고 말했다.
그런 말 때문에 지나간 젊은 시절, 나도 무엇을 해 보겠다고 열심히 욕심을 낸 일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이 도해단을 지나면서 생각해 보면 어떻게 살던 우리의 삶은 왔다가 가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대진 해수욕장을 지나면서 예전에는 이곳이 고래불 해수욕장보다 더 사람이 많이 왔었는데 이제는 도로가 잘 만들어져 있고, 자가용이 많아서 바로 옆에 있는 고래불로 몰린다고 한다. 고래볼 해수욕장은 대진해수욕장에서부터 4.6Km의 동해안에서 가장 긴 모래사장을 가진 해수욕장이다. 또 고래불 해변가 해송 사이에 국민 야영장을 만들어서 여름에는 전국에서 사람들이 찾아오는 유명한 해수욕장이 되었다.
대진해수욕장에서 출발한 길은 바로 앞이 병곡항이지만 일직선으로 된 긴 거리이다. 걷고 또 걸어서 병곡면에 도착했다.
숙소를 정하고 다리에 휴식을 주기 위해 쉬다가 저녁을 먹으러 갔다. 면사무소 바로 앞에 잘하는 밥집이 있다고 추천을 받아서 갔지만 문을 닫았다. 손님이 없어서 겨우 점심시간만 밥을 하고 저녁은 하지 않는다고 했다. 근처 어시장 건물에 들어가도 모두 문을 닫고 밥하는 데가 없었다. 해수욕하는 철이 아니라 손님이 없기도 하지만, 특히 요즈음 코로라로 손님이 더 없다는 것이다. 겨우 중국집에서 짜장면으로 저녁을 해결했다. 걸어보니까 식사 해결이 문제이다. 대도시가 아니고는 해파랑길을 가는 길목에 식당을 찾기 힘들었다. 오늘도 아침은 편의점에서 우유, 점심은 계란과 바나나우유, 저녁은 짜장면이었다. 그래서 저녁을 해결하고 숙소로 오면서 내일 아침 컵라면과 점심 계란과 바나나우유를 준비해서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