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력으로 지난해 섣달 그믐날 출발한 해파랑길이 오늘 마지막 날이다.
오늘은 평소보다 일찍 출발할 생각으로 준비를 서둘렀다. 날이 밝으면 출발할 생각으로 6시 20분에 나가니까 아직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아 다시 들어와서 반 시간 뒤에 출발했다.
어둠이 간 거진항은 상쾌한 기분이 들었지만 여전히 쌀쌀한 날씨이다.
거진항에서 거진 해맞이 산림욕장으로 올라가는 길은 가파르게 만든 테크 길이다.
산림욕장까지 올라가는데 숨을 가파르게 쉬면서 올라가니 몸이 풀린다. 이제 다시 걸을 수 있는 상태로 몸이 풀린 것이다.
거진항이 모두 보이는 산림욕장에서 동해 바다에서 해가 떠오르기를 기다렸다. 저 멀리 끝이 안 보이는 아래쪽 바다를 보면서 새로운 기분으로 해를 기다렸다. 해가 떠오르고 한참을 바라보다가 감사한 마음을 가졌다.
아침에 걷는 산행 길은 산등선을 따라 만들어져 걷기가 수월했다. 산길은 계속 등선을 따라갈 수는 없고, 고개를 몇 개 넘기도 하고 계속 걸어갔다. 간간이 철책이 있어서 들어가지 못하는 곳도 있고 산속에 있는 건물들은 거의 군부대인 것 같다. 산길을 걷다가 들리는 기상나팔 소리는 신선했고 그 옛날 군대 시절을 떠오르게 한다.
이 산길이 바다가 보이고 공기도 맑고 몸의 상태도 양호한 편이어서 기분 좋은 산행이다. 그래도 날씨는 쌀쌀해서 마스크까지 끼고 걷기를 두 시간 가까이하니까 응봉이 나온다. 응봉은 해발 122m의 작은 산이다. 그냥 야산으로 생각하고 올랐는데 멋진 전경이 보이고 감탄이 나오는 봉우리다. 화진포 호수가 보이고 해변과 금강산과 해금강이 보이는 곳이다.
다시 소나무 길을 내려오니까 잘 알려진 사람들의 별장이 나오고 화진포 호수에 도착했다. 아직 호수의 얼음이 녹지 않은 상태이고 이번 추위에 다시 언 곳도 보인다. 두 개의 호수를 연결하는 다리를 지나는 해송의 숲은 잘 가꾸어져 있다.
해안 길을 따라가면 초도가 보인다. 초도는 소나무도 자라는 섬이고 화진포의 경관을 더 빛나게 하는 위치에 자리하고 있다.
초도항을 지나서 대진항에 이르는 해안 길은 대진항이 보여서 멀지 않아 보였지만, 거리가 상당했다. 대진항은 대형 선박도 많고 큰 어항인 것 같았다. 대진항을 넘어서면 금강산콘도가 나온다. 통일전망대 출입신고소를 지나 7번 국도 옆 산길로 올라갔다가 다시 7번 국도 옛 도로를 걷다가를 반복하니까 명파마을이 나온다. 명파마을은 검문소 바로 앞의 마지막 마을이다.
검문소부터는 도보로 이동을 못한다고 해서 차를 이용해서 통일 전망대에 도착했다.
26일간 770Km를 걸어온 것이다. 전 구간을 도보로 착실히 걸었다. 도중에 길을 잃어서 다른 길로 가기도 했지만, 다시 돌아와 걸었고, 어떤 곳은 다른 길로 가서 더 많이 걷기도 했다.
아직도 추위는 여전히 춥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