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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ANK Jan 06. 2017

[블랭크 워크숍 1부]

2016년 블랭크를 말하다

공동의 방향을 설정하다


블랭크는 지난 한 해 동안 10개의 공간 설계 프로젝트와 8개의 연구지원 사업, 7개의 교육기획 사업을 진행하였습니다. 청춘플랫폼에서는 13번의 소모임과 17번의 청춘식탁, 8번의 요일가게, 38번의 대관이 있었고, 청춘캠프에서는 현재 블랭크 8명을 포함해 총 17명이 공간을 공유하며 협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숫자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가 어떻게 방향을 설정하고 무엇을 위해 쉼 없이 달려왔는가에 대한 과정이 아닐까 싶습니다. 저희는 공동의 방향을 설정하기 위해 2015년 12월과 2016년 1월에 두 번의 ‘블랭크 데이’를 가졌습니다. 사전 설문조사에서 성장, 운영, 환경, 문화, 가치 측면의 질문들을 정리하여 공유하였고, 각자의 의견을 취합하여 결정하는 방식으로 진행하였습니다.


이 과정을 통해 주간, 월간 회의를 진행하는 것, 구글 드라이브(google drive)와 슬랙(slcak)을 중심으로 소통하는 것, 매주 한 번씩 돌아가면서 점심 준비를 하는 것, 직급이 아닌 연차로 급여 기준을 정하는 것, 자율 출퇴근에 근무시간을 7시간으로 줄이는 것 등 회사 운영의 중요한 부분들을 공동으로 결정하였습니다. 또한 개인의 비전과 공동의 비전을 종합하여 참여 워크숍 툴킷 제작, 교육 프로그램 개발, 청춘플랫폼 동네실험실 운영, 청춘캠프 입주자 모집, 잡지 제작 등 2016년의 구체적인 사업 계획을 정하였습니다.


협동조합형 주식회사 만들기


돌이켜보면 상황에 따라 지켜지지 않고 흐지부지된 것들이 많았고, 시작조차 하지 않고 무산된 사업 계획도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워크숍을 진행하면서 올해의 이러한 과정들이 우리의 방향을 설정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회사의 운영 방식뿐 아니라 구조 또한 함께 바꾸기 위한 노력을 이어 나갔습니다. 이를 위해 '협동조합형 주식회사 만들기'라는 큰 주제를 가지고 다음과 같은 안건을 바탕으로 2016년 3월 두 번의 임시총회와 4월 정기총회를 실시하였습니다.


안건1. 기업부설연구소 설립
안건2. 투자 및 대출 지원
안건3. 조직구조 개편
안건4. 지분구조 변경
안건5. 기업기본원칙 수립


조직구조의 형태는 자포스(Zappos)의 홀라크라시(Holacracy) 모델을, 원칙은 몬드라곤 협동조합(Mondragon Corp.)의 10원칙을 참고하여 우리에게 적합한 구조를 만들고자 하였습니다. 연구 분야의 강화를 위해 지난 3월, 기업부설연구소 “타운랩”을 설립하였고, 단독대표제의 문제점을 극복하고자 각 팀별로 이사를 선출하고 블랭크의 공동대표 역할을 하는 구조로 전환을 결정하였습니다. 이 과정이 결코 쉽지 않았고, 구조의 전환이 아주 느린 속도로 여전히 진행 중이지만, 일과 삶의 대안이 되는 회사를 함께 만들기 위한 고민을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더 나은 일터와 삶터를 만들기 위한 도전


회계 상으로 힘든 순간도 있었습니다. 4월과 6월 두 번에 걸쳐서 서울시 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 지역혁신활동가 지원을 통해 연구/운영/디자인 분야에서 총 세 명의 팀원을 충원하였습니다. 인건비 부담이 줄었음에도 불구하고 상반기에 예정된 설계 프로젝트들이 하반기로 미뤄지면서 결국 월급이 두 달 동안 밀리는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월급뿐 아니라 2015년부터 이어진 소송 건(시공업체와 산재보험을 대상으로 한)도 큰 부담이었습니다.


다행히 하반기에 프로젝트 정산이 완료되면서 밀린 월급과 보험료를 완납했지만, 저희에게는 올해 가장 큰 고비였고, 지역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던 팀원 한 명이 퇴사를 하는 슬픈 순간도 마주해야 했습니다. 이러한 어려움을 겪으며 한편으로는 블랭크가 단단해진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중요한 가치도 개인의 삶을 앞서서 존재하지 않는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었고, 일과 삶의 대안이란 과연 무엇인가에 대해 각자의 고민이 깊어질 수 있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블랭크는 우리의 역할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더 나은 일터와 삶터를 만들기 위한 도전을 이어 나가고 있습니다.


여전히 가치와 이익이 충돌하는 부분이 많고, 전문성에 대한 부족함과 협업의 어려움을 체감하고 있지만, 2016년에 우리가 이룬 성과들을 함께 이야기 나누면서 서로가 비슷한 곳을 바라보며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감정을 느꼈습니다. 이번 워크숍에서 저희가 직접 선정한 “2016년 블랭크 뉴스 11”를 마지막으로 1부를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2016년 한 해 동안 각자가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프로젝트를 10개씩 추천받았고, 추천 수 상위 11개의 소식을 정리하였습니다. 2부에서는 각자가 생각하는 블랭크는 과연 어떤 모습인지,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기록하고자 합니다.


2016’ BLANK NEWS 11


1. 청년활력공간 선정 & 청춘캠프 만석!

"작년의 방향성에 큰 영향을 받았고, 내년에는 기반이 더 탄탄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 공간을 통해 만나는 사람들과 함께 우리가 생각하지 못 했던 다양한 일을 함께 하고 싶다. 사람들과 어떻게 관계를 맺고 무엇을 할지에 대한 고민이 진행된다면 동네에 즐거운 일이 많아지지 않을까? (김요한)"


2. 블랭크 사상 최대 규모의 공유공간 설계, 일자리플러스센터!

"3월에 기획설계에 대한 용역으로 마무리되어 진행이 안 되는 줄 알았는데 하반기에 서울시에서 다시 연락이 와 진행하게 되었다. 고용노동부의 공간에 서울시가 운영을 하는 형태로 진행이 되어 디자인보다는 소통 측면에서 쉽지 않았던 프로젝트였다. 설계적으로 그동안 하지 못 했던 공유공간의 요소들을 실험하는데 중점을 두었다. 앞으로 사람들이 채워갈 모습이 기대된다. (김지연)"


3. 지방 소도시의 가능성, 액티브 군산&전주 별의별

"지방 소도시의 잠재력과 가능성을 발견한 기회였다. 실제로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주체들과 함께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들을 실험할 수 있는 기회로 생각하고 있다. 블랭크 내에서 멤버들과, 그리고 다른 분야의 팀들과 협업을 통해 배울 점이 많은 것 같다. (김지은)"


4. 주거문제를 고민한 리빙랩 프로젝트, 청춘스테이!

"리빙랩은 각자가 겪고 있는 개인적인 문제에서 출발하였다. 집이 경매에 넘어가고, 강아지 때문에 쫓겨나고, 전월세 부담을 겪고 있는 멤버들이 모였고, 비슷한 고민을 하는 지역 단체와 함께 리빙랩 프로젝트를 진행하였다. 지원 사업을 받다 보니 사업을 위한 사업이 돼버린 느낌도 들고, 넘어야 할 고비들을 넘지 못한 아쉬움이 있었지만, 내년에는 꼭 실행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마무리하였다. (김요한)"


5. 어느덧 세 권의 동네잡지, 상도동 그OO!

"지금 하고 있는 프로젝트 중에서 가장 의미 있었다고 생각한다. 협업 방식에 대해 고민이 가장 많았다. 애매한 경계에서의 권한과 책임에 대한 고민들이 있었지만 규칙보다는 소통으로 풀어가는 방식으로 접근하였다. 특히 블랭크 안에서 작업한 것과 블랭크 밖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작업한 것 사이에서 흥미로운 경험을 하였다. 앞으로 상도도의 정체성이 담긴 프로젝트가 되기를! (김동리)"


6. 결혼한 멤버가 생겼어요~수연쌤 결혼!

"일과 삶의 대안을 찾고자 블랭크에서 일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결혼은 대안을 찾기 힘든 꽉 막힌 사회 구조가 있다. 이를 지혜롭게 풀어갈 수 있을지에 대해 멤버들과 함께 이야기 나누고 싶었다. 특히 재정적인 측면에서 자유롭지 않은 것 같다. 앞으로 블랭크에서 5년 후 10년 후 계획을 세울 때 가족을 포함한 새로운 공동체에 대한 고민도 함께 이야기 나누고 싶다. (김수연)"


7. 사회적 건축가에서 공유공간 기획자까지, 찾아가는 동주민센터!

"아직 진행 중에 있고 한 지역에서 같은 발주처와 세 번의 일을 한다는 게 큰 부담이지만 사회적건축가와 공유공간기획자 두 파트를 나눠서 한 게 큰 동력이 되었다. 이 분야에서 좀 더 전문성을 키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고, 블랭크의 방향성에 대한 고민을 함께 나누고 싶다. (김지은, 사회적건축가)"


"디자인팀과의 협업은 블랭크에서 느꼈던 가장 소중한 경험이었다. 내가 할 수 없는 부분에서 다른 팀원에게 그 역량을 발견할 수 있었던 기회였다. 물론 이해관계 때문에 쉽지 않은 프로젝트였지만 앞으로 블랭크 안에서의 협업이 가능할 거라는 기대감이 생겼다. 우리가 운영하는 공유공간에 대한 연구가 더 탄탄해진다면 더 큰 영향력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주민들이 운영하는 모습들을 어서 보고 싶다. (김수연, 공유공간기획자)"


8. 대륙서점에 이은 재능교환 프로젝트로 TV방영까지, 아시안 보울!

"지역에서 네트워크를 통해 협업한 경험으로 촬영, 홍보, 브랜딩 등 다양한 팀들과의 협업이 쉽지 않았다. 우리의 전문성에 대한 부족과 협업 경험에 대한 노하우가 필요한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륙서점에 이어 동네에 가치 교환 방식을 실험한 공간이 생겼다는 것에 의미가 있었다. 앞으로 지분투자 등 다른 방식으로 우리동네 생활공간들을 더 늘려가고 싶다. (김동리)"


9. 건축분야의 새로운 도전, 북가좌동 리모델링 프로젝트!

"공유공간이 아닌 주거공간 리모델링에 대한 소중한 경험이었다. 개인적으로 주거공간에 대한 관심이 많았고, 리모델링에 흥미가 있어 즐겁게 작업할 수 있었다. 설계가 변경된 부분이나 구조 업체와 협업, 클라이언트 소통에 대한 아쉬운 점이 많았지만, 장기적으로 리모델링 분야에 대한 전문성을 확보해나가고 싶다. 블랭크에서 앞으로 주로 하게 될 분야가 신축보다는 리모델링이 아닐까? 리빙랩, 군산 프로젝트 등 리모델링과 연계해 나갈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질 것이라 기대한다. (손희경)"


10. 참여디자인의 가능성, 희망지 & 괜찮은 음악학원!

"올 한해 가장 잘 했다고 생각하는 프로젝트이다. 청년그룹과의 관계 맺기를 통해 지역 프로젝트의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였다. 참여디자인이라는 생소한 분야가 건축과 기획의 협업으로 영역의 확장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긍정적 에너지가 넘치는 청년 그룹과의 협업이 너무 좋았다. 사업이나 운영에 있어 정면돌파하는 모습에서 배울 점도 많았다. 참여디자인은 대상에 대한 진단이 분명히 있어야 정확한 효과가 있는 것 같다. (김수연)"


"설계를 한 7년 동안 가장 기분 좋았던 프로젝트였다. 예산 문제로 셀프 시공을 해서 마감이나 설계에 대한 아쉬움은 있지만 과정으로서 굉장히 큰 의미가 있었다. 특히 개인적으로 소식을 전하고 챙겨주는 따뜻한 느낌이 좋았다.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관계를 유지해가고 싶다. 내년에도 이러한 사례가 많아졌으면 좋겠고, 한정된 예산 안에서 퀄리티까지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하고 싶다. (김지은)"


11. 드디어 상도동 입성, 하루와 지은쌤!

"집에서 애완동물(하루) 문제로 집에서 쫓겨나듯 빠르게 이사를 오게 되었다. 다행히 멤버들이 도와줘서 유쾌하게 잘 넘길 수 있었다. 통근 시간이 줄고 하루와 보낼 수 있는 시간들이 늘어서 너무 좋다. 멤버들과 부동산을 같이 가고 부족한 계약금을 서로 빌려주겠다고 했을 때 개인의 문제를 함께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생겼다. 옆에 서로 도와줄 수 있는 동료가 있다는 게 우리가 늘 말하는 생활안전망 아닐까? (김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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