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BLANK LOCAL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LANK Jan 06. 2017

[블랭크 워크숍 2부]

우리가 생각하는 블랭크

지난 1부에서는 2016년의 블랭크를 돌아보며 어떻게 방향을 설정하였고, 어떠한 고민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했는지 알아보았습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과정에서 각각의 구성원들은 어떤 생각과 마음으로 한 해를 보냈을까요? 설문 조사는 크게 "내가 생각하는 블랭크", "내가 추구하는 블랭크", "블랭크에서 나는?" 으로 나누어 진행하였습니다.


내가 생각하는 블랭크


1. 각자가 생각하는 블랭크의 이미지

블랭크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색상을 묻는 질문에 예상대로 다수가 검은색을 선정하였습니다. 블랭크의 로고 색상이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디자인에 있어서 차분하고 장식적이지 않으며 군더더기 없는 취향을 선호해 왔습니다. 하지만 동네 일을 하다 보면 세련된 디자인보다는 아기자기한 디자인을 선호하는 경우가 더러 있습니다. 앞으로 개인의 취향을 살리면서 디자인적으로 블랭크 고유의 정체성을 어떻게 만들어 나가면 좋을지 고민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블랭크를 사람으로 표현해달라는 질문에 다양한 응답들이 나왔는데, 여기서 나온 단어들을 종합해보면 도전, 역량, 성장 등 진취적 이미지, 출발, 아이, 청년 등 시작의 이미지, 과정, 고민, 가치 등 대안적 이미지를 도출할 수 있었습니다.


2.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

그렇다면 블랭크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무엇일까요? 조사 결과 우리는 '관계'와 '협업'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작년 사회적자본 연구에서 분석했듯이 지역에서 맺어진 관계가 일을 만들고 그 일이 새로운 관계로 이어져 협업으로 발전되는 전 과정이 우리에게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관계'와 '협업'이라는 키워드는 우리가 지속적으로 추구해야 할 가치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 밖에도 소통, 참여, 공유, 신뢰, 공감 등 커뮤니티 차원과 행복, 보람, 개성, 흥미, 자존 등 개인적 차원의 가치 역시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3. 가장 의미 있는 프로젝트

이상의 가치를 바탕으로 각자가 가장 의미 있다고 생각한 프로젝트는 무엇일까요? 1위는 4표를 얻은 '마을활력소' 프로젝트입니다. '마을활력소'는 <찾아가는 동주민센터>의 공유공간 조성 사업으로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를 일로서 발전시키고 있는 중요한 프로젝트입니다. 2위는 3표를 얻은 '대륙서점', '상도동 그OO', '하자센터 커리어위크'입니다. 이 프로젝트들은 상도동 기반으로 진행한 대표적인 프로젝트들로 블랭크의 방향을 설정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였습니다. 3위는 '청춘플랫폼'과 '일자리센터'입니다. '청춘플랫폼'은 블랭크가 동네에 처음으로 조성한 공유공간으로 운영에 대한 고민이 많지만, 앞으로 더 많은 이웃이 공유하는 공간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일자리센터'는 가장 최근에 진행한 프로젝트로 이제 막 공사가 마무리되었습니다. 앞으로 어떤 이야기들로 채워질지 궁금합니다.


4. 블랭크의 사회적 역할은?

우리는 어떤 사회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요? 사회적 고립과 관계 단절 문제, 지역의 쇠퇴 문제, 청년과 주거문제, 지나친 경쟁과 불공정 문제 등 다양한 의견이 나왔는데, 이를 관통하는 중요한 키워드는 일과 삶의 대안이었습니다. 블랭크가 지역에서 지속적으로 추구하고 있는 '생활 안전망' 만들기가 도시의 다양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궁극적인 목표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5. 10년 안에 망한다면?

블랭크는 10년 후에 어떤 모습일까요? 워크숍 3부의 가장 중요한 주제이기도 한 블랭크의 비전에 대한 '10년 안에 블랭크가 망한다면 그 이유가 무엇일까요?'라는 질문을 던져 보았습니다. 그 결과 '팀워크가 부족해서'란 대답이 가장 많이 나왔습니다. 이는 외부에서 바라보는 블랭크의 모습과는 조금 다른 결과가 아닐까 싶습니다. 프로젝트 단위로 일이 진행되다 보니 함께 일을 하고 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지 못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작년부터 이어진 고민으로 가급적 기획팀과 디자인팀이 함께 할 수 있는 일을 많이 만드는 것으로 극복하려 하고 있습니다. 그 밖에도 '추구하는 가치가 막연해서', '의사결정 과정이 느려서', '도전을 두려워해서', '전문성이 부족해서' 등 다양한 의견이 나왔습니다.


6. 10년 후에도 살아남는다면?

반대로 블랭크가 10년 후에도 살아남는다면 무엇 때문일까요? 절반 이상이 '일의 영역이 넓다', '주체적인 활동이 가능하다', '작지만 단단한 프로젝트로 성장해서'라는 응답을 하였습니다. 다양한 분야의 일을 하는 사람들이 모여 각자의 호흡으로 천천히 성장하고 있는 것이 우리의 가장 큰 장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개개인의 역량이 뛰어나서', '추구하는 가치가 명확해서' 등 앞선 결과와 상반되는 응답도 있었습니다.


내가 추구하는 블랭크


1. 내가 추구하는 일의 방식은?

각자가 생각하는 블랭크에 이어 각자가 추구하는 블랭크에 대한 이상향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선호하는 일의 방식을 묻는 질문에 '다양한 일을 경험하여 여러 분야를 통섭하고 싶다'(5명)는 응답이 '하나의 일에 집중하여 전문성을 향상시키고 싶다'(2명)라는 응답보다 많았습니다. 블랭크라는 회사의 특성상 다양한 분야의 일을 처리해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하나의 일에 집중하고 싶어 하는 팀원 입장에서는 일의 무게가 다소 버겁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년에는 서로 다른 방식의 일을 추구하는 팀원들이 어떻게 함께 갈 수 있을지 고민이 필요한 결과였습니다.


2. 내가 추구하는 업무환경은?

각자가 추구하는 업무 환경에 있어서 개인의 성장이 우선시 되는 일터(5명)를, 개인의 삶이 우선시 되는 일터(2명)보다 더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물론 일과 삶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겠지만 상대적으로 성장을 추구하는 팀원이 더 많다는 것은 예상치 못한 결과였습니다. 올해 급여 지급이 지연되고 각자의 삶이 흔들리는 상황을 마주하면서 개인의 삶이 바로 서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가 일적으로 성장해야겠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3. 이상적이라 생각하는 보상 형태는?

각자가 추구하는 보상 형태 역시 예상과는 다른 결과가 나왔습니다. 이익을 평등하게 공유하는 균등 배분에 5명이 선택을 하였는데요, 연차 기준으로 차등 배분이 되었던 올해와 달리 내년부터는 이익의 균등 배분을 실험해 보기로 결정하였습니다. 블랭크는 급여를 성과에 대한 대가가 아니라, 기본소득의 관점으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단기적으로는 각자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로, 장기적으로는 개인별 생활환경 고려하여 연봉을 책정하는 버퍼(buffer)의 방정식처럼 투명한 급여체계를 만들어 나가고 싶습니다.


*참고 : <사내정치 없앤 이 회사의 연봉 공식>


4. 일과 관계의 방식

지금까지 블랭크는 최대한 일과 관계를 수평적으로 가져가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팀워크가 부족해서 망할 것 같다'는 앞선 결과처럼 수평적인 의사결정을 강조할수록 역설적으로 위계와 갈등이 생기는 상황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일과 관계를 수평적으로 가져가자는 의견(6명)이 일은 수직적으로 가자(3명)는 의견보다 많았습니다. 수평적인 의사결정이 때로는 답답하고 비효율적이라 느낄 수도 있겠지만 일에 대한 애착이 강해진다는 장점도 있는 것 같습니다. 내년에도 기존적인 전제는 유지하되 그 안에서 빠르게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방법들을 모색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블랭크에서 나는?


1. 가장 마음에 드는 것

블랭크에서 일하며 가장 좋았던 부분은 무엇이었을까요? 1위는 '다양한 프로젝트'(7표), 2위는 '발전 가능성'과 '다양한 분야의 협업'(5표), 3위는 '좋은 사람들'과 '자유로운 문화'(4표)로 나왔습니다. 다양성에 대한 존중은 블랭크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실제 일을 하다 보면 여러 이해관계 속에서 이러한 가치가 흔들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가치를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 우리 스스로를 돌아보면서 서로의 관점을 이해하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2. 가장 힘들었던 점

반대로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무엇이었을까요? 예상대로 '소통의 부족'(5표)이 가장 많은 표를 받았습니다. 이는 '팀워크 부족하다'는 내부 평가에 상응하는 것으로 한 해 동안 내부적으로 소통의 어려움을 강하게 느꼈다는 점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 외에도 '낮은 임금과 불합리한 보상체계'(4표), '느린 의사결정'과 '외부 모습과 내부 모습의 차이', '과중한 업무량'(3표) 등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었는데, 앞으로 우리가 극복해야 할 과제라 생각합니다.


3. 행복과 스트레스 지수

그렇다면 우리는 블랭크 안에서 얼마나 행복하고 얼마나 힘들었을까요? 조사 결과 행복 지수는 10점 만점에 평균 7.4점, 스트레스 지수는 평균 7점으로 거의 비슷하게 나왔습니다. 이는 과정은 힘들었어도 결과적으로는 만족스러웠다는 의미로 해석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내년에는 스트레스 지수는 낮추면서 행복 지수는 높아지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4. 블랭크 안에서 & 밖에서 가장 해보고 싶은 일

마지막으로 블랭크 안에서, 그리고 블랭크 밖에서 해보고 싶은 일을 조사하였습니다. 블랭크 안에서 해보고 싶은 일로 지역공동체 활성화, 주거모델 개발, 새로운 사업모델 만들기, 아카이브, 다양한 교육방식 실험, 커뮤니티 공방 운영하기 등 기존에 블랭크가 추구하는 분야들이 언급되었습니다. 블랭크 밖에서 해보고 싶은 일로 쉐프, 요식업, 개인 공방, 개인 창작활동 등 주로 손으로 하는 일들이 많이 나왔습니다.




지금까지 설문조사 결과와 그 의미를 살펴보았습니다. 질문을 정하고 워크숍을 진행하는 과정은 슬로워크의 ‘아이덴티티 수립 프로세스’, 가치혼합경영연구소의 ‘사회적기업 소셜미션, 비전 수립 워크샵’ 자료 등을 참고하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한 기업의 정체성이 결코 쉽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동시에 앞선 기업들에 대한 존경의 마음도 들었습니다. 이를 시작으로 블랭크 역시 공동의 가치를 잃지 않고 각자의 생각들을 최대한 수렴하여 우리만의 색깔을 만들어 나가고 싶습니다. 마지막 3부에서는 위기를 진단하고, 기회를 발견하여 공동의 미션을 수립하고 슬로건을 만든 과정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참고 : <슬로워크 아이덴티티 수립 프로젝트를 소개합니다>

<사회적기업 소셜미션, 비전 수립 워크샵>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