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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언제나 찾아온다. 그들의 말 혹은 침묵, 일놀놀일

by blankplayground

읽는 화요일 아침. 오늘은 남편 출근길에 함께 차를 타고 왔다. 추운 날 걸어오는 것보다는 아침에 움직이는 걸 택했다. 얼마 만에 하는 아침 루틴인가. 읽는 화요일이 시작되는 9시가 되려면 한 시간이나 남았다. 그래서 새벽에 주문 들어온 책을 포장하고 1월 일정표와 프로그램들도 뽑아서 알림판과 유리창에 붙였다.

요즘 책 읽을 시간조차 없다는 핑계로 읽는 일에 소홀했다. 그래서 신년 계획을 짜보면서 읽고, 쓰는 루틴을 만들어 보고 싶었다. 주로 꿈나라로 소비되었던 나의 새로운 아침 시간 일부를 의미 있는 일에 써보자는 마음으로.




주로 하나의 책을 집중해서 읽지 못하고 이것저것 간을 보며 읽고 있다. 그렇게 하다 보면 금방 책탑이 세워지고 가끔은 책탑이 줄지 않아 서랍 한편에 안 보이게 꼭꼭 숨겨 둔다. 그래서 읽는 화요일. 시간도 3시간이니 3권 정도 읽기를 시작해 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주 책]
#봄은언제나찾아온다 _데이비드 호크니, 마틴 게이퍼드
#그들의말혹은침묵 _아니에르노
#일놀놀일 _김규림, 이승희

p54

게이퍼드 : 당신이 잉글랜드 미술가 또는 미국 미술가가 아니라면 요즘에는 프랑스 미술가라고 할 수 있을까요?

호크니 : 당신의 질문이 내가 어디서 사는지를 묻는 것이라면 나는 항상 내가 우연히 있게 된 곳이라고 대답하겠습니다. 나는 잉글랜드 출신의 로스앤젤레스 시민이고 지금은 프랑스에 거주하고 있죠. 그리고 프랑스 사람들에게 노르망디를 어떻게 그리는지를 보여 줄 겁니다!

#봄은언제나찾아온다
_데이비드 호크니, 마틴 게이퍼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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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화가를 주제로 이 책을 읽으려고 선택했는데 지금 프랑스에서 거주하며 작품 활동을 하는 이야기들을 읽고 있다. 나는 호크니처럼 우연히 있게 된 곳에서 살 수는 없으니 우연히 여행에서 만난 장소들 중에 좋았던 도시에 대해 이야기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을 위해서는 우선 밀린 여행 사진 정리부터 해야 할 것 같다.



p198
이 작품에서는 단락조차 바꾸지 않고 말을 쏟아 낸다. 작가는 내적 독백이라는 형식을 최대한 활용해서, 안의 머릿속을 오가는 두서없는 생각들, 연상들, 스쳐가는 외부의 대화들을 가공하지 않은 채 날것 그대로 던져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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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02
'이 번역 왜 이래?'라는 평이 나와야 비로소 성공한 번역이 되는, 진귀한 경험을 했다.

옮긴이 정혜용

#그들의말혹은침묵 _아니에르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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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에르노의 글을 한참 읽고 있다가 옮긴이의 말이 궁금해졌다. 그 말을 읽고 나니 갑자기 뒤라스의 여름비가 생각났다. 한번 읽고서 뭐지? 했던 기억이 난다. '이 번역 왜 이래?'라는 말이 비슷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두 번 읽고 독서모임을 해본 결과 토론할 내용이 너무나 많았다. 생각하게 하는 작가. 단골손님과 함께 읽고 이야기하자고 했지만 이미 한 달을 넘겼고, 1월에는 꼭 마무리해보리라 하고 다짐해 본다.



p5
일은 그저 밥벌이라고 생각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직업이 없는 시기에 누군가 "어떤 일을 하세요?"라고 물으면 어물쩍대기도 했지요. 하지만 지금이라면 같은 질문에 이렇게 답할 것 같습니다. " 하고 있는 일이 너무 많아서 딱 하나만 이야기할 수 없을 것 같다"고요.

#일놀놀일 _김규림, 이승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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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내가 대답하고 싶은 문장. 요즘은 부캐가 많다기보다는 부캐를 늘려가고 싶다. 이런 일 저런 일을 해보고 싶은 게 많고, 도전해 보고 싶은 생각이 들기 때문. 우선 시작하고 꾸준히 해보고 싶다. 김규림 작가님과 이승희 작가님은 내가 좋아하는 작가님 중 한 명인데 두 사람이 만나 책을 썼다니 가장 궁금했다. <기록의 쓸모>에서 나왔던 목요일에 글쓰기를 보고 나도 일주일에 하루는 글쓰기에 몰입하는 시간을 만들어야지 생각했고, 나도 목요일에 글쓰기 루틴을 시작했다. 이번 주부터 시작인데 어떤 글 들을 쓰게 될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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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이불빨래를 세탁기에 돌리고 읽는 화요일을 함께하기 위해 찬x님이 오셨다. 우리는 서로 대화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꾹 참고 개인의 읽는 시간에 충실했다. 12시가 땡 친후 오늘 읽은 책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읽는 시간이 중심으로. 필요하다면 대화는 30분 내외로 하려고 했지만 역시 우리는 오늘도 한 시간 넘게 책 이야기부터 이어지는 이야기까지 함께했다. 책 중반부에 나온다는 호크니 맛집도 기대해 본다.

오늘의 읽기 모임은 스스로 대성공! 시작이 반이므로. 무엇에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자양분이 되는 일들을 시작했음에 기분이 좋아졌다. 달콤한 작심삼일이 되지 않기를 바라며 오늘 읽는 화요일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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