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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볼살을 공격하는 사랑니

봄은 언제나 찾아온다를 계속 읽고 있습니다.

by blankplayground

읽는 화요일 전날. 사랑니가 말썽을 부렸다. 볼은 빵빵하게 부어올랐고, 입을 반쯤 벌리는 것조차 힘이 들었다. 썩어서 약해진 이는 깨졌고, 한쪽 끝이 송곳처럼 삐죽하게 튀어나왔다. 입을 다무는 일, 무언가를 씹는 일은 뾰족한 이가 내 볼살에 구멍을 내는 일. 사랑니도 아픈데. 스스로 나를 공격하고 있다니. 살기 위해 반쯤 입을 벌리고 하나 깨물었을 뿐인데. 나는 나를 마구마구 공격했다.

'누가 내 편이야?'


내일은 병원에 가봐야겠다는 마음으로 잠이 들었고, 그다음 날 9시 일찍부터 읽는 화요일을 함께해 주시려고 오셨던 분을 헛걸음하게 만들었다.

"혹시, 이번 주 아니고 다음 주부터 시작하시나요?"

물어보셨고, 사랑니 덕분에 오늘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고 말씀드리고 목요일을 기약했다.


2시 치과 예약.
마취주사를 시작으로 두려운 손에는 귀여운 인형 하나. 인형 가운데 리본이 떨어지는 줄도 모르고 꽉 움켜잡았다. 약해져 버린 이는 깨져서 잡을 곳이 별로 없었고, 몇 번의 시도 끝에 드디어 나는 아프고 내 볼을 마구 공격하던 사랑니와 이별을 했다. 치과와도 당분간 안녕이다.




<읽고 있는 책>
#봄은언제나찾아온다
_데이비드 호크니, 마틴 게이퍼드

270페이지나 되는 두꺼운 책을 지난주부터 읽고 있다. 지난주 호기롭게 3권을 읽어 보려고 했지만, 우선 이 두
꺼운 책부터 마무리하고 싶었다. 요즘은 호크니 영화도 보고, 자꾸 주변을 볼 때 호크니 관련 이야기들을 살피고 있다.



p89
지난 10월 호크니는 빈 미술사 박물관에서 개최된 피터르 브뤼헐 (Pieter Bruegel the Elder)의 전시를 보기 위해 빈으로 여행을 다녀왔다. 그는 빈에서 며칠간 머물면서 다른 일은 하지 않고 오직 브뤼헐 전시만 봤다.

p91
호크니가 암스테르담에서 본 반 고흐와 렘브란트의 작품과 빈에서 본 브뤼헐의 작품은 그가 노르망디의 새 작업실에 들어가는 순간 열정적으로 시작하고 싶어 했던 새로운 작업에 마중물을 부어 주었다.

#봄은언제나찾아온다
_데이비드 호크니, 마틴 게이퍼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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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여행 중 빈 미술사 박물관에서 눈 내리는 그림에 관심을 갖고 봤던 작품 중 하나가 브뤼헐의 작품이었는데, 이렇게 호크니 책에서도 만나게 되니 반가웠다. 그리고 호크니에게 영향을 준 화가 중 한 명이라니. 뭐야 나 그림 좀 볼 줄 아는 거야?


벽돌책 읽고 계신 분들 계시나요?
함께 힘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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