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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칸서재39] 빈방의 빛(시인이 말하는 호퍼)

by blankplayground

오늘의 빈칸서재
#빈방의빛
(시인이 말하는 호퍼)
#마크스트랜드
#옮긴이박상미

4월 #문화관광맛집에서 함께 읽은 책.
6월에 에드워드 호퍼전시에 가볼 예정인데
그전에 책으로 만나는
에드워드 호퍼(Edward Hopper)



빈칸한줄



p5

부재의 시인들

이 책이 출간된 이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우선 에드워드 호퍼의 인지도가 높아졌다.

물론 이 책의 영향 때문만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호퍼의 책 한 권 존재하지 않던 한국에 이제

그의 그림을 패러디한 텔레비전 광고가

등장할 정도가 되었다.

그리고 그동안 이 책의 저자

마크 스트랜드가 세상을 떠났다.


p6

엽서에는 그의 주소도 적혀 있다.

나는 그 주소로 찾아가 스트랜드를 만나는 상상을

여러 번 했었다.

많이 늙으셨겠지,

. . .

내 젊은 시절을 뒤덮은 어떤 시정을 공유하는

우주적 직계가족.

스트랜드는 2014년 11월 29일, 브루클린에

사는 딸의 집에서 80세의 나이로 돌아가셨다.

개정판의 서문을 쓰고 있는 지금은 그를

직접 만나는 상상을 할 수 없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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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가지는 또 하나의 매력은

에드워드 호퍼, 저자 마크 스트랜드,

옮긴이 박상미로 이어지는

이야기들이 흥미롭다는 것이다.

곧 저자의 시집도 한국에서 만나보길

희망해 본다.



[나이트호크, 1942]

p20

소실점은 두 개의 선이 수렴하여

만나는 곳일 뿐만 아니라 여정이 끝나는 지점,

우리가 존재하기를 멈추는 곳이기 때문이다.

[나이트호크]를 보고 있으면 두 개의 모순적인 명령어

사이에서 주춤거리게 된다.

사다리꼴은 가던 길을 계속 가라고 우리를 재촉하고,

어두운 도시 속 다이너의 환한 실내는

우리에게 머물 것을 종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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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은 장면으로

우리를 멈추게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의 대표작 [나이트호크]를 볼 때면

나는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에서

오드리 헵번이 상점을 바라보는 첫 장면이

생각이 났다.



[서클 극장, 1936]

p43

이 그림은 호퍼의 그림 중에

유일하게 콜라주를 닮은 작품이다.


지하철 입구가 극장 간판을 부분적으로 가려

간판의 CIRCLE이라는 글자는 C와 E만

보이는데, 이 둘을 이어서 읽으면

'See'보다와 발음이 같다.

이것은 호퍼가 관객들의 의무가

무엇인지 재치 있게 알려주는 것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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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역은 마을만들기 공모전을 위해

두 달 정도 자주 갔던 동네 역이랑도

비슷해서 반가웠다. 그리고 진짜 에드워드 호퍼의

의도였는지는 모르겠지만, 마크 스트랜드의

그런 생각들이 너무 재미있어 더 관심이 갔던

그림 중 하나다.



p50

호퍼의 빈 공간

호퍼의 그림은 짧고 고립된 순간의 표현이다.

이 순간은 방금 무슨 일이 있었는지 분위기를 전달하면서

앞으로 일어날 일을 암시한다.

내용보다는 분위기를 보여주고 증거보다는 실마리를

제시한다. 호퍼의 그림은 암시로 가득 차 있다.


p58

호퍼의 빛

호퍼의 빛이 물체에 달라붙어 있는 것같이 보이는

이유 중 하나는, 그가 인정하듯 그의

그림들이 기록과 기억으로 그려졌기 때문이다.


빛을 포착하기 위해서는 실외에서 그림을

그려야 하는데, 호퍼는 실외 작업을 하지 않았다.

호퍼처럼 천천히 작업하는 화가에게 빛은 너무

빨리 바뀌었던 것이다. 구체적인 것들이 사라진

그의 세계와 어울리는 빛을 표현하기 위해서

그는 상상력이 필요했고, 이러한 작업에는

작업실이 최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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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퍼의 그림이 작업실에서 태어났다는 게

놀라웠다. 호퍼의 그림은 기록과 기억으로

그려진다고 하는데 그래서 현실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그 독특한 느낌을 만들어 냈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암시로 가득 차 있다는 그림을 따라가다 보면

무언가 추리를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빈방의 빛, 1963]

p103

1963년에 그려진 호퍼의 마지막 걸작인 이 그림은

우리가 없는 세상의 모습이다.

단순히 우리를 제외한 공간이 아닌,

우리를 비워낸 공간이다.

세피아색 벽에 떨어진 바랜 노란빛은

그 순간성의 마지막장면을 상연하는 듯하니,

그만의 완벽한 서사도 이제 막을 내리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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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제목이자 마지막 그림은

빈방의 빛이다. 아무것도 없는 빈방에

빛만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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