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도 안 보고 산 간 큰 사람은 속전속결로 가계약금 천만 원을 바로 내 계좌에 쐈다.
매일 눈 뜨면 보는 게 네이버 기사인데 왜 가계약금을 받기 전까지는 서울 아파트값이 하루가 다르게
치솟고 있다는 그 수많은 기사가 내 눈에 안 들어왔을까
그날부터 나는 부동산 불장에 내 던져졌다. 우리가 가고 싶었던 초등학교를 품은 평지에 있는 지은 지 5년 된 신축 아파트는 그 새 몇억이 우습게 올라 우리 집을 판 값에 6억을 더 보태야 살 수 있는, 영원히 이제는 살 수 없는 드림 아파트가 되어 있었다.
불과 2년 전에는 3억 갭 차이가 나던 그 아파트가 6억으로 벌어진 것이다.
매일매일 아파트 값이 호가를 갈아엎으며 치솟았고 딱 일주일이 지나자 이제는 우리 집을 판 그 돈으로 우리 아파트도 못 산다는 걸 알게 되었다. 이제 더 이상 마포에 우리가 살 수 있는 아파트는 없었다.
정확히 3주 만에 우리 아파트는 내가 판 금액보다 1억 2천만 원이 올랐다.
1억 2천만을 모으려면.. 아니 벌려면 도대체 몇 년을 일해야 하지. 선뜻 계산도 안 되는 금액이다. 일해서 뭐하나 싶은 생각까지 든다.
정말 하루하루가 지옥이었다. 좀 더 비싸게 팔지 뭘 그리 급하다고 팔아 치웠냐는 시어머니 전화에 피가 거꾸로 솟았다. 불난 집에 기름을 퍼붓고 상처 난 피부에 소금을 뿌리는구나
당시 보이는 기사는 온통 부동산, 아파트뿐이었다. 이게 나라냐 라는 생각을 처음 하게 되면서 집에서 밥하다가 뛰쳐나왔다는 삼호어묵의 글을 매일 정독했다. 이 정부는 계급 간 사다리를 끊어버리는 것이 목표라는 극단적인 글에도 크게 동조하고 네이버 댓글에 아파트를 언제 팔면 좋냐는 질문에 국회의원들이 집을 팔 때 그때 팔면 된다는 글을 보고 글쓴이의 깊은 통찰력에 감탄했다.
하루아침에 무주택자가 되면서 나는 내가 순식간에 사다리에서 떨어져 이제 다시는 아파트로 올라가지 못하는 사람이 된 것만 같았다. 아파트를 잃어버린 순정만화의 비련의 여주인공처럼 매일 밤 눈물이 흘렀다.
24번의 부동산 정책이 쏟아져 나왔다는 것도 집을 팔고 나서야 알았다. 모든 영혼을 정말 죄다 쏟아부어서라도 지금 당장 아파트를 사자는 나와 집 값이 떨어질 테니 시기를 좀 두고 보자라는 남편과는 눈만 마주치면 싸웠다.
임대차 3 법으로 전세금을 최대 5%만 인상하는 조건으로 최대 4년까지 살 수 있다고 하니 지금 살고 있는 집에서 앞으로 2년 동안 더 살면서 돈을 더 모아 집 값이 떨어질 타이밍에 줍줍 하자는 게 남편의 논리였다.
그러던 중 집주인에게 전화가 왔다.
"내가 실거주를 해야 할거 같으니 집을 빼 주셔야 할 거 같은데요."
전세가 씨가 마르고 있다는 이 불장에 우리는 집까지 빼게 생겼다.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