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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J Apr 15. 2020

다시 뛴다, 다시 뛰자.

어제도 나는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고 헬스장으로 향했다. 평소 람이 없어도 늘  두 명정도는 있었는데 날은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조용한 러 머신 앞에 서서 입고 있던 청난방을 허리에 두르고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소리 없는 TV를 켰다가 이내 핸드폰으로 유튜브를  댄스곡을 크게 었다. 아무도 없이 나 혼자니까 충분히 그래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5분 정도가 지나자 달리고 싶어 져 속도를 올렸다. 6.5km로 속도를 올리고 뛰기 시작했다. 신나는 음악에 맞춰 달리다 보니 전날만큼 힘들지 않았다. 5분 정도를 그렇 뛰고 나서 다시 속도를 내렸다.


음악을 들으며 잠시 생각에 잠기다 정신을 차려보니 20분이 훌쩍 나있었다. 목표한 시간을 채우고 이내 러닝머신에서 내려와 이번에는 실내 자전거를 탔다. 역시 핸드폰을 앞에 고정시키고 유브로 댄스 영상을 보면서 신나게 달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다리가 아파온다. 그래도 힘겹게 페달을 앞으로 구르면서 버텨보니 또 금세 10분 지났다.


이렇게 유산소 운동을 끝내고 근력운동을 시작했다. 정확한 기구 이름은 모르지만 팔. 등근육에 도움이 되는 운동을 한 후 GX룸으로 이동했다. 여기서부터는 늘 해오던 버피 20개, 플랭크 1분, 스쿼 50개를 한다. 무의식에 가까운 몸에 익혀진 을 마치고 헬스장 앞에 있는 카페로 이동해 커피 한잔을 사서 밖으로 왔다.


햇빛이 잘 드는 테라스에 자리를 잡고 서둘러 책을 읽어나가는데 이 날따라 집중기가 어려웠다. 무라카미 하루의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란 책을  책에서 미국 이야기가 나오면 나도 미국에 가고 싶고, 미국 하니 영어가 생각나고, 손놓았던 영어공부가 생각나 그런 식이었다.


그러다 뜬금없이 남편에게 카톡을 보냈다.

"여보 나 미국가고 싶고, 영어공부도 하고 싶어."

한참 후 남편에게서 답장이 왔다.

"모두 다 하시오."

누가 공대생 아니랄까 봐 감정은 쏙 고 답만 말하는 남편이다.


아니 사실 답에 더 이상 할 말이 없어진지도 모르겠다. 그대로 핸드폰을 가방에 넣 읽었던 문장을 몇 번이고 다시 읽어 내려갔다. 그러다 보니 몇 장도 채 읽지 못하고 어느새 아이 하원 시간이 되어 아이를 데리고 집으로 아왔다.




집에 돌아온 나는 하루 종일 그동안 잊고 지냈던 영어가 다시 생각이 났다. 그럴 때마다 이제 와서 무슨 영어야, 영어 못해도 먹고사는데 지장도 없는데, 라는 생각을 하며 애써 무시해렸다. 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에 한번 가보고 싶은 생각은 여전히 었다.


나는 미국 영화도 좋아하고 팝송도 좋아한다. 또 TV에서는 하루에도 몇 번씩 미국 관련 소식이 쏟아지고 이제는 책을 읽어도 배경이 미국이. 이쯤 하니 도대체 미국이란 나라는 어떤 곳인지 가보고 싶은 생각이 는 것이다. 그렇다 나는 미국이 궁금하다.


미국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니 영어를 다시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었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마음이 급해 나는 유튜브로 영어공부 방법도 알아보고, 인터넷으로 찾아도 보면서 이리저리 궁리를 해보았다. 나만의 최적의 방법이 뭐가 있을까 하고 말이다.


그러다 한 가지 방법이 생각났다. 나는 읽는 것을 좋아한다. 예전에 도서관에서 원서로 된 자기 계발서를 읽었던 적이 있는데 내가 관심 있는 분야라서 그런지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있다. 그래서 원서 읽으면서 공부할까 하고 아마존에 들어가 보니 이걸 웬걸 목차도 읽기 어려웠다. 그동안 영어와 담쌓고 지냈던 만큼 영어실력도 퇴보했구나 싶은 순간이었다.


그렇다고 동화책을 읽기는 싫었다. 동화책이 오히려 실생활에서 사용하지 않는 단어들이 많아서 읽기 어렵고, 무엇보다 스토리면에서 흥미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러다 문득 라이프스타일 잡지 생각났다. 인테리어나 요리, 생활 적인 부분에 관심이 많으니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 즉시 잡지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폭풍 검색 끝에 리얼심플이라는 미국판 라이프스타일 잡지를 발견했다. 심플하기 그지없는 이름도 마음에 들고 후기도 좋아서 이거다 싶었다. 이제 결제창으로 건너가 결제 하면 되는데 막상 돈을 지불하려니 과연 만 칠천 원이란 가격이 합리적인 걸까, 라는 생각이  손목을 붙들었다.


평소 잡지를 잘 사지도 읽지도 않는 나에게 좀 부담되는 가격이기도 했고, 내용도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는데 막상 어려우면 어쩌지 혹 내용이 나랑 안 맞으면.. 이런저런 생각이 드는 것이었다. 그러다 에잇, 정 못 알아먹겠으면 인테리어용으로 전시라도 해야겠다는 마음으로 그렇게 결제를 해버렸다.




다음 날인 오늘 아침, 선거일이라 휴일을 맞이한 남편과 늦은 아침을 먹다가 나는 대뜸 이렇게 말했다.


"여보, 우리 미국에 가보자."

"미국? 왜? 가보고 싶어?"

"응. TV에서도 그렇고 영화에서도 다 미국 얘기인데 정작 한 번도 안 가봤잖아, 그래서 궁금해!"

"그래, 한번 가보자!"


그렇게 우리 가족은 아침밥을 먹으며 4년 후의 계획을 세웠다. 남편이 다니는 회사는 5년마다 3주 정도의 안식휴가를 주는 제도가 있는데 작년에 한번 가졌으니 이제 4년 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고로 4년 후에나 미국에 갈 수 있다는 계산이 선다. (비용도 문제이고)  


그래도 '기약 있는 계획'이란 걸 세웠으니 이제 그동안 손놓았던 영어도 다시 시작하고 운동도 열심히 해야 하는 동기부여가 만들어진 셈이다. 시간은 충분하다. 그러니 천천히 다시 잘 달려봐야겠다. 무라카미 하루키처럼 힘차게 찰스 강변을 달리는 그날 기다리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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