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정말 시간이 없다. 하루 종일 앉아서 쓰고 싶은 글 쓰고 읽고 싶은 책 읽으면서 지내면 얼마나 좋을까. 아이를 키우다 보니 아이 스케줄에 맞춰서 시간을 쪼개고 쪼개다 보니 뭐하나 오래 집중해서 하기가 힘들다.
벌써 며칠째 쓰다만 글도 3편이나 된다. 글을 쓰다가 자꾸 흐름이 끊겨서 저장해놓고 한참 후에 다시 쓰려고 하면 이내 감흥이 떨어지고 말하고자 했던 것도 잊어버려 그렇게 서랍 속으로 넣어버리고 만 것이다. 엊그제도 새로운 주제로 글을 쓰다가 이내 아이를 돌봐야 해서 저장해놓고 다음날 이어서 쓰다가 결국 마무리를 못 지었다.
글 쓸 시간이 왜 이렇게 부족한 걸까. 이러다가 평생 브런치에 글하나 못 올리고 죽도 밥도 안될 것 같은 생각마저 든다. 하루 종일 바쁘게 움직이고 시간도 알차게 보내고 있는 내가 왜 이렇게 시간이 없는 걸까.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다시 한번 재점검을 해보기로 했다.
일단 아침시간을 보면 나는 7시에 일어난다. 아침시간을 활용하기 위해 아침잠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7시에 일어나려고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아이도 내가 일어나면 따라서 일어나다 보니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것도 의미가 없어져버렸다. 그래도 가끔은 아이가 늦게 일어날 때도 있어 단 10분이라도 할 일을 하자라는 마음으로 일어나고 있다.
그래 봤자 10분에서 20분 남짓한 시간이라 고도의 집중을 요하는 글쓰기는 무리가 있다. 이제 좀 써볼까 하고 몇 자 적다 보면 이내 아이가 깨서 흐름이 끊겨버리기 때문이다. 물론 아예 5시나 6시에 일찍 일어나면 되겠지만 아침잠이 많은 나에게는 이미 7시도 벅차서 지금으로서는 더 이른 기상은 힘들어 보인다.
이제 10시가 되면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고 곧장 헬스장으로 간다. 50분 동안 정해진 운동을 하고 맞은편 카페에 가서 아이스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는다. 어제는 아침에 못한 영어공부도 하느라 50분 동안 15분 정도 영어공부를 하고 나머지 시간에 책을 읽었다. 이후 하원 시간이 돼서 아이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왔다.
아이가 낮잠을 자는 동안에는 점심밥을 먹고 이것저것 정리한 다음 테이블에 앉아 글을 쓴다. 한 시간이나 지났을까 아이가 깨면 글쓰기를 멈추고 아이를 돌본다. 그러다 오후 내내 오늘도 글을 못 올리면 정말 안된다는 생각으로 핸드폰으로 글을 수정하고 또 수정하다가 아이가 핸드폰을 뺏어가고 그러다 또 못쓰게 되고 뭐 그런 상황이 반복된다.
저녁에 남편이 퇴근하면 더 바빠진다. 남편 저녁밥도 챙기고, 아이도 씻기고, 하루를 보낸 집안도 정리하고 그러다 아이를 재우면 저녁 10시가 훌쩍 넘어 있다. 그 시간쯤 되면 몸도 너무 피곤해져서 다른 어떤 일을 할 엄두가 안나 그대로 침대에 누워있다 잠이 든다.
이렇게 하루를 정리해 적어보니 정말 글 쓰는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걸 다시금 느끼게 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마냥 시간 탓만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 해결책을 찾아야만 한다. 당장 시간을 늘릴 수 없다면,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생각해야만 한다.
시간이 없다면 무엇부터 해야 하는지 생각해보니 그것은 바로 글쓰기와 운동이었다. 글쓰기와 운동, 독서 그리고 영어공부까지 다 나에게 필요한 것들이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글쓰기와 운동은 반드시 해야 할 일인데 반해 독서와 영어공부는 하고 싶은 것이다. 시간이 없어서 모두 다 못할 바엔 해야 할 일을 우선적으로 끝내 놓은 다음에 하고 싶은 것을 해야 한다는 답이 나왔다.
그렇게 나름대로의 해결책을 찾은 나는 오늘도 헬스장에 가서 평소와 똑같이 50분 동안 정해진 운동을 마친 후 집으로 돌아왔다. 평소대로라면 맞은편 카페에서 책을 읽어야 했지만 글을 쓰기 위해 집으로 와서 평소보다 좀 더 이른 시간에 글쓰기를 시작한 것이다.
물론 독서나 영어공부, 나아가 피아노 연습까지 뭐하나 나에게 필요하지 않은 것이 없다. 하지만 시간이 없는 지금 모두 다 하는 것은 나에게 욕심이었던 것이다. 이렇게 하루를 돌아보며 다시 한번 선택과 집중하는 법을 배워본다. 기억하자, 시간이 없다면 일단 해야 할 일이 우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