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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J May 06. 2020

작은 시작이 만들어준 것들

매일 스쿼트 50개

나는 임신을 하고 만삭 때까지 몸무게의 앞자리가 두 번이나 바뀌었다. 그때는 출산하고 예전처럼 운동하면 금세 원래대로 돌아올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은 나의 큰 착각이었다. 아이를 키우면서 운동은커녕 제때 밥 챙겨 먹기도 어려웠던 나는 빵이나 인스턴트로 겨우 끼니를 해결할 수 있었고, 허리며 손목이며 관절이 안 좋아져서 가벼운 스트레칭도 겨우 할 수 있는 정도였다. 그렇게 나는 불어난 살들과 함께 한없이 피곤해 보이는 나 자신을 보며 하루하루 자신감도 자존감도 잃어갔다.


한 번은 아이가 6개월도 채 안 됐을 때 시댁 친척 결혼식에서 만난 고모 한 분이 나에게 "살 많이 쪘네~ 계속 움직여야 해~ 힘들다고 누워있으면 살 안 빠져."라고 말한 적이 있다. 갓난아기 키우면서 마음 놓고 누워있는 사람이 몇이나 된다고, 새벽에도 몇 번이고 깨는 아이 때문에 잠도 제대로 못 자고 몸도 안 좋은 사람에게 살을 운운하다니. 그렇게 안 그래도 없던 자존감까지 탈탈 털리고 왔던 나는 집에 와서도 며칠 동안 그 말이 생각나서 기분이 안 좋았던 적이 있었다.


그러다 아이가 커가면서 잠도 늘고 혼자 노는 시간이 늘어나자 나를 돌볼 여유가 생기게 되었다. 나 자신을 위해 무언가라도 시작할 때가 온 것이었다. 마음 같아선 당장 요가도 배우고 헬스장으로 뛰어가서 뭐라도 하고 싶었지만 아이를 봐줄 사람이 없는 지금은 집에서 할 수 있는 운동을 해야만 했다. 그 시작한 게 스쿼트였다. 일단 복잡하거나 어려우면 작심삼일로 끝날 것 같아 예전에 해봤던 운동인 스쿼트, 이 한 가지 동작에만 집중하기로 한 것이다. 또 솔직하게 말하자면 엉덩이 살들이 제일 시급해 보였다.


그렇게 나는 2020년 1월에 하루 스쿼트 50개 하기 미션을 시작했다. 옆에서 남편은 겨우 50개로는 운동이 안된다고 말했지만 무릎이며 허리며 안 아픈 곳이 없었던 나는 당장 10개도 하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운동량보다는 일단 한다는 거에 의의를 두고 매일 할 수 있는 개수를 정한 것이다. 그렇게 한 달을 매일 했다. 물 스쿼트 50개 눈에 띄는 몸매변화는 없었다. 하지만 실로 아주 오랜만에 작은 성취감을 맛본 나는 '할 수 있다'라는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다.


다음 달인 2월에는 버피 20개를 추가했다. 하루에 스쿼트 50개에 버피 20개를 한 것이다. 처음에는 잘하다가 힘들어서 하루 종일 미루다 그냥 잘까 하고 누웠다가 이내 다시 일어나 나와의 약속을 지켜나갔다. 지난달에 한  아깝기도 하고, 성취감을 놓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꾸역꾸역 2월도 하루도 빠짐없이 채워나갔다. 하지만 워낙 운동량이 적고 체지방이 많았던 탓에 크게 체형의 변화는 없었다. 예전보다 엉덩이가 힙업 된 느낌은 들었지만 만이 알 수 있는 정도였다.


다음 달 3월에는 플랭크도 추가로 시작했다. 뱃살도 문제지만 허리가 안 좋아져서 코어운동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3월에는 스쿼트 50개에 버피 20개, 플랭크 1분을 추가로 진행했다. 물론 쉽지만은 않았다. 스쿼트만 할 때에는 그래도 부담이 적었는데 세 동작을 하려니 전보다는 버겁게 느껴진 날들이 많았다. 그래도 밤에 누웠다가 찝찝해서 일어나 운동을 마치고 다시 자면서 그렇게 지켜나갔다.


그러다 일주일에 하루 정도는 그냥 넘기기도 하면서 좀 느슨해지던 찰나에 4월에 아이가 어린이집에 가게 되면서 드디어 헬스를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 실로 오랜만에 간 헬스장이었지만 러닝머신과 실내 자전거, 근력운동기구 등을 해도 그동안 조금씩 쌓았던 기초체력 덕분에 금세 적응할 수 있었다. 그렇게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고 매일같이 헬스장으로 출근해서 운동을 했다. 4주가 지난 지금은 굽었던 등이 펴지기 시작고, 허리도 예전보다 조금은 아졌다. 또 팔운동 하면서 힘이 전보다 좋아졌는지 육아를 하는데도 힘이 덜 드는 느낌이다.  


무엇보다 내가 원하는 운동을 하고 또 원하는 방향으로 인생을 살고 있다는 생각은 나의 자존감을 높여주었고, 이전보다 건강한 몸을 갖게 되면서 자신감 역시 되찾을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아직도 없애야 할 체지방들이 많이 남아있지만 지금처럼 꾸준히 그리고 즐기면서 운동하다 보면 다시 예전처럼 아니 예전보다 더 건강한 몸을 갖게 될 것이라는 믿음도 갖게 되었다. 시작은 고작 스쿼트 50개였지만 이 작은 시작이 나의 삶의 태도까지 달라지게 만든 것이다. 앞으로도 이 시작을 기억하 나와의 약속을 지키면서 살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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